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백신 불신론’ 그래도 믿을 건 백신뿐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12.17 10:00
  • 호수 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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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확산 막는 해법은 ‘추가 접종 + 방역 강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부스터샷의 중요성 강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세계를 뒤덮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2월15일 현재 오미크론이 77개국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대다수 국가에 이미 오미크론이 존재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물론이고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에서도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를 제치고 우세종이 됐다. 

각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특히 재감염과 돌파감염이 많다는 특징을 보인다. 남아공 의료 당국은 오미크론의 재감염 위험이 델타의 3배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감염자의 79%가 백신을 맞고도 오미크론에 감염된 돌파감염 사례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백신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 부스터샷(3차 접종)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있다. 현재 우리가 가진 무기는 백신이 유일한데, 과연 백신은 오미크론 확산을 막는 데 효과가 있을까. 남아공 아프리카보건연구소(AHRI)는 12월13일 화이자 백신을 2회 접종한 1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오미크론에 대한 예방 효과는 23%라고 발표했다. 원조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효과인 약 95%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6개월 전 화이자 백신을 맞은 사람의 델타 예방 효과는 60%지만, 오미크론에서는 40%로 떨어진다고 밝혔다. 홍콩대와 홍콩중문대 연구팀은 한 달 전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10명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화이자 백신의 오미크론 예방 효과가 기존 바이러스 예방 효과보다 32분의 1로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12월12일 내놨다. 이스라엘 중앙바이러스연구소도 12월13일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뒤 5~6개월이 지난 20명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델타에 대한 중화 능력은 일부 유지됐지만 오미크론에 대해서는 중화 능력이 아예 없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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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2차 접종만으로는 안심 못 해 

백신을 두 차례 맞았다고 안심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추가 접종을 한 사람은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중앙바이러스연구소는 12월11일 백신을 3차까지 접종할 경우 면역력이 크게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자와 3차 추가 접종자를 비교했을 때 추가 접종자가 오미크론에 대해 중화 능력이 100배 높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7월말부터 60세 이상 고령층에 추가 접종을 했고, 8월말부터는 접종 완료 후 5개월이 지난 16세 이상에 대한 추가 접종을 허가했다. 하루 최대 8000명에 달하던 확진자는 최근 700명대로 줄었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추가 접종을 할 경우 오미크론 예방 효과가 70~75%까지 올라간다고 밝혔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CDC 국장도 “초기 자료 분석 결과,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은 오미크론 예방 효과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병원 실험실은 추가 접종을 해도 오미크론에 대한 항체 반응이 델타보다 최대 37배 낮았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은 델타보다 변이가 많아 영국이 발표한 감염 예방 효과 75%보다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존 백신만으로 오미크론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돌파감염과 재감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러나 추가 접종으로 면역세포(T세포)가 형성되므로 중증이나 사망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백신 2차 접종은 오미크론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그러나 추가 접종을 하면 감염 예방을 기대할 수 있으며, 최소한 중증이나 사망은 낮출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최근 제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12월15일 세 가지(화이자·모더나·얀센) 백신을 각각 맞은 사람의 혈액에 오미크론과 유사한 가상 바이러스를 투입했다. 중성화는 세 가지 백신 모두에서 낮거나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추가 접종을 한 사람의 혈액에서는 중성화가 관찰됐다. 추가 접종으로 오미크론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7000명을 넘나들고 오미크론 변이까지 유행하는 상황에도 서 울 홍대 인근 거리는 많은 인파로 붐빈다.ⓒ시사저널 이종현

“10대보다 더 급한 건 고령층의 추가 접종”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2월16일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기존 백신의 추가 접종이 오미크론에 효과가 있다. 현재로서는 오미크론에 특화된 백신이 필요하지 않다. (기존 백신을 추가 접종할 때 오미크론 예방 효과가 70~75%로 올라간다는 영국 보건안전청의 자료를 인용하며) 종합하면 메시지는 명확하다.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다면 백신 접종을 받아라. 특히 오미크론에 대해서는 3차 백신을 맞으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추가 접종을 늘리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2월12일 TV 성명을 통해 “오미크론의 해일이 다가오고 있다. 두 번의 백신 접종으로는 필요한 수준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18세 이상 모든 성인이 새해 전에 추가 접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추가 접종에 들어갔다.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백신 접종을 완료한 후 3개월(90일)이 지난 사람은 12월13일부터 추가 접종을 예약할 수 있다. 또 보건소는 초·중·고교를 찾아 원하는 학생들에게 추가 접종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접종 후 이상 반응을 우려한다. 

