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 ‘상처’에 다가가지 못한 윤석열…“머리 숙여 사과”
  •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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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저모] 尹, ‘전두환 옹호’ 논란 22일 만에 광주行…시민단체 ‘싸늘’
5·18묘역 입구서 시민단체에 가로막혀 20분간 대치하다 발길 돌려
광주시민단체 “윤석열, 민주성지 더럽히지 말라…참배 반대” 묘역 점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다. 지난 10월 19일 ‘전두환 옹호 발언’ 이후 22일 만이다. 윤 후보가 오후 4시 20분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 민주의문에 들어서자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시사저널 정성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다. 지난 10월 19일 ‘전두환 옹호 발언’ 이후 22일 만이다. 윤 후보가 오후 4시 20분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 민주의문에 들어서자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시사저널 정성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다. 지난 10월 19일 ‘전두환 옹호 발언’ 이후 22일 만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첫 지역 일정이기도 하다. 그의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가 주목을 받은 것은 두 말할 나위없이 그가 현재 대선 국면에서 선두를 달리는 주자이면서, 동시에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사진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터였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이날 자신의 ‘전두환 옹호’ 논란 발언과 관련, “저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 후보의 이날 5·18민주묘지 참배는 시민단체에 가로 막혀 ‘반쪽 참배’의 쓴맛을 봤다. 그는 분향을 반대하는 일부 광주 시민들의 항의에 수십분간 대치하다가 결국 분향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다. 지난 10월 19일 ‘전두환 옹호 발언’ 이후 22일 만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북구 운정동 국립5·18 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에 “민주와 인권, 5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국립5·18민주묘지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다. 지난 10월 19일 ‘전두환 옹호 발언’ 이후 22일 만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북구 운정동 국립5·18 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에 “민주와 인권, 5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국립5·18민주묘지 제공

결국 5·18 헌화분향 막힌 윤석열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며 이 같은 입장문을 낭독했다. 윤 후보는 “저는 40여 년 전 5월의 광주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고 광주의 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꽃피웠다”며 “그러기에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모두 5월 광주의 아들이고 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께서 염원하시는 국민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고 여러분께서 쟁취하는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19일 부산에서 당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발언해 논란에 휩싸였다.윤 후보는 5·18 민주묘지 방명록에 “민주와 인권, 5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윤 후보는 11일엔 오전 일찍 전남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방문한 뒤 경남 김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으로 이동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사과문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후보의 이날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는 시민단체에 가로 막혀 미완에 그쳤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사과문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후보의 이날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는 시민단체에 가로 막혀 미완에 그쳤다. ⓒ연합뉴스​

尹 참배길 아수라장…대학생단체 5·18묘지서 철야 

이날 윤 후보의 5·18묘역 참배길에는 윤 후보 지지자와 반대자, 취재진과 경호인력 수 백명이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결국 윤 후보의 5·18 참배는 미완에 그쳤다. 윤 후보는 이날 5·18 민주묘지 추모탑에 헌화·분향하려 했다. 하지만 오월어머니회와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회원 등 100여 명은 일찌감치 민주항쟁 추모탑 앞 분향대를 점거하고 피켓 농성을 하며, 윤 후보의 분향과 묘역 참배를 막았다. 

일부 오월단체 관계자는 윤석열 후보 측의 김경진 전 국회의원 등에게 시민들과의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며 민주의문 앞에서 참배한 뒤 돌아가기를 권고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윤 후보 일행은 민주의문에서 200미터 가량 행진을 강행했다. 그러나 민주항쟁 추모탑 분향대 50여 미터를 남겨 놓고 시민들에 가로막혀 20여 분간 대치하다가 참배광장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한 뒤, 오후 4시 50분께 퇴각했다.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 민주항쟁 추모탑 앞에서 오월어머니회와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회원 등 100여명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분향과 묘역 참배 반대를 위한 농성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 민주항쟁 추모탑 앞에서 오월어머니회와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회원 등 100여명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분향과 묘역 참배 반대를 위한 농성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참배광장에서 민주의문 부근까지 걸어 내려온 윤 후보는 준비해 온 A4용지 1장짜리 사과문을 양복 안주머니에서 꺼낸 뒤 읽어내려 갔다. 윤 후보는 사과문 낭독 후 “(윤 후보의 참배에) 항의하신 분들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분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며 "분향은 못했지만 사과드리고 참배했던 게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5·18 민주묘지 입구와 광주 지역에 위치한 대학교 곳곳에는 윤 후보의 방문을 거부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다수 게시됐다.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등 일부 학생 단체들은 9일 10시부터 밤부터 광주 망월묘역 앞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1박 2일간 철야 농성했다.

지역 50여 개 시민·노동·인권·여성·환경·문화단체는 9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정질서 파괴범 전두환을 옹호한 윤 후보의 광주 방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광주 학살자를 옹호한 세력이 국민적 비난에 처할 때마다 되풀이한 위기 수습용 행위극을 진절머리 나게 봐왔다”며 “병 주고 약 주는 정치쇼로 5·18정신을 더럽히지 말라”고 지적했다.

