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정말 잡힌 것일까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07 10:00
  • 호수 167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락 추세지만 아파트 오름세는 여전…내년 3월 대선 때까지는 관망세 유지 전망

아파트 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주택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크게 줄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주택가격 동향을 봐도 3개월 후 매매 가격에 대해 상승보다는 하락을 전망하는 중개업소가 더 많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매매수급지수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이후 연속으로 서울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거래 자체는 많이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에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 건수는 1년 전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 불과하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직전 거래와 비교해 가격이 하락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청약시장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다. 최근 서울 강서구에서 분양된 한 아파트는 1순위 청약 당첨자 37명 가운데 18명이 계약을 포기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시사저널 최준필
아파트 거래가 줄고 전망마저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시사저널 최준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 많아져

그동안 아파트 값이 올라도 너무 오르기는 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2008년 12월 4억8084만원에서 올해 10월 10억7333만원으로 치솟았다. 집값이 너무 올라 고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느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상식적인 선에서 경제 규모와 비교하면 거품이 껴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명목GDP 대비 부동산 시장의 시가총액 비율은 2000년 1.6배 수준에서 지금은 2.6배 이상이다. 소득과 비교해도 너무 비싸다. 중산층이 버는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모두 모아도 집을 사려면 거의 15년이 걸린다고 한다. 원래 적정 수준은 대개 5년 정도다. 상환 능력과 비교하면 대출도 너무 많다. 현재의 주택구입부담지수로는 소득의 약 40%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황에 가장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고강도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일 것이다. 지난달 시중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3.26%였다. 한 달 만에 0.25%포인트 뛰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00%로 올린 만큼 가계대출 금리는 당분간 더 오를 전망이다. 그동안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주택을 사는 데 쓰이면서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 아무래도 주택 가격 상승 속도는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9월 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집값 상승률은 0.25%포인트 둔화한다고 추정했다. 내년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0.25% 더 인상할 경우 기준금리는 1.25%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까지 올라가게 된다.

늘어난 세금 부담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지난 6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자는 무려 30%포인트나 더해지면서 양도세 최고세율은 75%까지 올랐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82.5%에 달한다. 굳이 그 세금을 모두 내면서 팔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양도세 부담 때문인지 매매 대신 증여 비중은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7만9964건 중 증여 거래는 1만804건으로 전체의 13.5%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많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주택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완전히 바뀐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아직 서울 아파트 값이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이르다. 11월 서울 주택 가격 월간 상승률은 0.73%였다.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긴 하지만, 여전히 오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 넷째 주까지 서울 집값은 6.21% 올랐다. 지난해 상승률인 0.65%와 비교하면 열 배다. 호가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1.0%의 기준금리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가계대출이 줄었다고 하지만,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 사실 기준금리보다 집값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공급량일 것이다.

아쉽게도 서울 시내 주요 입지의 신축 아파트 공급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푼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서울에서 재건축 공급이 본격화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5년 동안 서울에서 재건축으로 공급된 주택 물량은 11만7600호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에 재건축으로 멸실된 주택은 8만7500호로, 15년 동안 실제로 재건축을 통해 늘어난 주택은 3만 호 정도에 그쳤다. 특히 서울 강남권, 도심 등 인기 지역 공급 물량은 늘어나기 어렵다.

내년에 줄어드는 서울의 신규 입주 물량도 집값이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부동산 플랫폼 부동산114가 추산한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520가구 규모로, 올해 입주 물량인 3만1835가구에도 미치지 못한다. 부동산 가격은 하방 경직성을 가진다는 특성도 있다. 수요와 공급만 보면 가격이 하락해야 하는 시점에도 거래 가격이 장기간 하락하지 않고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본격적인 하락 추세 전망은 아직 일러

사실 부동산 경기는 일반 실물 경기와 달라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서만 가격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사회적 분위기나 소비자 심리를 비롯한 고유의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세 등에 대한 제도적인 부분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국회는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차이가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고 부동산 보유세의 실효세율을 1%로 높이겠다고 했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다주택자 양도세를 지금의 50%로 줄이고,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도 완화하겠다고 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황은 집을 팔려는 쪽은 아직 가격을 내리지 않은 채 버티고 있고, 사려는 쪽은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려는 수요는 일단 사라졌지만 대신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매매 수요가 감소하면 일부 수요는 임대차로 옮겨 전세 시장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의 하향 안정은 금리 인상과 엄격한 가계대출 관리에, 차질 없는 주택 공급까지 모두 이뤄져야 가능하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은 당분간 현재 모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집값 안정은 아직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대선 정국이다. 지금의 관망세는 적어도 내년 3월 대통령선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세입 예산을 편성하면서 내년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올해보다 5.1% 상승하고, 주택 거래량은 17%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