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너무 짖는 반려견, 뭐가 문제일까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2.02 12:00
  • 호수 1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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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의 발현 원인 이해하고 줄여가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개가 실내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개는 항상 마당 한쪽에 묶여 집을 지키는 목적으로 길러졌고, 낯선 사람이 오면 맹렬하게 짖는 게 당연했다. 그것이 집에서 길러지던 개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 물론 여전히 시골에서 집을 지키는 목적으로 개를 키우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목적이 아닌 하나의 가족으로 들여와 동고동락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반려견에게 짖어서 집을 지키는 역할은 요구되지 않으며, 오히려 실내에서 짖는 행동이 이웃의 민원을 야기하는 골칫거리가 됐다. 이제는 개가 짖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닌 문제행동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개가 짖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짖는 행동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감정은 ‘불안’이다. 영역동물인 개는 자신의 영역에 낯선 사람이 오는 것을 근본적으로 경계하며, 근접할수록 불안감이 커진다. 이런 불안감이 여러 가지 형태로 표출되는데 짖음이 바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행동이다. 이런 짖음을 통해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대상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짖음 자체가 이런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역할도 한다. 이렇듯 짖음은 개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사람과 함께 실내생활을 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짖음의 원인을 이해하고 줄이는 것도 이웃과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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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화 황금기인 생후 1~4개월에 영향  

“우리 집 개는 작은 소리만 나도 이렇게 짖는데, 친구네 개는 어쩜 그렇게 조용할까?” 사실 모든 개가 맹렬하게 짖진 않는다. 이런 차이는 타고나는 기질도 있지만, 생후 1개월부터 4개월까지로 분류되는 사회화 황금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갓 태어난 강아지는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가 없는 만큼 특정 대상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하는 인식도 명확히 형성돼 있지 않다. 그만큼 이 시기에 사람이나 동물뿐 아니라 외부 소리나 여러 가지 자극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성견이 되어서도 다른 개들에 비해 동일한 상황에서 불안감을 덜 느낄 수 있으며 자연스레 짖음 또한 줄어든다. 

사회화 시기와 무관해 보이는 짖음의 원인은 보통 보호자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 과한 애정으로 과잉보호하는 경우 보호자와 함께 있을 때 공격성과 짖음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보호자의 경우 보통 칭찬은 많이 하지만 잘못했을 때 명확히 혼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잘못된 행동을 인지하지 못하는 버릇없는 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보호자가 반려견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않아 단단한 유대관계를 형성하지 못했을 때도 짖음은 나타난다. 보호자를 그만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함께 있을 때도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아 잦은 짖음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반려견과 충분한 시간을 함께하면서 신뢰를 형성하되 잘한 행동과 잘못된 행동을 구분할 수 있도록 명확히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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