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만 바라보는 대선 주자들…‘이대녀’ 표심은 어디로?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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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으로 쏠리는 2030 男心과 달리 압도적 우위 없는 女心
젠더이슈 부각될수록 ‘여성 소외’ 우려 목소리도 커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월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를 찾아온 윤석열 대선후보와 단독 회동을 마친 뒤 끌어안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월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를 찾아온 윤석열 대선후보와 단독 회동을 마친 뒤 끌어안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2022년 대선 판이 뜨겁게 달궈질수록 정치권 일각에선 젠더 갈등 부각에 대한 경계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정치권 주도로 펼쳐지는 ‘이대남’ 구애 전략이 젠더 갈등을 부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으로 인해 ‘이대남’(20대 남성)의 목소리가 과잉 대표되고 ‘이대녀’(20대 여성)는 소외된다는 지적이다. 여성계에서는 “여기 ‘이대녀’도 있다”며 남성 중심의 선거운동을 규탄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2030 여성의 표심은 어디로 흐르게 될까.

각종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2030 여성 유권자의 표심은 ‘오리무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2030 남성의 표심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로 쏠리고 있지만, 여성의 경우 윤 후보는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 모두 압도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14일 발표된 리서치뷰 여론조사 결과(UPI 의뢰, 11~13일 조사, 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다자 대결에서 20대 남성의 63%, 30대 남성의 54%가 윤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 조사 대비 각각 25%포인트, 26%포인트 급상승한 수치다. 반면 20대 여성은 이 후보 25%, 윤 후보 30%, 안 후보 12%, 심 후보 16%로 상대적으로 고른 지지를 보였다. 30대 여성은 이 후보 30%, 윤 후보 23%, 안 후보 23%, 심 후보 8%였다. 

해당 조사에서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야권 단일화를 가정하고 이 후보와의 양자 대결을 펼친 결과, 그 경향성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윤석열 대 이재명 양자 대결에서는 20대 남성의 74%가 윤 후보를, 17%가 이 후보를 지지한 반면 20대 여성은 각각 37%와 36%의 지지율을 보였다. 안철수 대 이재명 양자 대결에서는 20대 남성의 72%가 안 후보를, 13%가 이 후보를 지지했고, 20대 여성은 각각 46%와 28% 지지를 보였다. 해당 조사의 2030 남녀의 표본 수는 70~100명 선이라 오차범위가 전체(±3.1%포인트)보다 커지는 것을 고려하면, 여성의 표심이 상대적으로 더 모호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14일 발표된 리서치뷰-UPI뉴스 여론조사(11~13일 조사, 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 가운데 20대 남녀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비교 ⓒ 시사저널
14일 발표된 리서치뷰-UPI뉴스 여론조사(11~13일 조사, 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 가운데 20대 남녀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비교 ⓒ 시사저널

尹으로 쏠리는 ‘이대남’ vs 갈피 못 잡는 ‘이대녀’

일각에선 “여성 표심이 갈 데가 없다”는 자조도 나온다. 대선 판을 주도하고 있는 양강 후보들이 모두 젠더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편이어서다.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나 병사 월급 200만원 등 ‘이대남’을 정조준한 공약을 내놓으며 전략적으로 여성 표심을 후순위에 두고 있다. 이 후보는 여배우 스캔들이나 형수 욕설, 조카의 스토킹 살인 변호 전력, 민주당 인사들의 성추문 등으로 인해 여성의 비호감도를 키운 처지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이 만난 ‘이대녀’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남구에서 브랜드 홍보 일을 하는 김아무개씨(27)는 “윤석열 후보가 이대남을 공략하는 것은 본인 신념이 아니라 이준석 대표에 떠밀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자기 정치를 하지 못 하는 사람 같고, 그렇다고 이재명 후보를 뽑자니 어딘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기업 재무 일을 하는 윤아무개씨(28)는 “두 후보를 보면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준 자체에 회의감이 든다. 이 정도의 얄팍한 비전을 가진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한국을 도대체 어떻게 끌어갈지 걱정된다”고 했다.

여성계에서도 정치권의 ‘이대남’ 구애 전략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45개 여성단체들은 지난 11일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겨냥해 “반페미니즘을 도구로 지지율을 올려보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 후보는 평등과 연대를 원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당 대선 캠프 소속 여성 청년들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거대 양당 후보들이 ‘이대남’의 표심에 매달리는 동안 ‘이대녀’를 대변하는 정치는 없었다”며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했다.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 모습 ⓒ 연합뉴스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 모습 ⓒ 연합뉴스

‘이대남’ 전략, 통할까

‘이대남’ 구애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이대남’의 압도적 지지가 다른 계층의 지지세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젠더 갈라치기로 ‘이대녀’를 잃은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14일 앞선 리서치뷰 여론조사 결과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예고했던 72.5 보다 더 센 강도로 20대 남성 표심이 잡히고 있다”고 밝혔다. 72.5%는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얻은 20대 남성의 득표율로, 이 대표는 일찌감치 이번 선거운동의 목표를 ‘어게인 72.5’로 제시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 상황을 유지하고 전체 표심이 7~8% 차이를 이룬 상태가 지속되면 2030이 5060의 부모세대를 설득해서 동조효과가 강화될 것”이라며 “미래를 상징하는 젊은 세대가 왜 윤 후보를 선택했는지 조리 있게 설명해내면 자식 이기는 부모 없고 손주 이기는 어르신들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대로 “‘이대남’ 효과는 부풀려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통상 과거 선거에서 ‘이대남’보다 ‘이대녀’의 투표율이 더 높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2030의 정치 참여율 자체가 다른 세대보다 낮다는 이유에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 여성의 투표율은 남성보다 7~9%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2030의 투표율 자체는 35% 선으로, 전체 유권자 평균치(58%)보다 훨씬 낮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시사저널과 만남에서 “‘이대남’을 정조준 하는 전략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기조를 계속 가져간다면 중도층 확장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선거 치르는 데 큰 지장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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