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김종인과 김병준의 ‘오월동주’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12.0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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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號’ 출항했지만…‘투톱’ 김병준‧김종인 향한 우려의 시선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왼쪽)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단상에 오르기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왼쪽)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단상에 오르기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필두로 김병준‧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 등이 모두 합류했다. 선대위 전권 부여 논란과 대표 패싱 의혹 등으로 파열음을 냈던 이들의 ‘오월동주(吳越同舟)’가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들의 결합이 ‘불안한 동거’라는 데 입을 모은다. 김종인‧김병준 위원장 간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들은 벌써부터 경제관을 두고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2김(金)’ 사이의 앙금이 ‘원 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6일)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식에서 김종인‧김병준 위원장의 어색한 관계는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현장에 있던 정치권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두 사람은 단상에 오르기 전 취재진 앞에서 말을 섞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상 위에서도 두 사람이 서로 눈길을 피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윤 후보 측은 “선입견을 갖고 바라봐서 그렇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으나,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아직 앙금을 풀지 못한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윤 후보, 김병준 공동상임선대위원장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윤 후보, 김병준 공동상임선대위원장 ⓒ 국회사진기자단

큰 정부 vs 작은 정부…노선 다른 ‘2金’

두 사람은 연설에서도 정반대 시각을 보였다. 빈부격차 등 사회 갈등을 해결할 해법으로 김종인 위원장은 ‘실용적 정부’에 무게를 둔 반면, 김병준 위원장은 ‘자유주의 체제 확장’을 제시했다. 바꿔 말하면 김종인 위원장은 국가의 적극 개입을, 김병준 위원장은 소극적 정부를 지향하는 셈이다.

서로 다른 경제적 노선을 걷는 두 사람은 벌써 묘한 신경전을 연출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5일 ‘김병준 위원장은 자유주의자, 김종인 위원장은 국가주의자로 경제관이 상충되지 않나’라는 질문을 받고 “일반적으로 경제에 대해 큰 상식이 없는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 쉽게 얘기할 때 시장경제를 내세워 마치 자유주의자처럼 행세한다”고 밝혔다. 이튿날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는 “아무리 자유주의에 심취했더라도 지금은 자유주의 경제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렇게 무책임한 얘기를 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표면적으로는 자유주의 경제학을 비판한 것이지만, 사실상 김병준 위원장을 향한 비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병준 위원장은 일단 “김종인 위원장이 저격하면 맞겠다”며 몸을 낮췄다. 김 위원장은 6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김종인 위원장은 고전적 자유주의자 얘기를 한 것이다. 저는 해당이 안 된다”며 “자유주의 4.0에는 경제민주화까지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 출범식에서 서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서로 각자 인사를 나누라 그랬지 대기실에서는 대화를 했다”고 반박하면서 “운영방식에서의 차이이지, 그걸 견제라고 느끼질 않는다”며 갈등설에 선을 그었다.

윤 후보 측은 이 같은 두 선대위원장들의 신경전을 의식한 듯 연일 ‘원팀’을 강조하고 있다. 윤 후보는 전날 출범식에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합”이라며 “백 가지 중 아흔아홉 가지 생각이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한 가지 생각만 같으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연설 이후 이어진 취재진과 질의응답에서도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정권교체라는 목표, 집권 이후 국민 행복 보장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원팀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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