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슈퍼히어로 역할 맡는 것이 오랜 꿈”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27 15:00
  • 호수 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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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자》로 돌아온 윤계상, 1인 7역 액션 연기 선보여

가수 출신 배우 윤계상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어느덧 17년 연기 내공이다. 업계에서 성실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그는 끊임없이 작품활동에 매진해 왔다. 데뷔작인 《발레 교습소》(2004) 이후 《6년째 연애 중》(2007), 《비스티 보이즈》(2008), 《집행자》(2009), 《풍산개》(2011), 《레드카펫》(2013), 《소수의견》(2013), 《범죄도시》(2017), 《말모이》(2019)까지 장르와 캐릭터를 확장하며 발전해 왔다.

최근 개봉한 영화 《유체이탈자》(2021)는 그가 원톱 주연으로 나선 영화다. 지난 2017년 범죄 액션 영화의 새로운 흥행 역사를 기록한 《범죄도시》 제작진과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유체이탈자》는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한 남자가 모두의 표적이 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추적 액션이다. 극 중 윤계상은 자신을 추적하는 국가정보요원 에이스 강이안을 맡아 1인 7역의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모든 기억을 잃어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윤계상을 비롯해 강이안을 쫓는 국가정보요원 박실장 역의 박용우와 유승목, 이성욱, 서현우, 이운산 등 연기파 배우들까지 합세했다. 결혼 후 첫 공식 석상에 오른 윤계상을 만났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유체이탈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고 들었다.

“《범죄도시》 제작팀과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좋은 성과를 내면 영광스러울 것 같다. 그래서 욕심도 컸다. 코로나19로 개봉이 1년 정도 연기됐는데, 그럼에도 극장에 가서 볼 만한 영화였다고 기억되길 바란다.”
 

원톱 주연의 작품이다. 부담감은 없었나.

“처음에는 부담이 컸다. 하지만 함께하시는 분들이 많이 도와줬다.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강이안은 기억을 잃었어도 본능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인간에게 이러한 본능이 있다고 믿나.

“믿는다. 덧붙이자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큰일을 당하는 걸 본다면 유체이탈을 할 거 같다. 모든 인간이 신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기적 같은 일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체이탈을 비롯해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는 작품이다. 연기가 어렵진 않았나.

“실제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관객들이 느낄 때 놀라움의 정도가 적당한 게 아니라 휘몰아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딘가에서 본 장면이 아니라 새롭고 놀라웠으면 좋겠더라.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고, 집중해서 연기했다.”


연기를 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유체이탈을 하는 과정에서 감정선이 깨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이어지게끔 하는 게 핵심이었다. 그래서 매일 늦은 시간까지 회의를 했다. 다른 몸속에 들어가는 과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배우들과 많이 얘기했다. 작품의 개연성은 결국 배우가 만드는 거니까. 덧붙이자면 체력적으로도 힘든 역할이라 훈련도 많이 했다. 덕분에 체력이 좋아졌다.”


《범죄도시》와 비교해 액션 강도나 난이도는 어떤가.

“정갈하고 깨끗한 총기 액션이다. 난이도는 《유체이탈자》가 더 높다. 카체이싱(자동차  추격신), 총기, 맨몸 타격 등 모든 종류의 액션이 다 들어있다. 전체 액션을 대역 없이 혼자 한 것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결국 이 영화는 강이안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깨닫고 느낀 점도 있을 것 같다.

“예전에 유체이탈과 관련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유체이탈로 다른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니 막연히 슬프다. 실수도 괜찮고 추억도 괜찮다. 내 경험과 내가 만든 내 위치가 소중한 것 같다. 극 중 강이안도 결국 자신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았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게 가장 행복하고, 또 중요한 것 같다.”


완벽주의자 성향이 강한 것 같다. 일할 때 힘들지 않나.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실수하기 싫다.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끊임없이 고민하는 편이다.”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다. 선역과 악역, 연기하는 데 어떤 차이점이 있나.

“연기의 관계성이라고 생각한다. 그 관계에서 어떤 마음을 품는지가 선과 악을 구분하는 척도다.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은 결국 감정에 기인한다. 선과 악? 쉬운 연기는 없다. 두 가지 모두 어렵고, 연기는 그냥 다 어렵다(웃음). 나는 천부적인 걸 가지고 태어난 배우는 아니다. 그래서 그런 배우가 부럽기도 하다.”


선호하는 색깔의 연기가 있나.

“밀도 있는 장르물을 선호한다. 선이든 악이든 분위기가 있는 영화가 좋다. 관객분들이 제가 가진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궁지에 몰리고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역이 제게 맞는 거 같다.”


영화 《말모이》(2019)를 촬영할 당시 “힘든 만큼 배우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정도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유체이탈자》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말모이》는 실제 존재하는 인물을 연구해 연기를 하다 보니 그 배역의 감정이 느껴지더라.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할까?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어느 순간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신이 있었다. 그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다. 배우하길 잘했다 싶은 순간이다.”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

“오랜 꿈이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신에 근접한 슈퍼맨이 되고 싶다. 하하. 하늘을 날고 총알도 못 뚫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래서 마동석 형님이 너무 부럽다. 이번 영화시사회 날에 형님이 문자를 보내주셨다. 내겐 너무 든든하고 최고인 형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이 있나.

“끝까지 무사히 완주한 부분이다. 《유체이탈자》는 지난 2019년에 찍은 영화다. 이걸 끝내고 다른 작품의 촬영을 했는데 얼굴이 확실히 안 좋더라. 하하. 그만큼 힘들었던 작품이다. 2년이 지나서 보니 그때의 윤계상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게 되더라. 아쉬움도 남지만 수고했다는 말을 먼저 해주고 싶다.”


최근 OTT 플랫폼을 비롯해 배우로서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어떤 매체에서 어떤 작품을 어떤 타이밍에 하는지가 중요했다. 한데 이제는 그게 무의미해졌다. 어떤 매체든 진정성이 있다면 사랑해 주시는 것 같다. 배우들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만 봐도 그렇다. 자신만의 진짜를 보여준다면 국경을 초월해 사랑받을 수 있다.”


늦었지만 결혼도 축하드린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너무 달라졌다. 둘이니까 외롭지 않고 행복하다. 물론 책임감도 강해졌다. 출발점인 신혼이라 더 그렇겠지만 앞으로 더 의미 있게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게 시작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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