2030 지지 업고 ‘꼰대’ 이미지 탈피
국민의힘 경선판도에서 홍준표 의원이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야권 후보 적합도를 묻는 각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서다.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폭은 여권 지지층과 2030 세대가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과거 ‘보수 꼰대’ 이미지로 민심의 외면을 받았던 그는 어떻게 이들 계층에서 지지를 얻게 된 걸까.
6일 발표된 KSOI-TBS 여론조사(3~4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 대상, 무선ARS 100%)에서 홍 의원은 전주보다 4.2%포인트 상승한 13.6%를 기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28.0%)와 윤 전 총장(2.64%)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민주당의 또 다른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11.7%)를 오차범위 이내인 1.9%포인트 격차로 앞선 수치다.
전날엔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을 처음으로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알앤써치-경기신문 조사(3~4일, 전국 18세 이상 1017명 대상, 무선ARS 100%) 결과, 홍 의원은 국민의힘 야권 대선 주자 적합도에서 32.5%를 기록해 29.1%에 그친 윤 전 총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여론조사 결과를 자세히 뜯어보면,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폭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2030 세대가 채운 것으로 풀이된다. 알앤써치 조사에서 홍 의원은 민주당 지지층 37.4%, 열린민주당 지지층 49.4% 등 여권 성향 지지층에서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53.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홍 의원(27.2%)보다 두 배 가까운 격차를 낸 것과 대조적이다. 또 광주‧전라지역에서도 홍 의원은 42.7%를 기록해 윤 전 총장(14.9%)보다 3배 가까운 격차로 앞섰다. KSOI 조사에서는 홍 의원이 18~29세 계층에서 26.3%의 지지를 얻어 타 후보를 모두 압도했다(이재명 18.7%, 윤석열 15.1%, 이낙연 17.0%).
‘사이다’ 홍준표의 부활…2030은 지금 “무야홍”
홍 의원의 지지율 곡선은 과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수장이던 시절과는 정반대다. 당시 홍 대표는 여권과의 대립 국면에서 선봉장에 서면서 ‘강경 보수’의 상징으로 통했다. ‘꼰대’ 별명도 이 때 만들어졌다. 당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에 크게 뒤쳐진 데다, 2030 지지세도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홍 의원은 이후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조차 받지 못하고 탈당했으며, 최근까지도 한 자릿수의 미미한 지지율을 보여 왔다.
외면 받았던 홍 의원이 다시 선택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홍 의원 지지율 상승 요인을 복합적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윤 전 총장의 실정이 꼽힌다. 잇따른 말실수나 캠프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비위, 고발 사주 의혹 등 윤 전 총장의 악재가 계속되면서, ‘대선 재수생’인 홍 의원이 그 빈틈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홍 의원의 상승세에 대해 “윤 전 총장을 ‘죽어도’ 뽑을 수 없는 여권 지지층이 홍 의원 쪽으로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홍 의원의 ‘선명성’이 겹치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분위기다. 홍 의원은 2030세대의 역린으로 꼽히는 고시제 부활, 흉악범 사형 공약 등을 선점하면서 화끈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정치인의 ‘사이다’ 발언에 열광하는 2030 세대들이 이 같은 홍 의원의 선명성에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라는 신조어까지 퍼지고 있다.
이준석 챙기는 홍준표…“꼰대 이미지 탈피”
아울러 홍 의원이 국민의힘에 개혁의 바람을 일으킨 이준석 대표와 가장 좋은 ‘궁합’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 의원은 당내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때마다 적극적으로 이 대표 편에 섰다. 윤 전 총장과 이 대표 간 갈등 국면에서 “나이는 어려도 당 대표는 당의 최고 어른”이라고 이 대표를 두둔하는가 하면, 최근 이 대표 부친의 농지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이 대표가 관여할 여지가 전혀 없는 사안”이라며 지원사격에 나서면서다. 이 덕분에 이 대표를 향한 2030의 강한 지지세를 홍 의원이 흡수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홍 의원의 지지율이 계속 상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홍 의원 지지율의 상당 부분이 민주당 지지층과 2030세대에 치우친 만큼, 본선경쟁력에서는 여권 후보에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중요한 것은 보수층의 지지세”라면서 “본선에서까지 여권 지지층이 홍 의원을 선택하겠는가. 다자대결이 아닌 양자구도에서 홍 의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이길 수 있어야 현재의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홍 의원은 “드디어 골든크로스를 이뤘다. 이재명을 당할 사람은 홍준표 밖에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 의원은 이날 알앤써치 여론조사 결과를 SNS에 올리면서 “보수, 진보, 중도로 부터 고른 지지를 받는 대통령, 특정지역이 아닌 대한민국 전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각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