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보호소 표방한 ‘신종 펫숍’ 주의보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01 11:00
  • 호수 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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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기만하는 홍보·영업 방식…동물판매 병행하면 ‘가짜’

유기동물 보호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안락사다.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에 유기동물이 입소하면 10일 남짓한 공고 기간을 거치는데, 이 기간 동안 주인이 찾아가거나 입양되지 못하면 안락사를 통해 개체 수가 조절되기 때문이다. 이런 안락사 때문에 사람들은 유기동물을 발견해도 보호소에 신고하길 꺼리고, 유기동물 보호소를 부정적인 모습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런 유기동물 보호소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역으로 이용해 영업하는 신종 펫숍이 늘어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동물판매업 신고가 돼있는 펫숍이다. 반려동물을 돈을 받고 분양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들은 반려동물 분양 외에도 사람들로부터 키우던 반려동물을 파양받아 재분양하는 사업을 한다. 이 파양받은 동물을 외부적으로는 유기동물이라 홍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 파양받을 때 보호자에게 보호와 치료 명목으로 비용을 청구하고, 이후 재분양 보낼 때 한 번 더 분양비를 청구하는 이른바 이중 비용 청구로 철저한 수익성을 띠고 있다. 즉 파양동물 재분양 사업은 이들이 표면적으로는 안락사 없는 유기동물 보호소라고 홍보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줄 뿐 아니라 수익도 발생시키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freepik

중고차 허위매물과 유사한 형태 보이기도

이 사업모델 자체에 법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홍보와 영업 방식에 고객을 기만하는 요소가 있음은 분명하다. 첫 번째는 돈을 받고 파양받은 동물을 재분양하고 있음에도 스스로를 안락사 없는 유기동물 보호소라고 홍보하는 점이다. 실제로 이런 홍보를 접한 사람들은 이곳이 유기동물 보호소라고 인지하고 방문하게 되며, 심지어 이곳의 파양동물을 분양받은 후에도 자신이 보호소 유기동물을 입양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는 유기동물 입양을 위해 문의하고 방문한 고객에게 다른 동물 분양을 유도하는 영업 방식이다. 최근 기사화된 사례를 보면 홈페이지를 통해 본 유기동물을 입양하기 위해 전화 후 방문했으나, 직원이 그 동물이 없으니 다른 동물을 분양받을 것을 권했다고 한다. 이런 영업 방식은 흔히 중고차 거래에서 기승을 부리는 허위매물 사기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문제의 심각성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대두돼 왔다. 올해 5월에는 동물보호소 명칭을 상행위 홍보에 활용할 수 없도록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런 업체들은 지금도 여전히 안락사 없는 유기동물 보호소라는 홍보를 지속하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유기동물 보호소는 절대로 동물판매업을 병행하지 않는다. 유기동물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 펫숍을 통한 무분별한 분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유기동물 보호소가 펫숍을 병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적인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문구에 동의해 유기동물 입양을 결심했다면, 내가 방문하는 곳이 동물 판매를 병행하는 가짜 유기동물 보호소가 아닌지 꼭 확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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