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저승사자’ 공정위 기업집단국에 고발당한 총수는?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9.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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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4년여 만에 대기업 총수들 검찰에 대거 고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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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이 부활 4년 만에 대기업 총수들을 대거 고발하는 등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사익편취·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 등의 혐의와 관련해서다. 2017년 9월 신설된 기업집단국은 과거 대기업 조사를 전담했던 조사국의 사실상 후신이다.

기업집단국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검찰이 첩보를 바탕으로 대기업 수사를 벌이는 관행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주요 기업 수사 대부분은 공정위가 고발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조부가 수사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실상 공정위가 검찰의 기업 수사를 주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기업집단국이 최근 재계에서 ‘저승사자’로 불리는 이유다.

실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공정위의 의결서 등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부활 후 4년 동안 대기업 총수 일가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총 28건을 제재했다. 이 중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건수가 총 17건(60.7%)이다. 불공정거래행위의 행위 주체인 법인과 행위를 주도 또는 인지한 총수 또는 임원진 등이 고발 대상이었다.

총수 고발건 중에서는 총수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를 부당지원해 사익을 편취하도록 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이다. 공정위는 박 사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 그룹 계열사들이 통행세 거래와 우회지원 등 부당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판단, 박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도 검찰에 고발됐다. 이 회장과 그의 장남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에 대림산업(현 DL)이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상표권을 넘겨 다른 계열사들로부터 상표권 수익을 챙기도록 한 사실이 적발된 데 따른 것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총수 일가의 사실상 개인회사가 다른 계열사에 김치와 와인을 강매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위는 또 구자은 LS엠트론 회장과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을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인 LS글로벌코퍼레이티드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계열사 간 거래 단계에 SPC삼립을 넣어 통행세를 거두도록 한 혐의로 각각 검찰 고발했다.

이밖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계열사들의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공정위는 다만 삼성웰스토리의 구내식당 일감 몰아주기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닌 최지성 삼성전자 전 미래전략실장을 고발했다.

위장 계열사를 숨기기 위한 이유 등으로 계열사 공시 등 지정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로 고발된 총수도 적지 않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명예회장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및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정몽진 KCC 회장,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 등 6명이 그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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