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승부 갈린다] 단일화, 안철수와 중도층에 달렸다
  • 김종일·구민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1.21 10:00
  • 호수 1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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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문가 10인이 보는 대선 5대 핵심 변수 ①단일화]
오리무중 판세 속 ‘단일화’ 최대 변수로 부상, ‘역(逆)시너지' 우려도

“1992년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해 왔는데 이런 대선은 없었다. 후보들의 도덕성 문제, 유권자 탈이념화 현상, 대선을 관통하고 있는 정체성 정치 등 모두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선거 분석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이상한 선거다.” 30년간 여의도 정치권에서 선거 여론조사 전문가로 활동해온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의 솔직한 토로다. 분석과 예측에 어려움을 겪는 건 홍 소장 같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소중한 한 표를 어떤 기준으로 행사할지 결정하기 어렵다. 쉽게 마음이 가는 곳이 없다. 그래서일까. 이번 대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고 예측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판세가 예측불허다. 3월9일 20대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았지만 아직 어느 후보도 대세를 형성하지 못하는 보기 드문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양강 후보는 모두 유리한 구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수행 긍정평가율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절반이 넘는 정권교체 여론의 등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선이 ‘이상한 이유’는 후보를 ‘뽑을 기준’은 보이지 않고, ‘뽑지 않을 기준’이 정국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김건희 리스크’는 이번 대선을 ‘비호감 대선’으로 만들어 버렸다. 유권자는 누가 덜 나쁜지를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반면 시대정신 같은 거대 담론은 물론이고 대선을 관통하는 대형 정책은 실종됐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 같은 대표 정책에서 후퇴했고, 윤 후보는 여태껏 유권자 기억에 남을 대표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두 후보의 정책에서 차별화도 체감하기 어렵다. 양강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모두 250만 호 공급으로 같다.

전문가들은 우리 국민이 ‘뽑을 이유’와 ‘뽑지 않을 이유’를 확실하게 만들어줄 핵심 변수를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 궁금했다. 시사저널은 남은 대선 기간 승부의 향방을 가를 5대 변수를 ①단일화 ②대장동 리스크 ③김건희 리스크 ④TV토론 ⑤2030대 표심 등으로 꼽고, 여의도 정치권에서 이른바 ‘1타 강사’로 불리는 선거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분석을 청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비호감 대결’과 ‘차별성 없는 정책’ 구도 속에서 치러지다 보니 역대 대선에 비해 이례적으로 지지자들의 결집도와 충성도가 약하다고 분석했다. 지지율 하락과 반등이 단기간에 요동치는 현상이 반복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엎치락뒤치락 흐름이 대선 막판까지 이어지며 대세 후보는 대선일에 결정될 수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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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불교리더스포럼 제5기 출범식’에서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기념촬영이 끝난 뒤 이동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단일화를 둘러싸고 살펴봐야 할 변수는 다층적이다. 이재명·심상정, 이재명·김동연 조합보다는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단일화가 현재의 2강 1중 구도에서 필승카드로 파괴력을 가질지도 관심사다. 시기도 관건이다. 이제 대선은 50일도 남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되는 2월15일과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월말,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3월4일 직전을 후보 단일화 성사가 가능한 시점으로 꼽았다.

야권 단일화 전망은 엇갈린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단일화는 변수가 아닌 상수”라며 “3자 대결 구도가 계속된다면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단일화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굉장히 강하게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1997년 김대중·김종필(DJP) 연합과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의 혼합 형태로 단일화될 가능성을 점치며, 구속력 있는 공동정부 약속을 기반으로 경선을 거쳐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단일화가 결정적 변수”라면서 “윤 후보가 이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전을 계속 벌이고, 안 후보가 두 자릿수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윤 후보 입장에서는 단일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급한 건 윤 후보다. 이번에 당선되지 않으면 윤 후보의 정치생명은 위태롭다. 주도권을 안 후보가 쥘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반면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단일화에 대한 요구는 굉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단일화 가능성은 낮다”며 “제1 야당 후보인 윤 후보가 양보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또 안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인 상황에서 굳이 단일화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협상인데 룰 협상이 쉽지 않다. 안 후보는 단일화를 하게 되면 ‘철수 정치’라는 비판을 또 받게 된다. 결국 시간만 끌다가 무산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 교수는 “단일화를 하면 둘이 합쳐 시너지가 나야 하는데, 오히려 지금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다. 신선감과 파괴력 모두 크지 않아 단일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단일화를 한다고 산술적으로 지지율이 합쳐지는 국면은 이미 과거가 됐다”면서 “오히려 독자 출마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반감을 갖고 이탈하는 ‘역(逆)시너지 효과’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중도층은 정치공학을 유독 싫어한다”고 분석했다. 최 원장은 “단일화 성사 여부도 과거엔 대선후보 개인 의지에 달려 있었지만, 이제는 대선판을 쥐고 흔드는 중도층에 달려 있다”며 “결국 중도층이 안 후보를 어디까지 밀어주느냐가 관건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 추세에 따라 안 후보의 완주, 단일화 등이 결정될 텐데 그 결정적 시기는 설 연휴가 끝날 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진보진영의 단일화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전문가는 없었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재명·심상정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며 “김동연 후보와의 단일화를 모색해볼 수 있겠지만, 김 후보도 독자 완주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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