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발언, 무엇이 문제인가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9.13 14:00
  • 호수 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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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와 관계없이 유기견에 대한 편견 조장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출신 가수 김희철이 최근 JTBC 예능 프로그램 《개취존중 여행배틀-펫키지》에 출연해 언급한 내용이 많은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논란이 된 방송의 캡처 화면은 ‘초보 애견인들에게 절대 추천하지 않는 유기견’이라는 자막을 포함했으며, 현재도 SNS에서 빠르게 공유되며 확산되고 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된 근본적인 이유는 유기견은 상처가 있고 키우기 힘든 동물이라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뜻 이 내용을 봤을 때 “유기견은 키우다 버려졌으니 어딘가 아프거나 문제행동이 있을 수도 있고, 버려진 후에 트라우마가 생겼을 수도 있는데 왜 저 발언이 문제인 거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것이 발언을 두고 비난과 옹호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원인인 듯하다. 

ⓒJTBC

유기동물을 ‘상처 있고 키우기 힘들다’고 일반화 

논란의 진실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년 보호소로 구조되는 13만 마리의 유기동물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 첫 번째는 사람들이 유기동물이라 통칭하는 이 동물들이 모두 사람들로부터 버려진 동물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보호소로 구조되는 동물 중에는 사람들이 버린 동물뿐 아니라 사람들이 잃어버린 동물, 길에 방치된 채 살아가던 동물과 그 동물이 낳은 새끼 등이 포함돼 있다. 사람들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은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기에 정확히 표현하면 유기동물이 아닌 유기, 유실, 방치 동물이다. 

두 번째 오해는 유기동물이 아프거나 문제행동을 해서 버려졌을 거란 생각이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대다수의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이거나 환경의 변화로 양육이 어려워진 경우다. 다시 말해 반려동물에게 문제가 있어 버려지기보다 반려동물을 키우던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로 버려지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논란이 된 발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기견을 성급하게 ‘상처가 있고 키우기 힘든 동물’로 규정해 일반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유기동물이라 인식하고 실제 보호소를 통해 입양하는 동물들 중에는 보호자가 잃어버린 후 찾지 않은 동물과 길에서 태어난 새끼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전체가 버려진 상처 있는 동물로 인식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버려진 동물이라 하더라도 심각한 질병이나 트라우마에 가까운 행동학적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버려진 상처로 트라우마를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 또한 지극히 사람 중심의 사고에 가깝다. 물론 버려진 후 오랫동안 길거리 생활을 하면서 사람을 경계하는 성향을 갖는 경우도 있다. 이런 성향을 가진 유기견을 입양해 사회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입양자도 있으나, 오히려 유기견 입양 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여러 가지 교육이 이미 돼있어 너무 수월했다고 말하는 입양자도 존재한다. 

안타깝게도 해당 방송 제작진과 문제의 중심에 있는 연예인은 이 문제의 본질을 아직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나쁜 의도로 한 발언이 아니라고 해도, 사실을 전달해야 할 책임 있는 방송에서 유기동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편견을 키우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유기동물 입양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동물들에게 씌워진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노력을 확인되지 않은 전문가의 말을 빌려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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