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대선’ 열리는 종로에 몰리는 ‘대권 잠룡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1.0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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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임종석‧추미애‧박영선 등 차기 대권주자들 거론
野, 경선 탈락 후보와 제3지대 후보 단일화 가능성도

 

내년 종로 재보궐선거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왼쪽부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연합뉴스
내년 종로 재보궐선거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왼쪽부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연합뉴스

대선을 앞두고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가 달아오르고 있다. 종로는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구다.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 역할을 하게 될 종로 출마 후보군으로 여야 거물급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종로 토박이 정치인들까지 출사표를 던지면서, 당 안팎의 후보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모양새다.

 

차기 대권 노리는 ‘빅네임’ 종로로 집결

종로는 한국 정치의 심장부로 불린다. 이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 중 대통령만 3명이 나왔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이 종로 국회의원을 지냈고, 윤보선 전 대통령도 종로에서 3번이나 당선됐다. 이 같은 상징성 덕에 매 총선마다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이 출마해왔다.

현재 종로는 ‘무주공산’이다. 지난 9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지역구 의원직을 던졌다. 이에 내년 3월9일 대선과 서울 종로 보궐선거가 같이 열린다. 민주당은 ‘종로 사수’를, 국민의힘은 ‘종로 탈환’을 목표로 후보 고르기에 나섰다. 하마평에 오른 여야 전‧현직 의원들 모두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중량급 후보군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석석 대전’이 펼쳐질지가 최대 관심사다. 문재인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 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맞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두 후보 모두 ‘당심’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원외 정치인이다. 종로에 출마해 대선후보와 ‘러닝메이트’ 형식으로 뛰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월26일 이 대표는 YTN 라디오 《이동현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내가 나가든 다른 사람이 나가든 (유권자의 선택은) 비슷할 것”이라며 “송영길 대표에게 전략적 모호성을 드리겠다”고 했다. 자신의 종로 출마 가능성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해석의 여지를 남긴 셈이다.

지난 10월27일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민주당이 추천할 수 있는 중량급 인사는 종로에 거주하고 있는 분 중에서는 임 전 비서실장이 아무래도 좀 유력하다”면서 “종로 지역의 특성상 그 지역에 출마했던 분들은 대부분 대선 후보급에 굉장히 중량급 인사들을 선호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만 임 전 실장은 최근까지 뚜렷한 정치적 성과가 없다는 점이, 이 대표는 당의 수장으로서 대선을 이끌어야 하는 현 상황이 출마 한계로 꼽힌다. 이에 이번 대선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여야의 대권 주자들이 종로로 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종로를 사수 혹은 탈환한 뒤, 차기 대선을 노리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에서는 정세균 전 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거론된다. 여기에 4·3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종로에서 재기를 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 후보 모두 민주당에서는 중진급 정치인이다. 이들이 종로에 나서면 경선 탓에 불거진 당 내홍을 가라앉히는 부대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경선 후보 ‘언더독’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대표적인 예비 종로 주자로 꼽힌다.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종로에 출마해 차기 대선을 넘볼 수 있다. 2차 컷오프(예비경선)에서 탈락한 후 홍준표 의원 캠프에 합류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부터),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연합뉴스·시사저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부터),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연합뉴스·시사저널

제3지대 후보들의 종로 출마 여부도 관심사다. 현재 대선 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를 거친 뒤, 패배한 후보가 종로에 출마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종로는 단순한 하나의 지역구가 아니다. 청와대가 있는 종로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상징하는 곳”이라며 “그렇기에 각 정치세력의 대표들이 출마 해왔다. 왜냐하면, 출마만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다. (이번 선거도) 정치 거물들 간 ‘종로혈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종로는 내 구역…구청장‧당협위원장도 도전

다만 거물급 인사들이 종로에 군침을 흘리는 현 상황을 달갑게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 ‘일꾼’을 뽑는 재보궐선거에 대권 주자들만 몰리는 건, 지역민들에게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종로에서 오랜 기간 기반을 닦아온 여야 정치인들의 출마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김영종 전 종로구청장이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 2일 사퇴했다. 김 전 구청장은 2010년 구청장에 당선된 뒤 종로구 최초 3선 구청장을 지냈다. 국민의힘에서는 종로 당협위원장인 정문헌 전 의원이 오는 9일 총선 예비후보에 등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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