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發 악재로 전 세계 증시 ‘빨간불’
  •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21.10.14 10:00
  • 호수 1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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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프닝(경기 재개) 기대했는데···美 ‘연방정부 부채’에 中 ‘헝다’ 파산 우려로 위기감 커져

리오프닝(경기 재개) 기대감이 감돌던 글로벌 증시에 비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료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경제의 양 축인 미국과 중국에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는 소식들이 연일 전해지고 있다. 미국에선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와 긴축정책 조기 실행 이슈가 나왔고, 중국에선 헝다그룹 파산 위기와 전력난 심화 악재가 불거졌다. 여기에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 주가가 크게 유동쳤다. 지난 한 달간 S&P 500 지수는 4.8% 하락했다. 월간 기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급락했던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었다. 지난달 7일 사상 최고치(15403.44)를 기록했던 나스닥은 한 달간 5.3% 내렸고, 다우지수 역시 4.3% 하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달 들어서도 미국 증시의 하락세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10월6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위안화와 달러 대비 환율 등 외환 관련 그래프를 살피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10월6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위안화와 달러 대비 환율 등 외환 관련 그래프를 살피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코스피도 한 달 동안 8% 넘게 하락

국내 증시의 상황은 더하다.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사상 최고치 기록을 쓰며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 주요 지수들과 달리 국내 증시는 박스권에서 움직이다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1일 3195.67로 시작했던 코스피는 10월6일 장중 2926.71로 한 달 동안 8.4%나 내렸다. 코스피가 3000선 아래서 거래된 것은 올해 3월 이후 처음이었다. 코스닥 지수도 이 기간 10% 가까이 하락했다.

이는 당초 시장 기대와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리오프닝에 따른 경제성장 기대감이 있었다. 일부 증시 전문가는 “국내 상장사의 이익 성장이 예상된다”며 “올해 안에 코스피가 3600선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외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한 배경에는 세계경제의 양 축인 미국과 중국에서 연이어 불거진 악재가 자리 잡고 있다. 우선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 가능성이 증시 불확실성을 높였다. 미국 연방정부의 국가부채는 지난 9월 중순 기준 28조4000억 달러를 초과했다. 법정 한도인 22조 달러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0월18일을 데드라인으로 두면서 미국 의회가 연방 부채 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기침체를 맞을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야당인 공화당과 부채 한도를 높이려는 협상을 진행했지만, 진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부채 한도를 높인다고 하더라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 문제가 여전히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긴축 가능성도 증시에는 좋지 않은 소식으로 해석된다. 미 연준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곧 시작해 내년 중반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상 시기도 내년으로 앞당길 것이라고 연준은 시사했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을 회수하겠다는 의미로, 증시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중국발 이슈들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한 요인들 중 하나다. 우선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을 시작으로 한 중국 기업의 부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현재 헝다그룹 부채는 1조9500억 위안(357조원) 규모로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이자만 7500억원 수준이다. 헝다그룹은 알짜 자회사 매각 등에 나서고 있지만 부채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판타지아의 유동성 위기마저 최근 불거지면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전력난도 글로벌 리스크로 번지고 있는 흐름이다. 최근 석탄 가격 상승과 재고 부족으로 중국 내 일부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했다. 산업용 전기의 제한 공급이 이뤄지면서 중국 공장 수천 곳의 가동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전력난은 헝다그룹 부채 위기보다 더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전력난은 중국 정부의 정책 실수 또는 오판 가능성에 기인한 것으로 단순히 석탄 수입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재정 확대와 같은 중국 당국의 정책적 대응이 늦어질수록 중국 및 글로벌 성장률에 대한 기대가 한 차례 더 떨어질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당분간 투자전략도 방어적으로”

이 밖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위협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유(WTI) 선물의 경우 지난 5일 배럴당 78.93달러를 기록하면서 7년래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천연가스는 올해 초 대비 400% 폭등하며 유럽 내 에너지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는 상태다. 이미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며 증시에 충격을 준 상태인 데다 기업들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악재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방어적인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증시의 상승 흐름은 실적 기대감과 연결됐었다. 그러나 최근 유가 상승을 비롯한 각종 악재들이 실적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 되면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실적에 이 같은 악재가 반영돼 눈높이가 조정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방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시장의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한다. KB증권은 지난 10월5일 ‘우려의 정점을 향해 가는 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발 우려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라면서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했을 때 국내 증시의 가격 레벨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점 △디폴트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 탓에 결국 미국 국회의 부채 한도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 △중국의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시장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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