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비쌌던 닭고기값…총수 일가 부당지원 있었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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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총수子에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지원…과징금 49억원 부과
사측 “부당지원 없었다 소명…과도한 제재 후속 절차 진행”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이 10월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하림그룹의 '올품' 부당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하림' 소속 계열 회사들이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 연합뉴스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이 10월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하림그룹의 '올품' 부당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하림' 소속 계열 회사들이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 연합뉴스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그룹 계열사들이 총수 아들 회사인 육계 가공업체 올품을 부당 지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림에 49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다만 총수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총수에 대한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하림 계열사 8곳(팜스코·선진·제일사료·하림지주·팜스코바이오인티·포크랜드·선진한마을·대성축산)과 올품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48억8800만원을 부과한다고 27일 밝혔다. 공정위가 2017년 하림에 대한 본격 조사를 시작한 지 4년 만의 결론이다. 

하림의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9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1월 김홍국 하림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던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아들 준영씨에게 증여했다. 이를 통해 준영씨는 올품→한국인베스트먼트(당시 한국썸벧)→하림지주(당시 제일홀딩스)→하림그룹으로 이어지는 지분 구조에서 부친을 뛰어 넘는 지배력을 갖게 됐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에 대해 "올품이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 회사가 됨에 따라, 하림그룹에서는 올품에 대한 지원을 통해 상속 재원을 마련하고 그룹 경영권을 유지·강화하려는 유인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후 하림 계열사들은 김 회장과 그룹 차원의 지휘 아래 올품에 구매물량 몰아주기, 고가매입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직거래로 이뤄지던 계열사 동물약품 구매도 반드시 올품을 거치도록 했다. 하림 측은 국내 최대 양돈용 동물약품 수요자였던 계열 양돈농장 5곳의 자체 구매방식을 통합구매 형태로 바꿔 올품을 경유해 약품을 구매토록 했다. 이 때문에 2012년 1월∼2017년 2월 양돈농장들은 올품으로부터 올품 자회사인 한국인베스트먼트가 제조한 동물약품을 시중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였다.

올품은 계열농장에 동물약품을 공급하는 대리점별로 자사 제품 판매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높은 판매마진을 제공하는 소위 '충성 리베이트' 전략을 쓰기도 했다. 그 결과 2012∼2016년 자사 제품의 대리점 외부 매출액은 지원 행위 전과 비교해 약 2.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 사료회사 3곳도 2012년부터 기능성 사료첨가제를 제조사에서 바로 구매하지 않고 올품을 통해 구매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를 통해 올품은 2012년 2월∼2017년 2월 구매 대금의 약 3%를 중간 마진으로 가져갔고, 그 이익은 총 17억2800만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림 홈페이지
ⓒ하림 홈페이지

승계 작업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2013년 1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하림지주(당시 제일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옛 올품의 NS쇼핑 주식이 문제가 되자, 이를 올품에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매각한 사실도 드러났다. 옛 올품은 한국썸벧판매가 현재의 올품으로 이름을 바꾸기 전 흡수합병한 육계가공업체다. 당시 NS쇼핑의 주가는 하림지주가 올품에 매각한 가격 대비 6.7∼19.1배 높았다.

공정위는 약품과 사료첨가제 구매, 주식저가 매각 등을 통해 올품이 부당하게 지원받은 금액이 총 70억원 수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육 국장은 "이런 부당 지원이 동일인(총수) 2세가 지배하는 회사를 중심으로 한 소유집중을 강화하고 경쟁력과 무관한 사업상 지위를 강화해 시장집중을 발생시킬 우려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위반 정도에 비해 제재 수위가 낮다는 지적에는 "부당지원행위에 대해선 대체로 대규모기업 진단을 중심으로 조사·적발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행위가 중견기업 집단 시기에 발생한 점을 많이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림은 2016년 4∼9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총수 고발 처분을 내리지 않은 데 대해선 "고가 매입이나 과다한 중간 마진 지급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직접적인 증거까지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림은 공정위의 처분에 대해 "올품에 대한 계열사들의 부당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과도한 제재가 이뤄져 아쉽다"면서 "공정위의 의결서를 송달받으면 이를 검토해 해당 처분에 대한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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