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차선끼리 경쟁하는 비호감 대선 드라마
  • 박명호 동국대 교수ㆍ정치학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15 17:00
  • 호수 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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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까지 140여 일. ‘기이하며 독특한 대선’이라고 한다. 뒤돌아보면 언제나 새로웠던 한국 정치와 선거였기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첫째, ‘비(非)호감의 대선’이다. 민주당 대선후보와 야권 유력 후보의 비호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한단다. 물론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의 지지율은 박스권을 유지한다. 두 후보의 위기를 곧 대선 패배로 받아들이는 지지층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의혹이라도 상대를 이길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그들은 믿는다.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둘째, ‘정치의 사법화’다. 두 후보 모두 피고발인으로 동시에 수사를 받고 있다. 경실련은 이재명의 대장동을 “국민을 상대로 장사하고 민간업자에게 과도한 부당이득을 안겨준 공공과 짬짜미 토건부패 사업”이라 하고, 민주당은 청부 고발 건을 “윤석열 대검이 기획하고 국민의힘을 배우로 섭외해 국정농단을 일으키려 한 사건”이라고 비판한다.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가 대선을 좌우한다.

셋째, 비호감과 정치의 사법화는 두 후보의 ‘적대적 공생’을 가능하게 하지만 지지층 바깥쪽 사람들은 멀어지게 한다. “가장 적합한 후보가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유권자 절반 언저리에 불과하고, 10명 중 4명은 “적합한 후보가 없지만 차선을 선택하겠다”고 말한다.

‘독특하고 기이한 대선 드라마’ 2막은 양당 후보의 확정이다. ‘민주당판 사사오입’ 논란은 이재명의 승리를 가렸다. 당장 “결선투표를 도둑맞았다”는 이낙연 지지자들의 허탈감 달래기가 중요하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도깨비 장난인지 미스터리하다”고 수군대는 62대 28의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다. 이 때문에 ‘계산법 채택에 기댄 후보 확정’ 논란이 불가피했다. ‘도덕성 떨어지는 후보 1위’란 이재명 평가가 국민의힘 소속 후보 모두의 부정평가를 합한 것보다 높게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낙연 조직 동원이 작용했다 하더라도 30만여 명의 국민선거인단 대부분은 민주당 지지의 자발적 참여자와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중도층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동 영향’이라는 설훈 의원 말처럼 “대장동에 대해 국민들이 이해했다”는 건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민주당과 이재명 핵심 지지층인 86세대 일부가 유보층으로 이동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이재명 컬러를 유지하면서 문재인과의 차별화와 중도 확장을 어떻게 동시에 진행하느냐다. 언론법 논란 때 속도 조절보다는 강행처리를 주장했던 ‘진보 정체성’은 시장과 도지사로서의 성과 창출과 함께 이재명 컬러의 핵심이다. 차별화와 이낙연 지지층 흡수는 이재명 대선 승리의 필요조건이다.

13일 오후 KBS 제주방송총국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주 토론회 시작 전 후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13일 오후 KBS 제주방송총국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주 토론회 시작 전 후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기이하고 독특한 대선 드라마’ 2막은 국민의힘 후보 확정으로 끝난다. 8강전의 평가는 박하다. “무속이 나오고 부적이 나오고 항문침에 급기야 도사까지 나와 경선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 수준을 어디까지 떨어트리고 국민들을 얼마나 부끄럽게 할 것이냐”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4강전은 제1야당의 수권 능력을 보여주고 확인하는 어젠다 경쟁이어야 한다. 어떤 시점에 어떤 리더십이냐에 따라 선거는 물론이고 국가의 운명까지 바뀌는 사례가 많다. 독일 정치판을 정책 토론장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메르켈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반문(反文)’의 중심을 넘어 시대정신 실현의 구심점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 고연령층과 국민의힘 지지층 그리고 TK 지역 지지도가 높아 후보가 될 가능성은 있지만 수도권이나 MZ세대, 중도층으로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윤석열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 윤석열’이 아니다. 정권교체의 대선 승리다. 그렇다면 누가 되든 2번을 찍을 사람들이 아니거나 아니었던 사람들을 누가 가져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대선 드라마 제2막의 끝이 궁금하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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