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동력선 관통 매각 땅 뒤처리도 ‘불안’…“안전불감증 여전” 비난 이어져
  • 서중권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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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물 관리 허점…‘케이블 보호캡’ 안 씌워
“경부선 KTX 탈선사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철도공사 조치원역 내 화물기지를 관통하는 전철역 전력케이블 등 동력선이 매립된 부지는 폭 4-5m, 530㎡(160평)로 나탔다.ⓒ시사저널 서중권

한국철도공사(사장 나희승)가 조치원역 내 전철역 전력케이블 등 동력선이 관통된 화물기지를 매각한 것과 관련해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5일 충북 영동터널 부근에서 부산행 KTX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철도공사는 지난 2018년 조치원역 내 화물기지 6845㎡(2000평)를 세종시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34억원, 평당 170만원 꼴이다. 하지만 매각한 화물기지를 관통하는 전철역 전력케이블 등 동력선이 매립된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국가 철도망 주요 동력선이 구축된 부지를 처분한 철도공사의 안일한 행정오류도 문제지만, 그 사후처리 역시 미흡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8일 “매각 추진 당시 문제가 없는지 관련 부서에 의견 수렴을 하였으나 특별한 이견이 없어 동력선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매각했다”고 말했다.

철도공사와 세종시-LH 등 3개 기관은 지난해 5월 지장물 배척 부지 530㎡(160평)를 토지 교환한 바 있다. 화물기지 내 관통한 동력선은 옮기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론 내고, 지장물을 피해 공동주택을 짓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세종시가 계획한 청년창업주택은 예산 230억원을 들여 공급면적 44㎡ 등 12층에 152세대를 짓는 규모다. 이 주택은 조치원역 화물기지 내 길이 160m, 폭 25m의 비좁은 공간에 들어설 계획이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제척한 부지 530㎡는 토지 교환했다. 동력선이 어떻게 매설됐는지 여부 등 정확한 사실을 알려면 세종시에 질의하라”고 세종시와 LH 측에 떠넘겼다.

현재 화물기지 내 ’청년창업주택‘ 건립은 재설계가 끝나면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하지만 시행을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LH 관계자는 “좁아진 도로와 동력선을 비롯해 지장물에 대한 훼손 우려 등 고민이 뒤따르고 있다”는 고민을 내비쳤다.

화물기지 부지 내를 관통하고 있는 동력선은 지하 1∼2m 깊이에 수 가닥의 전철역 전력케이블 등이 매립됐다. 매립된 케이블은 ’케이블 보호캡‘조차 씌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철도공사 측은 별다른 설명이나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20년 12월 강릉에서 출발한 KTX가 남강릉 신호장 일원에서 선로를 이탈했다. '배선 한 가닥'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연합뉴스

철도역 내 화물기지를 관통하는 전력케이블 등 지장물이 확인된 만큼, 이 부지에 공동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무리라는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 건축전문가는 “공사과정에서 전력케이블을 훼손했을 경우 대형사고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특히 국가 철도망인 동력선이 구축된 화물기지에 공동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종 시민들이 반발 여론도 거세다. 시사저널이 ’단독‘ 보도한 ’조치원역 내 화물기지 동력선 부지 매각‘ 내용이 알려지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수천의 조회수와 많은 댓글이 이어졌다, 대부분 철도공사의 무지한 행정과 세종시의 ’밀어붙이기식‘의 행정을 질책하는 내용이다.

한 시민은 “지난 5일 충북 영동터널 부근에서 발생한 부산행 KTX 열차 탈선사고가 반면교사로 삼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철도공사 측은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세종시와 LH 측에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다. 시 관계자는 “이춘희 시장의 공약사업인 만큼 재설계가 준비되는 대로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KTX 열차 사고는 지난 2020년 강원도 강릉역에서 출발한 서울행 KTX 열차가 출발 5분 만에 탈선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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