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가 윤석열에게도 악재일 수 있는 이유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10.01 12:00
  • 호수 1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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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게이트’로 번지는 대장동 개발 의혹
경선 버스 막 출발한 국민의힘, 향후 홍준표·유승민 공세 예고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른바 ‘대장동 개발 의혹’은 정치·법조·재계·언론계를 망라한 초대형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 의혹의 대상도 전방위적이다. 그 불길은 야권으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특히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국민의힘 경선 후보에게 직간접적인 악재로 작용할 분위기다.

ⓒ연합뉴스·시사저널 임준선
ⓒ연합뉴스·시사저널 임준선

‘역공’ 빌미 제공한 尹과 국민의힘

‘이재명 게이트’ ‘국민의힘 게이트’ 등 대장동 의혹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연루자 면면을 보면 ‘검찰 카르텔’이 가동된 ‘법조 게이트’에 가깝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과거 검찰 수장으로서 윤 후보가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고 공격받는 이유다. 당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윤 후보 이름이 여러 의혹과 함께 오르내리면서, ‘화천대유는 누구겁니까’를 물었던 야당의 대여(對與) 메시지는 날로 희미해지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이재명 후보다. 그가 각종 의혹에 연루됐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사업의 ‘설계자’이니만큼 논란의 최대 지분을 갖는 건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외 등장인물들은 ‘아들 퇴직금 50억원’ 논란의 검찰 특수통 출신 곽상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등 법조계 인사가 다수를 차지한다. 면면을 따져보면, 검찰총장을 지낸 윤 후보와 관계의 거리가 더 가까운 인물이 적지 않다. 딸이 화천대유 직원이었으며 본인 또한 수개월간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박 전 특검이 대표적이다. 윤 후보는 2016년 말 특검팀의 수사팀장으로서 함께 일한 바 있다.

나아가 2019년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자리에 오르기 직전, 그의 부친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누나에게 시세보다 낮게 집을 매도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나면서,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김씨와의 관계 또한 의심받고 있다. 윤 후보로선 대선 최대 경쟁자인 이재명 후보를 향한 공격과 자신의 의혹에 대한 해명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여당엔 윤 후보까지 논란의 판에 끌어들일 수 있는 ‘역공’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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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4일 경기도 성남시청 인근 교차로에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상반된 의미를 담은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연합뉴스

내상 입은 尹의 ‘공정’

윤 후보가 대선 출마와 동시에 최우선으로 내건 가치는 다름 아닌 ‘공정’이었다. 출마의 첫 번째 이유도 다름 아닌 공정의 재정립이었다. 따라서 공정의 훼손은 윤 후보로선 곧 대권 도전 명분과 의의 자체의 훼손과도 같다. 그러나 윤 후보는 부인·장모 등 잇단 가족 리스크와 검찰총장 시절 ‘고발 사주 의혹’ 등을 거치며 조금씩 내상을 입어왔다. 이번 화천대유 사태와 관련해 지금의 공세에 끌려가거나, 의혹에 연루된 법조 관계자 중 검찰 시절 윤 후보와의 인연이 제기될 경우 그때마다 상당한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윤 후보에게 이번 판이 만만치 않은 리스크가 될 이유는 또 있다. 사실상 이재명 후보가 본선 후보로서 ‘굳히기’에 나서고 있는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의 경선 버스는 이제 막 출발선을 떠난 상태라는 점이다. 본선 진출이라는 일차적 목표까지 윤 후보 앞엔 아득한 난관들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윤 후보와 당내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전방위 공격수 홍준표 후보의 공세는 더욱 강해질 일만 남았다. 이미 홍 후보는 윤 후보를 ‘알았으면 범죄, 몰랐으면 무능’ 프레임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9월28일 당 경선 후보 TV토론회에서 홍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대장동에 그렇게 악취가 났는데 검찰총장일 때 몰랐느냐”며 “몰랐으면 무능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윤 후보는 “(과거와 달리) 검찰 내 범죄 정보를 수집하는 기능이 완전히 줄어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튿날 홍 후보 측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궁색한 변명”이라며 “박영수 전 특검의 연루 사실 정도는 분명히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여전히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당내 지지율 선두 자리를 사수하고 있지만, 그 지지율이 경쟁 후보들을 압도하진 못하고 있다. 반복되는 실언과 검찰 관련 의혹들로 오히려 지지율이 점점 더 박스권에 갇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교체를 가능케 할 ‘유일한’ 인물이라던 초반 입지도 점차 흐려지고 있다. 여기에 향후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계속 수세에 몰릴 경우, 지지층 사이에선 그에 대한 불안감이 누적될 수 있다. 추격자인 홍 후보가 당의 기조와 달리 윤 후보와의 내전을 멈추지 않는 것도 이런 점을 노린 것으로 읽힌다.

윤 후보에겐 ‘고발 사주’ 의혹이란 또 다른 화약고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사안 역시 폭발력이 크다고 분석한다. 공수처가 손준성 검사 등 연루자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그 과정에서 향후 또다시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고발 사주 의혹이 이미 잠잠해진 이슈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진행 중인 수사에서 어떤 발언과 정황이 튀어나오느냐에 따라 대장동에서 이쪽으로 주목도가 확 쏠릴 가능성도 있다. 대장동과 고발 사주 의혹을 두고 여야 간 서로 더 묻고 더 덮어가려는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월2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서 현지 주민들 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야권 인사의 도덕성 문제 반복되면 정권교체 당위성 줄어”

국민의힘은 최근 ‘이재명 몸통론’을 내세우며 대장동 의혹에 대한 맹공을 펼치고 있다. 이 후보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기 위함이다. 속속 실명이 거론되고 있는 야권 연루자들은 결국 ‘꼬리’일 뿐, 사업의 시작과 끝엔 모두 이 후보가 있다는 프레임을 굳히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런 공세가 이 후보와 민주당에 가시적인 타격을 주지 못할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또 지금처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야권 인사의 이름이 다시 등장하면 국민의힘은 대선 정국에서 오히려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지금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과반 이상으로 나오는데,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야권 대권주자들의 지지율 합 역시 그보다 훨씬 낮다. 즉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이뤄낼 거란 믿음이 아직 단단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곽상도 의원 아들 건과 같은 도덕성 문제가 추가로 터진다면, 국민 사이에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장동 의혹이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에‘만’ 리스크라는 수식이 정답이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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