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1만2000개 기업이 해외로 나갔다 [쓴소리 곧은소리]
  • 이승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inpaqlee@inpaq.com.tw)
  • 승인 2021.09.28 07:30
  • 호수 1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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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 돌아온 기업은 52개 불과…반기업 정서와 규제 만능주의를 어찌하나
기업 이익은 5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투자 축소로 청년 일자리 창출 암담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22년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2%로 추락이 예상되고, 1%대까지 추락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4년(2017~21년)간 기업 이익(법인과 자영업자가 국내외에서 1년간 올린 매출액 중에서 원가와 세금 등 각종 비용을 빼고 남는 이익을 뜻함)도 5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1.7% 성장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이“1997년 외환위기 직후보다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추세로 외환위기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두렵다”고 경고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규제 법안과 반기업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오른쪽 사진)이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카카오 지주회사 케이큐브홀딩스가 허위자료 제출 등의 혐의로 최근 공정거래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선을 앞두고 반기업 정서를 고조시켜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리는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일본의 베스트셀러 《경제위기를 모르고 사는 한국인》

일본인 작가 미쓰바시 다카아키의 《경제위기를 모르고 사는 한국인》이라는 책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내용 중에 ‘한국 경제는 좌파정권 4년 만에 거덜났다. 한국에는 탈북자가 1만 명

정도 되지만 탈남자(한국인의 해외 이민자를 뜻함)는 매년 8만 명이 넘는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6월에 초판 5000부를 판매한 후 불과 3개월 만에 4판 인쇄에 들어간다고 한다. 혐한 분위기에 편승해 책을 팔려는 얄팍한 상술과 일본 사회 일각의 질투 혹은 저주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겠지만 우울한 통계가 너무 많다.

그런데 한국을 떠나는 것은 ‘탈남자’만이 아닌 것 같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약1만2000개 기업이 해외로 나갔고, 52개 기업만이 리쇼어링(국내로 되돌아옴)했다고 한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취임 후 2년(2018년 16%, 2019년 11%)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그리고 2018년 2월에는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이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무려 16시간이나 단축하는 법안으로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급격하게 떨어뜨렸다. 여기에 더해 기업인들을 줄줄이 교도소로 보내 기업가로의 의욕을 꺾어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현황을 직접 설명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그 이후 일자리 상황판을 본 기억이 없다.

일반 가정에서도 수입이 줄어들면 지출을 줄이듯이 기업도 이익이 줄어들게 되면 신규 투자를 축소하거나 보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악순환 구조에 빠져 고용은 감소하고 글로벌 경쟁력은 약화되어 무역 중심 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추락하게 된다.

정부나 국회가 규제법안을 양산해 내는 것을 보면 기업의 뒷다리를 못 잡아서 안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1대 국회가 2020년 5월 개원한 이후 1년간 발의된 법안이 무려 9300여 건에 달했다고 한다. 무분별하고 상충하는 법안들이 매일 수십 건씩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터널 속에서 지내면 터널 내부만 보인다. 그런 환경에 적응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작동한다. 이 정부 사람들, 특히 집권당의 주류 의원들 상당수는 마치 터널 안에서 지내는 것 같다. 터널 바깥에 있어야 터널 안과 밖 전체를 볼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인으로 살다 보면 바깥세상의 시선으로 우리 내부를 보게 된다. 현 정부 들어 만들어진 규제 중에는 글로벌 기준에서 보면 터무니없는 것이 너무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중대재해 처벌법이다. 내년 1월27일부터 시행한다. 단 한 번의 사망 사고로도 대표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법인에도 50억원 이하 벌금 및 영업 중단과 같은 행정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법안 중 형벌을 받게 될 수 있는 기업의 경영 책임자가 누구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고,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도 충분한 규제가 가능함에도 법안 통과를 밀어붙였다고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정부 규제가 기업 활동에 초래하는 부담은 141개국 중 세계 87위 수준으로 베트남(79위), 방글라데시(84위)에 비해서도 매우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부 규제가 심한 것은 기업에 대한 불신과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기업 규제가 지속되면 해외 이전 또는 사업을 매각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의 대표자들은 ‘마치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이다’라고 토로하고 있고, 상당수 외국계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에서도 법적인 책임을 지는 대표직 자리를 사양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500대 기업의 55%, 하반기 신규 채용 결정 못 해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만 18~29세 5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 결과, 약 63%가 향후 일자리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고,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약 55%가 하반기 신규 채용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는 삼성전자 등 세계적 기업이 많고, 국가 발전과 국민의 행복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업가가 많다. 또 잘 훈련되고 충성심 강한 근로자들이 있으며, 정부 부처에도 실력과 사명감을 겸비한 공무원들이 즐비하다.

대한민국이 아시아에서 리더십을 갖기 위해서는 경제 규모가 현재보다는 최소한 3배 정도는 더 커져야 한다. 일본은 정치력 부재로 경제가 쇠퇴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활기를 잃어버렸다. 우리 대한민국이 G3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홍콩이 누려온 아시아 금융허브를 서울에 유치하는 등 서울을 금융과 문화 등에서 아시아의 수도로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제라도 지나친 규제를 지양하고 반기업 정서에서 탈피해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득이 증가해 국민의 삶이 윤택해질 수 있다. 또 영세 상공인들도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도와주지 못할망정 발목은 잡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승현은 누구1958년생. 1990년대 삼성전자 일본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전자상거래를 통한 LCD액정 모니터 판매’ 방식으로 폐쇄적인 일본 시장을 뚫었다. 2006년 인팩코리아를 창업했고, 한국외국기업협회장을 지냈다. 청소년, 대학생을 상대로 한 장학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승현은 누구
1958년생. 1990년대 삼성전자 일본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전자상거래를 통한 LCD액정 모니터 판매’ 방식으로 폐쇄적인 일본 시장을 뚫었다. 2006년 인팩코리아를 창업했고, 한국외국기업협회장을 지냈다. 청소년, 대학생을 상대로 한 장학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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