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전단계’ 방치하면…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01 12:00
  • 호수 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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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5~7kg 감량하고, 주당 150분 이상 빠른 걷기 운동으로 혈당 낮춰야

43세 A씨는 4년 전부터 건강검진에서 혈당이 높다는 판정을 받아왔다. 공복혈당은 4년 전 105mg/dL으로 정상치인 100mg/dL 미만보다 높게 나왔고, 매년 조금씩 상승해 올해는 123mg/dL으로 측정됐다. 의사는 약물 처방을 하지 않고 식사 조절과 운동을 더 열심히 하라는 권고를 했다. A씨처럼 건강검진 결과 당뇨병은 아니지만 혈당이 다소 높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21 당뇨병 진료지침’에 따르면 1) 지난 2~3개월 동안 혈당이 얼마나 잘 조절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이거나 2) 8시간 이상 공복 후 혈당이 126mg/dL 이상이거나 3) 경구포도당부하(75g) 2시간 후 혈당이 200mg/dL 이상이거나 4) 다뇨·다음·설명되지 않는 체중감소 등 당뇨병 증상이 있으면서 무작위 혈당이 200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8시간 이상 공복 후 혈당 100mg/dL 미만, 경구포도당부하(75g) 2시간 후 혈당 140mg/dL 미만인 정상 혈당의 기준과 비교해볼 때, 양쪽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혈당 범위가 존재한다. 공복혈당이 100~125mg/dL으로 측정되는 공복혈당장애와 75g의 포도당을 섭취한 지 2시간 후 혈당이 140~199mg/dL으로 측정되는 내당능장애다. 또 당화혈색소 5.7~6.4%에 해당할 때도 당뇨병 전단계로 정의한다.

ⓒ시사저널 임준선

주 3회 미만 운동하는 사람은 고위험군

이처럼 혈당이 정상보다는 높지만 당뇨병 진단 기준보다 낮은 상태를 당뇨병 전단계라고 하는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췌장 기능이 떨어져 제2형 당뇨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심혈관질환·콩팥질환·실명·고혈압·말초신경병증 등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 ‘당뇨병 팩트시트 2020’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인구의 당뇨병 유병률은 494만 명(13.8%)이다. 당뇨병 전단계인 공복혈당장애 유병률은 948만 명(26.9%)으로 ‘당뇨병 팩트 시트 2018’의 870만 명(25.3%)을 상회해 증가하는 추세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만들어져 혈중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게 하는 열쇠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당뇨병 전단계가 되면 몸의 세포가 인슐린에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않게 되어 췌장에서 세포가 반응할 때까지 계속 인슐린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췌장의 대응이 한계에 다다르면, 혈당이 상승하고 당뇨병 전단계에 이르며 결국 당뇨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당뇨병 전단계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으므로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흔하고 검진이나 진료 때 혈당검사를 해보고 나서야 진단을 받게 된다. 따라서 과체중, 45세 이상, 운동 빈도가 주 3회 미만이거나 다낭성난소증후군·임신성 당뇨병 병력이 있거나 당뇨병 가족력이 있다면 당뇨병 전단계 고위험군이므로 혈당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당뇨병 전단계 관리지침에 따르면 비만한 경우 체중을 5~7kg 감량하고 주당 150분 이상 빠른 걷기를 하면 혈당을 낮출 수 있다. 근육량이 적은 경우 단백질 섭취를 충분히 하고 근력운동을 충분히 해서 근육량을 늘리면 혈당조절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지방·당 함량이 높은 음식을 제한하며 생선·살코기·채소가 포함된 건강한 식사를 하는 것도 당뇨병 전단계 관리에 중요하다. 아울러 금연과 절주를 실천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노력 역시 건강한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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