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우연’일까, 카르텔 ‘민낯’일까…대장동 의혹에 싸늘한 여론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9.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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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퇴직금에 아파트 매입, 절묘한 부동산 매각까지 의구심 키우는 ‘우연’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9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긴급보고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 특검 수용'을 민주당에 요구하고 있다. ⓒ 국회 사진기자단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9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긴급보고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 특검 수용'을 민주당에 요구하고 있다. ⓒ 국회 사진기자단

산업재해와 성과급을 반영한 50억원 퇴직금(곽상도 의원 아들), 화천대유가 보유한 아파트 '줍줍' 분양(박영수 특검 딸), 김만배 누나와의 절묘한 부동산 거래(윤석열 전 총장 부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한 논란이 확전하고 있다. 고액 퇴직금 논란과 아파트 분양에 이어 이번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친의 부동산 매매 이력까지 불거져 나왔다. 

의혹 당사자들은 모두 "특혜는 없었다"며 '우연'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의혹과 논란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해명과 설명이 거듭되고 있지만, 쏟아지는 의혹이 해소되기는 커녕 법조·정치·언론·토건이 얽히고 설킨 '카르텔'만 더 부각하고 있어서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 ⓒ 시사저널 박은숙
아들의 화천대유 고액 퇴직금 논란에 휩싸여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무소속 의원 ⓒ 시사저널 박은숙

짜맞춘 듯 반복되는 '우연(?)'

대선 이슈로 급부상한 대장동 특혜 의혹이 전 국민의 관심사로 확대된 것은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고액 퇴직금 지급 사유가 '산재'에 따른 것이란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의 발언이 나온 이후 공분은 더 커졌다. 

일반적인 경우 산재로 사망하더라도 보상금으로 수억원이 지급되는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곽 의원 아들이 밝힌 증상은 '이명'과 '어지러움'이었다. 50억원을 퇴직금으로 책정할 만한 중대한 재해를 입었다는 것이 화천대유 측과 곽 의원 측 주장이지만, 관할 고용노동청에는 신고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화천대유의 산업재해와 일반 국민의 산재가 이렇게 다른 세상이라니 국민들이 박탈감을 느낀다"며 "산재를 뇌물을 정당화하는 데 동원하는 것은 산재로 고통받는 많은 노동자와 가족들 가슴에 못을 박는 거짓말"이라고 질타했다.

국민들에겐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절호의 기회'를 화천대유 직원이 거머쥔 사례는 또 있었다. 곽 의원 아들과 마찬가지로 화천대유 직원이었던 박영수 특검 딸은 회사가 분양한 아파트 1채(84㎡)를 분양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특검도 화천대유 법률 고문을 맡아 2억원대의 고문료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특검은 논란이 일자 "여러차례 미계약에 따른 잔여세대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을, 당시 추가 입주자 모집 공고를 통해 누구나 청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 국민에 열려있는 공정한 기회를 통한 매매였으며, 결과적으로 아파트가 딸에게 배정된 것은 '우연'이라는 것이다. 

박영수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 ⓒ연합뉴스
박영수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앞)와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 ⓒ 연합뉴스

하지만 이들의 해명은 화천대유 고문·자문단에 이름을 올린 정계·법조계의 면면, 그들 자녀로까지 이어진 석연치 않은 특혜 제공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고, 견고한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는 점을 더욱 부각하는 꼴이 됐다.

이에 더해 윤 전 총장 부친의 연희동 자택을 2019년 김만배 누나(천화동인 3호 이사)가 매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화천대유 커넥션을 둘러싼 의구심은 더 커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29일 직접 선긋기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예비역 장병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들을 만나 "김만배씨와 개인적 친분은 없으며 매입자 신상을 알 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우연일 뿐"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윤 전 총장은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9월29일 오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모습.   검찰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의사무실·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 연합뉴스
9월29일 오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모습. 검찰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의사무실·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 연합뉴스

셈법 복잡한 野, '이재명 책임론' 부각하며 특검 압박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을 설계한 이재명 지사로 화살을 돌리고 특검 도입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대선주자를 비롯해 내부에서도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29일 연합뉴스에 윤 전 총장 부친의 연희동 단독주택이 2019년 김만배씨 누나에게 매각된 데 대해 "당황스럽다"며 "(윤 전 총장 측은 우연이라고 하지만) 이 지독한 우연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대선 경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도 "로또 당첨만큼 어려운 우연의 일치같은 사건"이라며 "이재명 게이트를 넘어 이젠 법조 비리 게이트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장동 비리 주범들이 전직 최고위 검찰 간부들을 포섭해 자신들 비리 은닉의 울타리로 삼았다는 것이 명확해졌는데, 그들이 검찰에 두터운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박영수 특검을 통해 현직 최고위 검찰 간부에게도 손을 뻗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라며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 측도 논평을 내고 "우연의 일치가 왜 하필 김만배씨와 윤석열 후보 사이에서 일어났을까"라며 "윤 후보와 캠프가 화천대유 비리 의혹에 대한 발언과 논평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너무 적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그 이유가 윤석열 후보 본인이 화천대유 법조카르텔의 동조자이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이준석 대표는 윤 전 총장을 엄호하며 "저가에 매입 또는 고가에 매도해 (윤 전 총장 부친에) 이득을 준 게 아니고, 그냥 매매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건너건너 친인척 관계로 엮이더라는 것"이라며 "의혹이 어떤 지점에 존재한다는 것인지. 이 정도로는 국민이 왜 이런 지적이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용의주도한 설계의 뒷배가 누구인지 더 궁금증만 자아낸다"라며 거듭 이 지사 책임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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