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환상과 현실 사이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9.28 11:00
  • 호수 166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존 화석연료나 전기차 비해 ‘가성비 갑(甲)’…지나친 낙관론은 약보다 독 될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할 때가 2019년 1월이었다. 2030년까지 수소차와 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하는 것이 목표였다. 당시의 주된 관심사는 수소차나 연료전지 등을 전략적으로 수출 상품화하는 것이었다.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먼저 국내시장 창출이 필요했다. 당연히 수소경제의 성공을 위한 우선 조건은 민간기업들의 수소 사업 진출이었다.

하지만 수소경제에 대한 관심은 고비를 넘어야 했다. 한때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바람이 불고 주목도 받았지만, 기술력과 경제성의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열기는 꺾이는 듯했다. 그러다 2020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면전환이 다시 일어났다. 기후위기의 현실 앞에 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ESG 경영 등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 역시 커졌다.

ⓒ연합뉴스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이 제정·시행된 2월5일 서울 마포구 상암수 소충전소에서 관계자가 충전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대기업들의 수소 사업 진출 잇달아

실제로 최근 들어 수소 사업 진출을 선언한 국내 기업이 크게 늘었다. 최근엔 현대차와 SK, 포스코, 롯데, 한화그룹 등 국내 15개 대기업이 공동으로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현재까지 기업들의 투자계획만 고려한다면, 당분간 국내 수소산업은 공급과잉 상태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우리나라는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시행했고, 수소경제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수소법에 따라 정부는 지금까지 19개의 수소 전문기업을 지정해 판로 개척과 기술 사업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관심과 열기는 다시 살아난 듯하지만, 수소 사회 실현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수소는 산소나 탄소 등과 결합한 화합물 형태로만 존재한다.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화합물로부터 수소를 분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수소 생산에는 많은 연료와 전기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오염도 발생한다. 수소 생산 기술의 태생적 한계다. 수소차도 복잡한 ‘연료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 그래서 수소차는 사실 연료전지를 탑재한 전기차가 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연료전지에 필요한 수소를 생산하는 데도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사실 ‘친환경성’과 ‘경제성’은 수소를 얻는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현재 생산·공급되는 수소의 90%는 석유화학이나 철강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다. 추가 설비투자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경제성도 있고 활용 잠재력이 크지만 역시 탄소를 과다 배출한다는 단점이 있다. 친환경성을 극대화하려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생산하는 이른바 ‘그린수소’ 공급을 늘려야 한다. 문제는 생산단가가 크게 뛴다는 점이다. 이런저런 기술적 한계와 경제적인 문제로 수소경제에 비관적인 전망은 여전하다. 오죽하면 수소경제에 대한 과다한 홍보는 화석연료 기업들의 생명 연장을 위한 음모에서 비롯한다는 시각까지 있을까.

물론 수소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수소는 우주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무한한 자원이다. 화석 에너지와 비교하면 훨씬 낮은 온도에서 더욱 빠르게 더 많은 열에너지를 낼 수 있다. 수소연료 자동차의 경우 전기차보다 주행거리는 길고, 충전시간은 짧다. 승용차는 몰라도 상용차 부문에서는 수소차의 특징이 주목받는다. 결국 수소 사회로의 전환에 필요한 것은 기술력이다. 무엇보다 현재 1%에 불과한 ‘그린수소’를 대량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유통 비용도 줄일 필요가 있다.

최근 상황은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떨어지고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경제성 확보를 위한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기술 개발도 진전이 있다. 독일에서는 이미 천연가스를 통해 수소를 얻으면서도 대기 중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가스에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뒤, 온도를 높여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분리하고 일산화탄소는 플라스틱 원료로 공급하는 방법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연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기술 개발을 통해 수소 가격을 지금보다 80% 낮춰 2030년에는 수소 1kg을 1달러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래 기술의 성패를 지금 전망하기는 어렵다.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성공을 확신할 수도 없는 일이다. 사실 수소는 당장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완성된 기술이 아니다. 이제야 유용성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앞으로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미래 기술이다. 지금으로서는 미래차의 주력도 수소차가 아닌 전기차다. 수소경제의 성공에는 전기차의 효율성에 못지않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꼭 필요하지만, 과연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언제 전기차 못지않은 경제성과 환경성, 안전성을 갖출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 수소차의 제조원가는 전기차보다 50% 가까이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심 기술 확보와 부품 국산화가 관건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기술 개발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는 비교적 앞서 나가고 있다. 모빌리티와 발전 분야 및 충전 인프라 운용에서는 세계 일류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소의 생산과 저장, 운송 기술력에서는 아직 80%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은 높지 않다. 현재 전 세계 수소경제 관련 특허출원 중 한국의 비중은 8.4%에 그치고 있다. 일본의 30%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높은 목표는 필요하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순화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약 7000만 톤의 수소가 생산된다. 전체의 7분의 1은 미국이 생산한다. 수소 에너지의 공급 인프라에서도 우리는 앞서 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0기의 수소충전소를 갖췄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1년 8월초 기준으로 전국에 100여 기가 건설돼 68곳의 수소충전소가 상업 운영 중일 뿐이다.

현재 세계 수소차 시장도 현대차와 도요타의 경쟁 구도로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22년까지 수소 공급가격을 kg당 6000원까지 낮추고, 전국에 310개 수소충전소가 구축돼야 한다. 현재 공급가격은 kg당 8000원이다. 해야 할 일이 많다. 예측은 어렵지만 수소경제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우리는 비교적 앞서 가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수소로 한국 경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식의 지나치게 과장된 기대가 해야 할 일을 잘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