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박빙 승부 따라 결국 제3후보가 캐스팅보터 될 것”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11.01 10:00
  • 호수 1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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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 김관영 전 의원
“정치 개혁에 대한 의지 가장 큰 후보 도울 생각…모두 열려 있다”

‘정쟁’만 있고 ‘정책’은 없는 대선 국면이 이어지는 지금, 600페이지에 이르는 정책집을 들고 각 대선 캠프를 노크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지난해 국회를 떠난 후 정책 싱크탱크 ‘한국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킵스)’를 설립해 활발히 운영 중인 김관영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제3당인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지낸 재선의원 출신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2위로 3선에 실패한 뒤 지난 1년여간 정치·행정·경제부터 젠더·청년·노동까지 13개 분야에 필요한 정책들을 꾹꾹 눌러 담아 책을 완성했다. “대선은 승패의 장일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공론의 장이 돼야 한다”는 바람으로 60여 명의 각계 전문가와 머리를 맞댄 산물이다.

10월2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킵스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김 전 의원은 “양당 후보는 물론, 제3지대 후보들과도 두루 소통 창구를 열어놓고 교류하고 있다”며 “정치 개혁과 개헌에 가장 의지를 갖고 달성하려는 대선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어떻게 탄생한 정책집인가.

“국회의원 8년 하면서 그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소중한지 충분히 몰랐다. 나와 보니 그 권한이 얼마나 큰지 느꼈다. 여러 후회와 아쉬움이 들었다. 그 반성 차원에서 이 정책집을 낸 것도 있다. 2012년과 2017년, 대선후보 공약집을 만드는 데 직접 참여했기에, 그 만드는 과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실 시간에 급급해 굉장히 급조해 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포퓰리즘적이며, 뚜렷한 철학 없이 짜깁기하기도 한다. 이번엔 차분히 토론한 후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 정책집은 지난 제 반성적 경험들의 산물과도 같다.”

정책집 속 수많은 정책 제안 중 대선후보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 딱 하나만 꼽자면.

“정치 개혁이 시급하다. 일반 국민은 민생경제를 절실히 원하지만 그 밑바탕엔 결국 정치 개혁이 있다. 이번 대선에서 꼭 같이 논의하고 공론화했으면 좋겠다. 핵심은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것과 사회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는 국회가 되도록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관심을 드러낸 후보가 없는 것 같다.

“현재 여야 선두주자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더구나 국회 경험이 없다. 의회와 행정의 관계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대선은 당장의 현안 위주로 들여다보게 된다. 지금 역시 각자 ‘대장동’과 ‘고발 사주’가 급급한 상황이잖나. 이들이 놓치고 있는 이슈를 계속 던지고 공감대를 얻어내는 역할을 우리가 하려 한다.”

각 캠프와는 실질적으로 소통하고 있나.

“모든 진영과 소통하고 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도 얼마 전 우리 사무실에 왔었고, 이재명 캠프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과도 꾸준히 연락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본선 정국이 열리면, 여야 각 후보는 반대 진영 국민까지 포용하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될 거다. 그렇게 되면 우리와의 소통 채널이 자연히 더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

김동연·안철수 등 제3지대 후보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번에 대통령 결선투표제가 도입됐다면 물론 제3지대가 지금보다 세력이 커졌을 것이다. 지금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3번 후보가 너무 좋아도, 3번을 찍으면 사표(死票)가 되니까 어쩔 수 없이 1번이나 2번을 뽑지 않나. 선거제도 개혁 없이는 3당은 계속 ‘spoiler party(방해자 정당)’로 인식될 위험이 크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내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것도 바로 이 문제 때문이었다.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래도 양당 후보가 지금처럼 박빙 경쟁을 이어간다면 제3후보들이 분명 막판까지 캐스팅보터로서 힘을 발휘할 거라고 확신한다.”

결국은 김 전 의원도 역시 어느 한쪽으로 갈 것 아닌가.

“고민되는 부분이다. 여러 곳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 정책집을 만드는 동안은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기에 철저히 중심을 지켰다. 이 작업에 참여한 모든 사람과 약속한 부분이기도 했다. 정치 개혁과 개헌에 가장 의지를 갖고 달성하려 하는 대선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과 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려는 노력을 과감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 노력은 어느 정부보다 열심이었다. 북한과의 무력충돌을 걱정할 필요 없는 평화 상태를 5년간 유지시켰다. 다만 지난 촛불이 줬던 가장 큰 교훈은 공정과 정의였는데, 일련의 조국 사태와 검찰 개혁 과정에서 민심과의 괴리를 보이며 큰 실망감을 줬다.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은 너무도 큰 부작용을 가져왔다. 부동산은 한 번 오르고 나면, 이를 원상 복귀시켜도 나라가 결딴이 난다. 엄청난 담보 가치 하락과 대규모 경매 사태 등이 일어나면서 나라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은 급격한 상승을 방지하고 아주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했어야 했는데 그게 너무 크게 무너졌다. 사회 전체에 미치는 해악이 너무나 크다. 차기 정부가 온 힘을 기울여 이 문제의 해결에 골몰해야 한다.”

 

“민주당, 재보선 참패 이후 분위기 반전 못 해”

호남을 지역구로 둬왔다. 호남 민심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는데, 어떻게 체감하나.

“호남 분들이 경선 과정에서의 이낙연-이재명 후보 간 갈등을 지켜보면서 아직은 온전히 마음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민생정책 실패가 호남 민심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민주당은 여전히 ‘호남은 우리 지지기반이고, 결정적일 때 우리를 찍을 수밖에 없다’는 다소 안일한 생각을 유지하고 있다. 호남을 사실상 정치적 볼모로 삼으려는 인식이 많다. 이게 표출된 것이 지난 2016년 총선 때 국민의당 38석 돌풍 아니었나.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민주당의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의미인가.

“지난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이 민심을 확 바꿀 만한 새로운 상황을 전개해 내지 못했다. 이 상태라면 재보선 당시 민심이 대선에서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사석에서 만나보면 민주당 분들의 절박감이 부족한 것 같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는 민심이 자신들에게 경고를 한 번 하려고 한 것일 뿐, 대선에선 결국 국회 180석을 가진 자신들에게 힘을 실어줄 거라고 여전히 생각한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정권교체 열망이 더 크게 나오지 않나. 앞으로 이 여론이 더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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