김 교수는 “10대의 접종은 필요하지만 급하지는 않다. 급한 것은 고령층의 생명이다. 그들은 대부분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았고 시기가 오래 지나 항체가 떨어졌다. 그래서 이들 감염자의 80~90%가 돌파감염이다. 최우선으로 이들부터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 지난여름, 정부는 10대 접종과 관련해 실보다 득이 크다며 접종을 개인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다 내년 2월부터 청소년도 방역패스 대상이라며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제했다. 의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10대 접종이 왜 필요한지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생략되다 보니 학부모들이 거부하는 것이다. 사실 10대 접종은 현재 시급한 중환자 병상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아니다. 또 10대 접종자의 이상 반응에 대한 보상도 투명하지 않다는 루머가 나온다. 정부가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오미크론 감염자의 증상이 가볍다는 주장이 있다. 예컨대 남아공의 오미크론 입원자 약 15%가 중환자실에 있는데 지난 8월 델타가 급증할 때의 입원자 비율과 비슷하며 입원 기간도 기존 8일에서 2.8일로 줄었고 사망 비율도 20%에서 3%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 간격을 3개월까지 단축하기로 한 12월10일 서울 서대문구 동신병원 예방접종센터가 부스터샷을 맞기 위해 찾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경증’이라는 판단 섣불러…고령자 많은 국가는 위험

증상이 가볍다는 주장을 글자 그대로 믿으면 백신을 추가로 맞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2월10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추가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484만3497명으로 전 국민 대비 접종률이 9.4%다. 김 교수는 “남아공 보건부 자료를 보면 20·30대가 주로 감염됐다. 아프리카는 평균수명이 낮아 50·60대에 기근이나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으로 사망하므로 고령자가 적다. 따라서 젊은 감염자의 경증이라는 것을 모든 국가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령자가 많은 국가에서 유행할 때 얼마나 증상이 심할지 봐야 한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부가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 소속 존 에드먼즈 런던 위생·열대의료대학원 감염병학 교수도 최근 남아공 오미크론 확진자가 평균 28세인 데 반해 영국은 40세 이상이라며 남아공에서 경증에 그치고 있는 오미크론 양상이 영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오미크론 증상이 가볍다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증상을 유발한다 할지라도 감염자 수만으로도 준비를 하지 못한 의료체계를 다시 한번 압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HO처럼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도 오미크론이 공중보건에 미칠 위험도를 ‘매우 위험’으로 높이면서 백신만으로 오미크론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강화, 공공장소 집합금지 같은 강력한 방역 규제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따라서 오미크론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 추가 접종과 함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시기다. 지난 7월 방역을 풀고 일상 회복을 선언했던 영국은 최근 코로나19 방역 수준을 4단계로 상향하고 재택근무와 백신패스를 강화하는 등 부분 봉쇄에 들어갔다.
11월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에 진입했던 우리도 일상 회복을 중단했다. 정부는 12월16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시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12월18일부터 1월2일까지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 인원을 4명으로 제한했다. 특히 식당·카페는 백신 접종 완료자만 오후 9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영화관과 공연장 영업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했다. 

전문가 의견 외면하더니 결국 방역에 구멍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전환을 준비했던 지난 10월, 감염병 전문가들은 단계적 일상 회복 시기가 이르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11월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한 11월1일 위중증 환자는 300명대, 사망자도 한 자릿수였다. 그러나 1개월 반 만에 위중증 환자는 3배, 사망은 10배까지 치솟았다. 하루 확진자도 4000명대로 상승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월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관련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 말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중단할 뜻이 없다는 것으로 비쳤다. 그러나 청와대는 12월14일 문 대통령이 방역 당국의 거리 두기 강화 건의에 ‘단계적 일상 회복 후퇴는 안 된다’고 반대했다는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12월 들어서면서 위중증 환자는 1000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속출했다. 하루 7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의료단체(대한감염학회·대한항균요법학회·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는 12월13일 단계적 일상 회복에 ‘긴급 멈춤’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정부는 12월16일 단계적 일상 회복을 중단하고 2주간 4단계 수준의 방역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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