 

전두환과 대척점에 선 홍남순 생가 찾은 尹

윤 후보의 광주전남 방문 일정은 철저히 5·18을 중심으로 짜여졌다. 이날 오후 2시께 전남 화순의 고(故) 홍남순 변호사 생가를 방문해 유가족과 차담회를 가졌다. 이어 오후 3시 5·18자유공원을 방문한 뒤 오후 4시 20분엔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날 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인물이 홍남순 변호사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전남 화순의 홍남순 변호사 생가 방문으로 호남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윤석열 후보는 왜 광주전남 방문 첫 일정으로 홍 변호사 생가를 찾았을까. 윤 후보가 찾아간 홍 변호사는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의 시민 학살에 항의하는 행진을 벌였다가 군사재판에서 내란수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호남 일대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광주전남 방문 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인물이 고(故) 홍남순 변호사다. 윤 후보는 10일 오후 2시께 전남 화순의 고(故) 홍남순 변호사 생가 방문으로 호남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윤 후보가 홍 변호사의 차남 홍기훈 전 국회의원 등 유가족과 차담회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광주전남 방문 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인물이 고(故) 홍남순 변호사다. 윤 후보는 10일 오후 2시께 전남 화순의 고(故) 홍남순 변호사 생가 방문으로 호남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윤 후보가 홍 변호사의 차남 홍기훈 전 국회의원 등 유가족과 차담회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호남 시민들의 분노를 샀던 윤 후보는 첫 일정으로 1980년 5월 광주에서 전 전 대통령 등 신군부와 대척점에 섰던 홍 변호사 생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 씨는 퇴임 후인 지난 1997년 내란수괴·내란목적살인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홍 변호사는 1980년 5월 22일 결성된 5.18 수습대책위원회 멤버로서 정시채 전남부지사와 목사·신부·변호사 등이 모여 ‘더 이상의 사태 악화 방지’를 목표로 계엄군과 협상하고 시민을 설득하는데 앞장섰던 온건파 지도자였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선 윤 후보의 일정은 고도로 정제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을 내놓았다.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도당 위원장은 “홍 변호사님은 실질적으로 5.18의 산 증인이시고 피해를 입은 5.18 가족이나 유족을 위해 무료변론을 하는 등 처우 개선에 크게 기여하신 분이다”며 “5.18의 산업화 등 윤 후보가 그간 던진 메시지와 맞물려서 이 분을 먼저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14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홍남순 변호사의 15기 추도식에 추도사를 보냈다. 그는 추도사를 통해 “가슴 깊이 추모한다”면서 “시대의 존경받는 어른이자, 모든 법조인의 사표로서 자유와 인권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신 홍남순 변호사의 가르침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홍 변호사 다섯째 아들의 서울 충암고 지인으로도 알려진 윤 후보는 7월 5·18묘지를 참배할 당시에도 홍남순 변호사 묘역을 찾은 바 있다.

지난 10월 22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한 이재명 후보가 광주 5.18 제2묘역 전두환 기념비석을 두발로 꾸욱 밟은 뒤 “윤석열 후보도 지나갔어? 존경하는 분이면 밟기가 어려웠을 텐데…”라며 동행한 이용빈 의원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지난 10월 22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한 이재명 후보가 광주 5.18 제2묘역 전두환 기념비석을 두발로 꾸욱 밟은 뒤 “윤석열 후보도 지나갔어? 존경하는 분이면 밟기가 어려웠을 텐데…”라며 동행한 이용빈 의원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尹, ‘전두환 비석’ 밟을지 관심…2묘역 찾지 않아 불발

윤 후보의 광주 방문에선 그가 ‘전두환 비석’을 밟을지도 관심사였다. 이날 윤 후보는 ‘전두환 비석’이 입구에 묻혀 있는 5.18 2묘역을 찾지 않아 불발됐다. ‘전두환 비석’은 1982년 전두환씨의 전남 담양군 방문을 기념해 세워졌으며,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가 비석의 일부를 떼어내 옛 망월묘역으로 가져와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설치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광주 일정에 앞서 윤 후보가 5.18묘역의 ‘전두환 비석 밟기’ 장소를 찾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전두환 비석 밟기’에 동참하면서 윤 후보의 역사관에 일침을 한 바 있다. 지난달 22일 대선 후보 선출 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한 이재명 후보는 전두환 기념비을 두발로 꾸욱 누른 뒤 “윤석열 후보도 지나갔어? 존경하는 분이면 밟기가 어려웠을텐데…”라며 웃었다. 

지난 8일 광주를 방문한 심상정 후보도 ‘전두환 비석’을 밟으며 “전두환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광주 방문 자격이 없다”면서 “전두환을 롤모델로 삼는 후보가 (10일) 광주를 방문하겠다고 한다. 윤석열은 망발을 일삼고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국민을 개와 연관 짓는 정치인이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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