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체포’ 건너뛰고 구속영장 직행한 공수처…윤석열 겨냥했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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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출석 미루는 등 비협조적 태도” 지적
윤 전 총장과 김웅 의원 등 의혹 연루자들에 ‘경고성 메시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0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첫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0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첫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가 손 검사에 대한 대면 조사나 체포영장 청구 없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고발 사주 의혹 피의자로 입건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포함한 핵심 연루자들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공수처는 25일 "지난 주말 손 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출범한 공수처가 피의자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비밀누설·선거방해·공직선거법위반·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 관련자들이 출석을 연기하는 등 반복적인 수사 회피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는 피의자의 경우 통상 체포영장을 먼저 청구하지만, 손 검사의 경우 조사 일정을 연기하면서 증거인멸과 핵심 피의자 간 말 맞추기 등을 우려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 사건 피의자 등 핵심적인 사건 관계인들에게 출석해 수사에 협조해 줄 것을 누차 요청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출석을 계속 미루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핵심 사건 관계인의 출석 조율 여부나 그 일자 등에 관하여 일부 오보도 있어 공보심의협의회의 의결을 거쳐 영장 청구 사실을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재직 당시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근거 자료 수집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대검에서 작성한 고발장 초안을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 측에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공수처는 지난달 10일 손 검사의 대구고검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과 함께 사건 당시 손 검사의 지휘를 받던 성아무개 검사(당시 수사정보2담당관)와 대검 검찰연구관 A 검사 등도 압수수색했다. 최근에는 A 검사와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소속돼 있던 수사관들을 불러 당시 조직 업무와 손 검사의 고발장 작성 지시 여부 등을 조사했다.

공수처는 압수한 분석물과 제보자 조성은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등 증거물을 토대로 손 검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할 방침이었지만, 손 검사 측이 이에 협조하지 않아 난항을 겪어왔다. 

2020년 12월10일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윤 총장 측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0년 12월10일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윤 총장 측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점으로 고발 사주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또 다른 인물들에 대한 공수처의 신병 확보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히 조성은씨가 휴대전화를 복구해 공개한 김웅 의원과의 녹취록에는 김 의원이 구체적으로 고발장 접수를 지시하고 개입한 정황이 담겨 있어 김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수처는 내주께 김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를 목표로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한 인물에는 윤 전 총장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정치적인 파장을 고려해서라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법원의 첫 판단을 받게 된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영장 발부' 또는 '영장 기각' 여부에 따라 수사에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소환 및 체포 절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배경에 손 검사의 개입을 입증할 만한 단서를 확보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소환 조사 여부도 손 검사에 대한 영장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정치적 수사' 비판을 의식한 듯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최우선시하며 수사에 임하고 있고 내년 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신속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사건 관계인들의 협조를 거듭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손 검사에 대한 영장청구는) 형사소송법(70조·201조)에 따른 적법한 청구이며, 이에 따른 영장실질심사 절차를 통해 법관 앞에서 양측이 투명하게 소명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공정한 처리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 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6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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