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광역단체장, 2014년은 野, 2018년은 與 싹쓸이…올해는?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3 10:00
  • 호수 168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1 격전지를 가다] 전국 선거 승패의 가늠자 PK 광역단체장 전망…대선 이기면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 커져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지역 정치권이 꿈틀거리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자리를 주고받은 PK 지역, 즉 부산과 경남·울산을 중심으로 누가 등판할지가 관심사다. 벌써 현직 광역단체장과 전·현직 국회의원 등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출마설이 무성하다.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물밑 경쟁이 이미 시작된 셈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5월9일 제20대 대통령 취임 후 단 23일 만에 치러진다. 대선에서 이긴 정당이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부산·울산·경남(부울경) 광역단체장 출마를 준비 중인 후보들은 결국 인물 경쟁이라며 표밭을 훑고 있다. 

부울경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대선 결과는 승패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유권자들이 새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면서 ‘정권 견제론’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부울경에서 61.1% 득표로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후 2014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의 경우 부산에서 서병수(50.6%), 울산에서 김기현(65.4%), 경남에서 홍준표(58.8%) 등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들이 광역단체장을 휩쓸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선에서 승리한 이듬해 치러진 2018년 6월 지방선거의 경우 부산에서 오거돈(55.2%), 울산에서 송철호(52.8%), 경남에서 김경수(52.8%) 등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싹쓸이했다. 대선 결과가 지방선거 판세를 읽는 데 유용한 풍향계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시사저널 박은숙·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이종현·시사저널 윤무영
ⓒ시사저널 박은숙·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시사저널 윤무영

‘박형준 대항마’ 고심하는 與, 김영춘 주목

1995년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실시된 8차례 부산시장 선거(2004년 보궐선거 포함)에서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일곱 번 승리했고, 민주당 계열 정당의 승리는 2018년 오거돈 전 시장이 유일했다. 부산의 16개 구(區)별로 선거 때마다 쏠림 현상이 강했다. 1998년과 2014년을 제외하면 여섯 번의 선거에서 모든 지역이 승자에게 표를 몰아줬다. 부산은 시장 선거에서 바람과 분위기를 많이 타는 곳이다. 이처럼 대선의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부산 지역은 아직 지방선거를 둘러싼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형준 부산시장이 “더 일할 기회를 달라”며 재선을 노리고 있지만, 민주당은 지방선거 거론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지금은 대선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며 “부산시장 후보군을 언급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현재 박 시장의 1인 독주 양상이다. 부산시장 후보로 꼽혀왔던 장제원·하태경 의원은 출마 의사를 이미 접었다. 박 시장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꼽혔던 김도읍 의원도 “박 시장의 임기가 1년밖에 안 된다. 박 시장이 시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며 불출마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결과가 변수다. 박 시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 의혹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지역 법조계는 오는 2월말 법원 정기인사 이전에 재판부가 1심 판결을 선고할 것으로 본다. 박 시장이 무죄를 선고받으면, 4월 중순으로 예정된 국민의힘 지방선거 경선·공천에서 박 시장은 무난히 공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죄나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선고되면 국민의힘 시장 경선 구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숨죽이고 있는 당내 경쟁자가 대거 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3선의 이헌승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주목된다. 또 서병수·조경태 의원도 후보로 거론된다. 서 의원의 측근들은 최근 두 개의 포럼을 통합하고, 지방선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서는 먼저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거론된다. 김 전 장관은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전 장관이 당선되면 지난해 4월 부산시장 재보선에서 박 시장에게 패해 하락한 정치적 위상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1월4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출마를 위한 확실한 동기를 현재까지 찾지 못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부산이 지역구인 최인호·전재수 의원도 하마평에 오른다. 그 외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당내 신진세력을 대표하는 김해영 전 의원,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의 등판도 거론된다. 

 

울산, 野 후보 난립…경남은 김두관 등판 관심

부산 다음의 관심사는 울산이다. 울산은 과거 보수 텃밭으로 불렸지만, 2018년 치러진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깃발 꽂기에 성공했다. 송철호 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울산의 미래를 결정할 사업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성공적으로 완성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한 재판은 송 시장에게 여전히 걸림돌이다. 지난해 말 장윤호 울산시의원이 송 시장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민주당 울산시장 경선은 송 시장과 장 시의원 간 2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후보들이 난립하는 모양새다. 가장 먼저 김두겸 전 남구청장이 출마 선언과 함께 선거 행보에 나섰다. 또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갑윤 전 의원과 시장 세 번, 국회의원을 두 번 지낸 박맹우 전 울산시장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서범수 의원, 박대동 전 의원도 거론된다. 울산시장을 지낸 김기현 원내대표의 출마 여부도 관심이다. 이처럼 울산은 후보 숫자만 보면 여당이 압승했던 지난 지방선거나 지난해 총선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치권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이 앞선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경수 전 지사의 구속으로 무주공산이 된 경남은 국민의힘 후보군이 두텁다. 우선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 의원의 출마 여부가 관심을 끈다. 김 의원의 하마평이 지속적으로 나오지만, 실제 등판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26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경남지사 선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윤영석 의원은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고, 박완수 의원도 출마 의지가 강하다. 이주영·김재경 전 의원 역시 물망에 오른다. 민주당은 전직 경남지사인 김두관 의원을 비롯해 민홍철·김정호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막상 당사자들은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호 전 경남지사 권한대행과 공민배 전 창원시장도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한편 KBS창원방송총국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27~29일 만 18세 이상 경남 도민 161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응답률 17.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4%포인트)한 경남지사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도지사 후보 적합도는 김두관 의원과 박완수 의원이 각각 13.8%와 8.3%로 조사됐다. 이어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 4%, 윤한홍 의원 3.9%,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3.7%, 정의당 여영국 대표 3%, 민홍철 의원 2.4%, 김재경 전 의원 2%, 윤영석 의원 1.8%, 양문석 민주당 통영고성위원장 1.2%, 한경호 전 경남지사 권한대행 1%, 공민배 전 창원시장 0.8% 순이다. 이번 조사 설문지와 결과표는 KBS창원방송총국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