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지지도’ 반전에 올인…이낙연 동행 불발에는 한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집토끼’ 잡기에 나선다. 26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호남 구석구석을 훑으며 지지층 결속을 도모할 계획이다. 앞서 25일 머리색부터 당직자까지 전면 교체한 뒤 시작하는 ‘이재명의 민주당’ 첫 정치행보다. 민주당 전통 텃밭인 호남에서 지지율 반전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후보는 26일부터 29일까지 호남 곳곳을 돌며 텃밭 표심 갈이에 나선다. 이 후보가 주말마다 민심을 살피는 ‘매타버스(매주타는 민생버스)’의 세 번째 일정이다. 이 후보는 호남 방문에 앞서 부산·울산·경남·충청을 찾은 바 있다.
이 후보의 호남 일정은 빼곡하다. 광주와 전남 내 모든 지역구를 1곳도 빠짐없이 방문할 예정이다. 선대위에 따르면 이 후보가 나흘간 호남에서 이동하는 총 거리만 1300㎞에 이른다. 출발지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다. 이어 전남 신안과 해남, 장흥, 강진, 여수 등을 훑고 28일 광주로 향한다. 대선 D-100일인 29일에는 광주에서 전 국민 선대위 회의를 개최한 뒤, 영광터미널에서 민심을 청취하는 것으로 호남 일정을 마무리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호남행을 ‘이재명의 민주당’의 첫 정치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앞서 이 후보는 선대위를 둘러싼 인선 문제가 불거지자, 후보 본인부터 당까지 모든 것을 원점에서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책 결정이 느렸던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보다 빠르고 공격적으로 이슈를 선점하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선보이겠다는 포부였다.
실제 이 후보는 호남을 찾기 전날 스타일링부터 큰 변화를 줬다. 그간 이 후보는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백발을 고수했다. 대선 후보로서 안정감 있는 이미지를 더하기 위한 ‘전략적 스타일링’이었다. 그런 이 후보가 25일 다크그레이(짙은 회색)로 염색한 모습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눈썹 메이크업도 짙게 바꿨다. 더 강렬하고 젊은 인상으로, 쇄신에 대한 완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변화 의지는 인사(人事)에도 반영됐다. 이 후보는 25일 측근 인사들을 당 전면에 배치했다. 이 후보 최측근인 김영진 의원을 신임 당 사무총장으로, 강훈식 의원을 전략기획위원장에 각각 임명했다. 두 의원 모두 이 의원과 활발히 소통해왔던 인사인 만큼, 이 후보의 의중을 당 입장이나 정책에 더 빠르게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이 후보가 호남을 찾기에 앞서 쇄신을 단행한 이유는, 그만큼 ‘텃밭 민심’ 사정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이지만, 유독 이 후보를 향한 평가는 야박하다.
과거 호남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도 호남에서 90%를 넘는 몰표를 받아 당선됐다. 사실상 양자 대결로 진행된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후보는 호남에서 89%의 득표율을 기록했음에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했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극히 저조하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지역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64.9%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19.1%나 쏠렸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23일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이 서진 정책을 강하게 펴고 있는 호남 지역을, 이 후보가 ‘어떻게 막아 세울 것인가?’ 이게 관건”이라며 “이 후보가 호남에서 반전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낙연 전 대표의 역할도 필요해 보인다. 이 외 이 후보가 호남에서 그리는 그림이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이 후보 측도 이번 호남 방문 일정에 이 전 대표의 ‘지원사격’을 기대했다는 후문이다. 이 전 대표 고향인 전남 영광을 호남 일정의 마지막 행선지로 정한 이유도, 이 전 대표의 ‘깜짝 등장’을 기대해서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호남 방문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이 후보 측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이 전 대표 측은 26일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 전 대표는 26~28일 오래전에 잡혀있던 충청과 경남 지역 일정이 있다”며 “호남 방문 계획은 전혀 없으며, 관련해서 실무선에서도 일절 논의된 바가 없음을 알려드린다“라고 공지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2~23일 실시했다. 전국 18살 이상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내년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다음 인물 중 누구에게 투표하실 생각이십니까?’라고 물은 결과다. 조사 방법은 유·무선 임의걸기(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4.9%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