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영종 종로구청장, 80여억원 재산 축소 신고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09.10 08:00
  • 호수 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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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 ‘재산 1위’ 김 구청장, ‘가족회사’ A건축사사무소 주식 가치 50분의 1로 축소 신고
김영종 종로구청장 ⓒ연합뉴스
김영종 종로구청장 ⓒ연합뉴스

기초단체장 ‘재산 1위’인 김영종 종로구청장(더불어민주당)이 자신과 배우자가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주식(A종합건축사사무소)의 ‘현재가액’을 반영하지 않는 방법으로 공직자 재산등록 때 80여억원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3연임인 김 구청장은 첫 당선 직후인 2010년 이 주식을 백지신탁 했으나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처분하지 않았다. 모두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 밖에 김 구청장·부인·동생 등 가족이 지분의 90% 이상을 소유고 있는 A종합건축사사무소(A건축)가 종로구 관내의 빌딩을 매입했는데, 이후 주변 일대에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특혜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시사저널, A건축 2017~19년도 재무제표 확인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2021 공직자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김 구청장은 89억4990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전국 기초단체장 가운데 재산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구청장의 재산 신고내용 중 ‘비상장주식’을 살펴보면, A건축의 비상장주식을 본인이 1만4600주, 배우자가 1200주 보유하고 있다. 가치는 액면가(주당 1만원)로 계산해 1억5800만원으로 신고했다. “주가변동, 비상장주식 변동 없음”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공직자윤리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비상장주식은 액면가가 아닌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한다. 실거래가 산정이 어려우면, 공직자윤리법시행령 제4조의 2 제3항 제2호에 따라 ‘주당 평가액’을 구하고 보유주식 수를 곱해 신고해야 한다. 주당 평가액을 구하기 위해서는 최근 3개 사업연도의 ‘주당 당기순이익가치’, ‘주당 순자산가치’ 등이 필요하다.

시사저널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A건축의 감사보고서에 기록된 2017~19년도 재무제표를 확보했다. 2020년 감사보고서는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시사저널은 정확성과 공정성을 위해 공인회계사에게 A건축의 주당 평가액을 의뢰했다. 이에 따르면, 2017~19년도 실적을 바탕으로 한 2019년 12월31일 기준 A건축의 주당 평가액은 50만7253원이다. 김 구청장이 신고한 1만원보다 50배 이상 많은 액수다. 전체 액수로 따지면 80억1459만원으로, 신고된 1억5800만원과 약 78억원 차이가 난다.

시사저널은 2020년 재무제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A건축의 ‘현재’ 주당 평가액을 알아보기 위해, B신용평가기관에서 작성한 A건축의 기업신용분석보고서(결산기준일 2020년 12월31일)의 재무 정보를 참조했다. 이를 공인회계사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A건축의 2021년 현재 주당 평가액은 54만5080원으로 산정됐다. 김 구청장·부인이 보유하고 있는 A건축 주식의 현재가액이 86억1226만원이라는 얘기다. 즉, 김 구청장은 공직자 재산등록에서 84억5426만원을 축소해 신고한 것이다. 김 구청장이 신고한 재산 총액이 89억여원인 것을 감안하면, 김 구청장은 재산을 2분의 1만 신고한 셈이다.

김 구청장 일가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A건축사사무소 ⓒ시사저널 박정훈
김 구청장 일가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A건축사사무소 ⓒ시사저널 박정훈

 

백지신탁 맡겼지만 11년째 처분 안 해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는 업무와 관련된 주식을 3000만원 이상 보유할 경우 주식백지신탁 제도에 따라 한 달 이내에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 하거나 직무 관련성 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백지신탁은 금융회사 등에 명의를 신탁해 본인 소유 주식이라 해도 마음대로 사고팔거나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고위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것이다.

3선인 김 구청장은 첫 당선 직후인 2010년 11월 A건축의 주식에 대해 백지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처분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 백지신탁 한 주식을 처분하지 않은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김 구청장은 기간 면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김 구청장 외에도 고위 공직자들의 백지신탁 규정 위반은 다반사였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혁신처의 ‘고위 공직자 주식백지신탁 및 직무 관련성 심사 청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15~19년) 백지신탁 제도를 위반한 고위 공직자가 전체 심사 건수(729건)의 41%(297건)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11건으로, 전체 위반 건수의 3.7%만 처벌을 받았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인사혁신처는 올해 6월부터 백지신탁을 했더라도 주식을 6개월 이상 처분하지 않으면 관할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직위 변경을 권고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김 구청장과 A건축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 구청장 일가가 사실상 소유한 A건축은 지난 2016년 법원 경매를 통해 종로구 창신동 소재 4층 건물을 매입했다. 그런데 종로구청이 2018년부터 이 빌딩 인근 지역에 대한 재개발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 일대는 2010년경 재개발이 추진됐다가 3년여 만에 중단된 적이 있다. 즉, 구청장 일가의 건축회사가 건물을 시세보다 싸게 사들인 후 중단됐던 재개발이 다시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 구청장은 “지난해 공직자윤리법시행령이 바뀐 후 A건축 주식 가치를 새롭게 신고해야 되는지 주변에 알아봤다. 그런데 (주변에서) 한번 등록한 비상장주식은 다시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따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재산을 숨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즉, 법이 바뀌었지만 11년 전에 재산등록을 해놨기 때문에 다시 신고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이어 김 구청장은 재개발 논란과 관련해 “A건축의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종로구 관내에 건물을 산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속상하고 구민들에게 죄송하다”면서 “재개발이 다시 시작된 것은 종로구청의 의지가 아니다. 서울시가 공문을 통해 해당 지역에 대한 재개발을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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