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300억 들인 ‘화순 키즈라라’ 개장 못하는 이유는?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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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불만으로’ 12월 개장은 물 건너 가…부실 공사·내홍에 발목
경영진 바뀌면서 법인명의 3번 변경…그때마다 사업목적 달라 ‘혼선’
사측 “천장 누수로 부득이 연기, 내년 4월 기필코 개장할 것”

“사업 아이템 찾느라 7여년 허송세월하더니, 이제는 부실시공으로 하세월하니 개장은 언제하나.” 전남 화순군에 들어설 어린이체험시설을 두고 지역사회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다. 혈세 300여 억원이 들어간 화순 키즈라라는 언제쯤 개관할 수 있을까. 지금 키즈라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한국광해관리공단 출자기관인 ㈜키즈라라는 2019년부터 전남 화순 도곡온천관광지 내 16만107㎡(4만8432평) 부지에 306억원을 투입해 어린이체험 테마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올 12월 준공을 목표로 현재 어린이체험시설 건축물은 완공했으나 개장하지 못하고 내년 초로 연기했다. 혈세 300여억 원이 들어간 화순 키즈라라는 언제쯤 개관할 수 있을까. ⓒ시사저널 정성환
한국광해관리공단 출자기관인 ㈜키즈라라는 2019년부터 전남 화순 도곡온천관광지 내 16만107㎡(4만8432평) 부지에 306억원을 투입해 어린이체험 테마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올 12월 준공을 목표로 현재 어린이체험시설 건축물은 완공했으나 개장하지 못하고 내년 초로 연기했다. 혈세 300여억 원이 들어간 화순 키즈라라는 언제쯤 개관할 수 있을까. ⓒ시사저널 정성환

공적자금 655억 투입, 화순 키즈라라에선 무슨 일이

한국광해관리공단으로부터 경영업체로 선정된 ㈜키즈라라는 7여년 간 사업아이템을 찾으며 자본 잠식을 거듭하다가 2019년부터 화순군 도곡면 도곡온천관광지 내 16만107㎡(4만8432평) 부지에 306억원을 투입해 어린이체험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키즈라라 건립은 지역사회와 학부모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았지만, 관심은 이내 불만과 의혹의 시선으로 바뀌었다.

올 12월 준공을 목표로 현재 어린이체험시설 건물은 완공했으나 개관(장)하지 못하고 내년 초로 연기하면서다. 내부 공정률이 겨우 20% 수준에 그쳐 전체 공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는 천장 누수 부실공사와 내부 전시공사 불법행위 등을 둘러싼 사 측과 전 시설 총괄책임자 간에 내홍이 한몫했다. “집안 싸움을 하다보니 개장이 늦어져, 어린이들에게 체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부에선 제때 공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화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공적자금 손실을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키즈라라는 지난 2012년 1월, 전남 화순군의 광산 지대 석탄 산업 위축이 지속되자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폐광지역인 화순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돼 설립된 기업이다. 지난 2012년 한국광해관리공단 250억원, 화순군 205억원, 강원랜드 200억원 등 3개 기관이 총 655억원을 출자했다. 세무회계상 법인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준공공기관 성격을 띠고 있다. 


사업 아이템 찾느라 7년 ‘허송세월’…3수 끝 출항했지만

키즈라라는 경영진이 바뀌면서 법인 명의만 3번째 변경됐고, 그 때마다 사업목적이 달라 ‘혼선’을  빚었다. 설립 초기 ‘화순리조트’라는 법인명으로 다른 폐광지역처럼 숙박시설과 골프 스파시설을 갖춘 부동산 개발과 숙박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이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에 발목을 잡혔다. 화순리조트는 1년여 동안 숱한 논란을 벌인 끝에 ‘바리오화순’으로 법인명을 변경한 뒤 힐링을 테마로 한 발효리조트를 추진했다. 화순지역 특산물인 발효식품을 이용해 리조트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사업 역시 사업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 제대로 진척이 없다가 결국 2015년 2월 사업타당성 재평가에서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사업계획이 폐기됐다. 이어 후임 대표이사가 농업형 개발사업을 준비했으나 이 또한 사업성 부진을 이유로 좌절됐다. 이처럼 사업 방향성 설정과 아이템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자 국회 국정감사와 지역민들로부터 자본금만 까먹는다는 비난을 받았다. 

