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본질에 대한 질문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21 11:00
  • 호수 1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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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교수 “세상 일, 단순하지 않고 선과 악 분명치 않아”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펴냄 / 304쪽 / 1만6800원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펴냄 / 304쪽 / 1만6800원

“어떻게든 다 잘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가? 나 하나만큼은 평범하고 은은하게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거기에 정치는 없다. 세상에 혼자 그냥 잘되는 일은 없다. 잘되고 있다면, 누군가 정념과 에너지와 인생을 갈아 넣었기 때문이다. 뭔가를 위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갈아 넣을까 고민하는 데 정치가 있다.”

정치를 야유나 냉소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선거라는 이벤트를 통해 정치적 열망을 실현하는 게 정치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란 매일의 삶과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들을 위해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등의 저서에서 참신하고 자유로운 사유를 보여준 김영민 교수가 정치적 동물,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그가 최근 펴낸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에서는 인간과 정치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제시한다.

 

“특정 정치인에 열광하기보다 정치 자체 고뇌하기를”

“삶이 쉽지 않은 이유는 타인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게 인생이라는 데 있다. 타인과 함께하지 않고는 의식주 어느 것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이 사회에서 책임 있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가능한 한 무임승차자가 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 낸다는 뜻이다.”

싫어하건 좋아하건,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불가피한 운명이다. 인간은 그 속에서만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바로 그 운명을 사랑하는 법을 의미한다고 말하는 김 교수. 그는 세상일이 단순하지 않고,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고, 권선징악으로 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흔치 않기 때문에 ‘정치’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정치를 혐오하거나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한다. 우리 앞에 펼쳐지는 현실의 정치는 그런 마음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동시에 그러한 혐오, 외면 또한 애초에 정치에 관심이 있어 가능하다. 무관심과 혐오는 다르니까. 삶의 여러 영역의 일들이 잘 해결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해결의 수단을 쥔 권력에 관심을 두게 된다. 그런데 이 관심을 배반해온 것이 정치의 역사이기도 한 것 같다. 배반에 대한 분노는 한국 정치를 추동해온 힘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 교수는 정치가 어디 있냐고 반문하는 이들에게,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 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고 역설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특정 정치인에게 열광하는 마음은 식고, 정치 그 자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뜨거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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