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나 포착된 월북 장면···軍, 보고도 몰랐다
  • 안수교 디지털팀 기자 (hongsalami@naver.com)
  • 승인 2022.01.0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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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동기화 작업 안해, 엉뚱한 시간대 녹화분 돌려봐
軍, 초동대처・보고절차 허점 인정 "국민께 송구"

탈북민이 지난 1일 강원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 철책을 넘어 월북하는 장면이 군의 COP(일반전초) 감시카메라에 다섯 차례나 포착됐지만, 감시경계 병력이 이를 모두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이와 관련해 국민께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5일 합동참모본부는 탈북민 A씨가 지난 1일 오후 12시 51분쯤 강원도 동부전선 민통선 주변에서 찍힌 폐쇄회로(CC)TV 모습을 공개했다. 군 당국은 A씨가 지역 철책을 넘어 월책하는 장면이 GOP 내 감시카메라 3대에 모두 5차례 포착됐다고 밝혔다.

GOP 감시병은 실시간 전송되는 CCTV 카메라 영상에서 A씨가 철책을 뛰어넘을 당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CCTV 카메라에 식별된 물체가 매우 흐릿했으며 감시카메라의 사각지대 발생 등의 문제로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그러나 이후 녹화된 영상을 재생했을 때도 해당 부대는 A씨의 월북 사실을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녹화영상의 저장 서버에 입력된 시간과 실제 촬영 시간이 차이가 났다는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근무 지침상 하루 두 차례 (CCTV 메인 서버와 저장 서버) 장비의 시간을 서로 맞추는 동기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4분가량 (서버에 기록된 시각과 실체 촬영 시각 간) 차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보고 절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당 대대의 지휘통제실장은 경계 상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자체적으로 상황을 종료한 뒤 상급 부대와 대대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합참 관계자는 "특이사항이 없더라도 매뉴얼상 보고하게 되어 있는데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군 당국은 경계태세의 허점을 인정했다. 전동진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합참은 내일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으로 긴급 작전 지휘관 회의를 여는 한편, 군단장 책임하에 경계 작전 부대 임무 수행 능력 향상을 위한 특별 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철책 월북 사건' 초동 조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철책 월북 사건' 초동 조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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