2016년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한국광해관리공단 국정감사에서 당시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은 “바리오화순은 2012년 회사설립 할 때 선정한 사업아이템을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효화 한 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업아이템을 찾고 있다”면서 “사업아이템을 찾기 위해 8번의 연구용역을 한 바리오화순은 폐광지역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 회사가 아니라 사업아이템을 찾는 회사가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후 지난 2019년, 현 대표이사 체제가 들어서기 직전에 바리오화순은 ‘키즈라라’로 간판을 바꿔달고 어린이체험관 조성에 발을 딛게 됐고 지난 1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현재 키즈라라 측은 개장을 내년 초로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천장 누수를 바로잡고 내년 4월에는 기필코 개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최영근 키즈라라 대표이사는 “건축 준공 이후 직업체험관에 누수가 발생해 시공사에서 6차례에 걸친 하자 공사를 했지만 누수가 잡히지 않아 소송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어서 부득이하게 내년 초로 개장을 연기하게 됐다”며 “천장 누수를 바로 잡고 올 연말 이내에 실내공사에 착수하면 내년 초 개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선 회의적인 시각도 팽배하다. 워낙 현행법 위반 사례가 많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단기간 내 개장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광해관리공단 출자기관인 ㈜키즈라라는 2019년부터 전남 화순 도곡온천관광지 내 16만107㎡(4만8432평) 부지에 306억원을 투입해 어린이체험 테마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올 12월 준공을 목표로 현재 어린이체험시설 건축물은 완공했으나 개장하지 못하고 내년 초로 연기했다. 혈세 300여억 원이 들어간 화순 키즈라라는 언제쯤 개관할 수 있을까. 키즈라라가 들어설 화순 도곡온천관광지구 일대 전경 ⓒ키즈라라
한국광해관리공단 출자기관인 ㈜키즈라라는 2019년부터 전남 화순 도곡온천관광지 내 16만107㎡(4만8432평) 부지에 306억원을 투입해 어린이체험 테마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올 12월 준공을 목표로 현재 어린이체험시설 건축물은 완공했으나 개장하지 못하고 내년 초로 연기했다. 혈세 300여억 원이 들어간 화순 키즈라라는 언제쯤 개관할 수 있을까. 키즈라라가 들어설 화순 도곡온천관광지구 일대 전경 ⓒ키즈라라

내홍까지 겹쳐 ‘설상가상’

개관일 연기에 이어 ‘엎친데 덮친’ 격으로 회사 내부 문제까지 터지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키즈라라의 내부 고발자라고 본인을 소개한 전 시설팀장 A씨는 “해당 시설은 현재 건설기술진흥법, 건축법, 소방법, 실내공기질관리법, 산업안전 보건법, 관광진흥법 등 현행법 위반 사례가 속출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더구나 MDF 합판 역시 기준 미달로 장마 이후 곳곳에서 곰팡이가 피어있어 이용자의 건강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복층 구조물 안정을 위한 공정에도 심각한 우려가 있다. 미자격자가 설계한 도면도 문제지만 그나마도 이를 검토하지 않고 허가없이 마음대로 변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최근 시사저널과 만난 키즈라라 관계자는 “불법시공은 사실무근이다”며 “건축은 마무리된 상태에서 내장 공사를 앞두고 누수가 발생해 자재에 곰팡이가 꼈다. 그래서 누수 등의 하자를 지적했지만 시공업체가 하자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4~5회의 보수작업을 했는데도 누수가 잡히지 않아 다툼이 있었는데 (키즈라라의)총괄책임자 A씨가 회사 측이 아닌 시공사 편을 들어주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설계 도면을 검토하지 않고 설계를 마음대로 변경했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키즈라라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입찰공고를 통해 사업을 진행했다”고 제기된 의혹을 일축했다. 설계의 변경은 물론 시공기간의 감리 역시 공개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고 진행했고, 입찰 과정을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MDF는 실내건축용 자재 중에서 저가의 자재에 속한다”며 “품질에 따른 가격차이가 장 당 불과 몇 천 원에 불과해 굳이 어린이용 시설을 운영하는 기업이 선택할 만한 비용절감의 방법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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