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중고차 시장 진입 강행한 까닭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1.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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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확대와 브랜드 가치 상승 등 이익 상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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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사업 일시 정지 권고에도 중고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각각 경기도 용인시와 전라북도 정읍시에 자동차매매업 등록을 신청했다. 현대글로비스도 지난 20일 중고차 거래 플랫폼 ‘오토벨’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이후 대기업 진출이 허용되지 않았다. 상황은 동반성장위원회는 2019년 중고차 매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리면서 달라졌다. 소비자 후생과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최근까지도 대기업들은 중고차 시장 진입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의 반발 등을 고려해서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차와 기아는 중고차 사업을 준비했다. 중기부의 사업개시 일시 정지 권고에도 시장 진출을 강행했다. 업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중고차 시장 진출에 따른 현대차와 기아의 이익이 상당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우선 기존 신차에서 중고차 판매까지 시장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약 12조원으로 추산된다. 연간 거래 차량 수가 240만여 대에 달하는 거대시장이다. 그러나 허위매물과 주행거리 조작 등 시장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레몬마켓’이라는 꼬리표마저 붙은 상황이다. 시고 맛없는 레몬처럼 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이라는 까닭에서다.

이로 인한 소비자의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시장에 진출할 경우 단숨에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우선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매입력은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의 리스(장기임대) 차량을 매물로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현대캐피탈을 통한 할부 등 각종 금융서비스도 제공하거나, 전국 블루핸즈·오토큐 등 서비스센터를 통해 애프터서비스(AS)를 보장하는 등 기존과 차별화된 전략도 펼 수 있다.

시장 확대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 상승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직접 자사 중고차를 관리하고 보증할 경우 사고 및 고장 사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벤츠와 BMW 등 외제차업체들은 중고차 매매업에 뛰어들어 직접 차량을 관리하면서 자사 중고차의 감가상각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로 인한 중고차 가격 상승은 신차 가격을 올리는 데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은 생산·판매는 물론 정비와 중고차, 폐차까지 차량의 생애 전 주기를 관리하며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신사업을 물색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축적한 빅데이터 활용처도 무궁무진하다. 판매와 생산 전략, 부품 수급 계획까지 보다 정확한 모니터링과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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