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렸다’ 광주 어등산관광단지 16년 돌고돌아 원점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10.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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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공공 개발로 가나’
시, 전문가 참여 TF가동…“속도감 있게 재추진하겠다”
제2소송전으로 가나…사업자 취소 서진건설 대응 ‘주목’

‘16년째’ 장기 표류 중인 광주 어등산관광단지 조성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광주시가 우선협상대상자 취소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고 개발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사업자 취소는 발주처인 광주시와 사업자인 서진건설이 총사업비와 보증금 규모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광주시는 기획단(TF)을 구성하고 공론화를 통해 기존 민간개발을 비롯해 공공개발, 민관합동개발 등 사업방식을 재검토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사업 조감도 ⓒ광주시
광주 어등산관광단지 조성사업 조감도 ⓒ광주시

광주시, 서진건설 측 전향적 변화 없자 ‘결단’   

광주시는 14일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민간사업자 사업제안 공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시가 우선협상 대상자인 서진건설에 협상 결렬’을 통보한 지 50여일 만이다. 당시 광주시는 쟁점인 총사업비 해석 관련 시의 뜻을 따르든지, 아니면 우선협상 대상자를 반납하든지 태도를 명확히 할 것을 날짜까지 못 박아 압박했다. 그러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시는 지난달 서진건설과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오는 2023년까지 군(軍) 포사격장으로 황폐화한 어등산 일원(273만6000㎡)에 휴양시설, 호텔, 상가 등을 갖춘 유원지를 조성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2005년 계획 수립 이후 당대 지역 굴지의 건설업체들이 사업자로 참여했으나 재정난과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잇따라 사업을 포기하면서 민간사업자들의 ‘무덤’이 됐다. 현재는 17홀 골프장만 덩그러니 들어섰을 뿐 유원지 조성 등은 별다른 진척이 없다.

민선 7기 들어 의욕적으로 사업 재추진에 나선 광주시는 수차례 진통 끝에 2019년 7월, 민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서진건설을 대표 주관사로 하는 가칭 ‘㈜어등산관광개발피에프브이’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져 급기야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서진건설 측이 일부 승소한 뒤 시의 항소포기로 1월부터 재협상이 진행됐다. 1차 소송전으로 깊어진 감정의 골을 삭이고,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광주시와 서진건설은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한 최종 협의를 했다. 

광주시는 14일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민간사업자 사업제안 공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광주시가 우선협상 대상자인 서진건설에 ‘최후통첩’한 지 50여일 만이다.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광주시는 14일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민간사업자 사업제안 공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광주시가 우선협상 대상자인 서진건설에 ‘최후통첩’한 지 50여일 만이다.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총사업비 놓고 의견차…광주시 ‘4826억’ vs 서진건설 ‘197억’ 

그러나 사업비 규모 등을 두고 의견 차이를 보여 사업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광주시와 광주도시공사가 해석한 ‘총사업비’에 대해 서진건설은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협의는 결렬됐다. 그러자 시행사인 광주도시공사는 8월22일 서진건설에 “사업자 공모 지침 관련 총사업비 해석에 관한 협의를 종결하고, 수용 여부를 같은 달 24일까지 최종적으로 회신해 달라”고 통보했다.

민선7기 들어 잘 추진될 것이라던 어등산관광단지 조성사업의 암초는 역시 ‘돈’이었다. 최대 쟁점이던 사업이행 보증금이 결국 발목을 잡은 것이다. 양측은 공모 지침에 따른 협약이행 보증금 납부 규모를 놓고 장기간 실랑이를 벌였다. 먼저 광주시와 서진건설은 사업자가 납부해야 하는 담보금 성격의 ‘사업이행 보증금’ 납부액을 결정하는 근거인 총사업비 규모에서부터 입장 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광주시는 총사업비가 4826억원이라고 주장한 반면, 서진건설은 총사업비가 1/25인 193억원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시와 도시공사는 총사업비의 10%인 480억원을 사업이행 보증금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사업자는 기반조성 사업비 193억원의 10%인 20억원만 내겠다는 입장이었다. 서진건설 측은 공모 지침상 총사업비는 민간투자법에 준용한다는 관련법에 따라 기반조성 사업비 외 관광호텔·생활형 숙박시설 건설은 부대사업에 해당하므로 이 비용은 총사업비에 포함돼선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또 소송전으로 가나

시는 서진건설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전향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자 결단을 내렸다. 사업 제안 공모지침서에서 정한 우선협상대상자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며 청문 절차 등 행정 절차를 거쳐 최종 취소 처분했다. 이에 따라 제2 소송전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서진건설 측이 이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반면, 광주시는 전문가·학계·시민단체 등으로 기획단(TF)을 구성하고 기존 민간개발을 비롯해 공공개발, 민관합동개발 등 사업방식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김준영 시 문화관광체육실장은 “본격적으로 TF팀을 가동해 합리적인 재추진 방안을 마련하고 시민, 사회단체, 의회 등 광주공동체와 공론화를 통해 속도감 있게 재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섭 시장은 지난 5일 시의회 임시회에서 “도시공사가 공공개발하거나 시와 민간이 공동개발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재정 압박이 있겠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최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며 공공개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광주 광산구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 예정지 ⓒ시사저널
광주 광산구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 예정지 ⓒ시사저널

공영개발 성공 ‘부산 오시리아단지’ 모델 급부상

이처럼 이 시장이 어등산 관광단지에 대해 공영개발을 거론하면서, 부산시의 오시리아 관광단지 개발 모델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5년 부산시와 광주시는 각각 관광단지 개발 계획을 동시에 발표했는데, 16년이 흐른 현재 공영개발 방식을 선택한 부산시만 사업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기장군 일대에 관광단지 개발을 선언하고, 부산도시공사 주도의 공영개발 방식을 선택한 끝에 현재 테마파크와 아쿠아월드 등 오시리아관광단지 내 시설 34개 중 32개에 대한 투자유치 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오시리아 관광단지 사업은 총 사업비만 총 6조원에 이르는 메가 프로젝트로, 현재까지 투자 유치된 민간 자본만 총 1조 1649억원에 이른다. 아쿠아월드 등 오시리아 전체 관광시설이 문을 여는 2024년께면 연간 방문객만 200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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