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압박에 ‘백기’ 든 與…언론중재법 강행처리 사실상 포기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9.29 19: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회의 상정 불발…국회 특위 구성해 연말까지 논의키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재논의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재논의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9일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강행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국회 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추가 논의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의 신중 기류와 당내 반대를 의식해 사실상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모든 흐름을 감안할 때 오늘 언론중재법을 상정해 처리하는 것은 어렵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지도부는 언론중재법을 오늘 상정해 처리하지 않되 국회 내 특위를 구성해 언론중재법과 정보통신망법, 방송법, 신문법 등을 함께 언론개혁이라는 취지 하에서 같이 논의하는 것으로 가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후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한 자리에서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위’를 구성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등을 재논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특위는 여야 동수 18일으로 구성하기로 했으며 활동 기간은 올해 12월31일까지다.

이로써 지난 8월 임시국회 때부터 이어진 언론중재법 대치 국면은 또 한 번 순연됐다. 지난달 여야 원내대표 합의로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한 달 유예하기로 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민주당이 특위 활동 기간을 연말까지로 못 박았기 때문에 개정안의 연내 처리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선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강행 처리 기류를 보였으나, 오후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거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의총과 최고위 회의에선 각각 찬반 격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친문 의원을 중심으로 “대선을 앞두고 ‘입법 독주’ 비판을 받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반면,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선 “개혁안 처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 의지를 보여 온 민주당에서 때아닌 신중론이 힘을 얻은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언론중재법 대치 국면 초반에는 입장 표명을 자제했지만, 지난 23일 미국 순방 귀국길에서는 “충분한 검토”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국내외 언론단체를 중심으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부담을 느낀 문 대통령이 사실상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결국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언론중재법 단독 처리 대신 국회특위 제안으로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진 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최종 결정을 당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며 “당대표가 최종적으로 이 같은 방향을 정하고 동의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