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기자회견에서도 답답한 해명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면서도,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앵무새 답변을 내놨다.
김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 시절인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고발장을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시 총선 선거운동에 집중하느라 저에게 제보되는 많은 자료에 대해 검토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다"며 자신이 전달받은 모든 문건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 매체의 기사에 나온 화면 캡처 자료에 의하면, 제가 손아무개씨(손준성 검사)라는 사람으로부터 파일을 받아 당에 전달한 내용으로 나와 있다"며 "정황상 제가 그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조작 가능성을 제시하고 명의를 차용했다는 주장도 있다"고 부연했다.
고발사주 의혹의 주요 근거가 된 텔레그램 메시지와 해당 대화방에 남아 있던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의 조작 가능성을 부각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어 "모 매체를 통해 보도된 해당 고발장은 제가 작성한 것이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며 "현재 저에게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기에, 진위는 제보자의 휴대전화와 손 검사의 PC 등을 기반으로 조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 하루빨리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이 말한 '매체에 보도된 해당 고발장'은 지난해 4월8일 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고발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최 의원에 대한 고발장 초안을 잡긴 했지만, 실제 고발장과 초안을 잡았던 고발장은 전혀 다르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고발사주 의혹 보도에서 함께 제시됐던 '채널A 사건'과 윤석열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주가조작 의혹에 관한 명예훼손 혐의가 기재된 같은 해 4월3일자 고발장에 대해선 별도의 해명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일각에서 제가 정치공작에 가담했다는 루머를 퍼뜨리는 세력이 있는데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유포이며 엄중히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후 오락가락 해명을 오갔던 김 의원이 기자회견에서도 의혹을 밝힐 만한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혼선이 한층 가중되는 형국이다.
김 의원은 고발사주 의혹이 제기된 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준성 검사로부터 문서를 받았을 수도 있지만 모두 당에 전달했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어떤 경우든 자신이 책임질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어왔다. 이날 회견에서도 손 검사로부터 문서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문서였고 당과 자신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모두 핵심을 비켜가며 혼란만 더 키운 셈이 됐다.
한편, 김 의원은 "불미스러운 일에 관여된 책임을 지겠다"며 유승민 전 의원의 대선경선캠프 대변인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