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대전’ 막 오르나…김혜경 ‘황제의전’ 논란 속 김건희 등판 저울질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2.0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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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배우자 김혜경, ‘황제의전’ 논란에도 유세 이어가
‘녹취록’ 논란 尹 배우자 김건희, 설 직후 등판 저울질
국민의힘이 제공한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공식 프로필 사진(왼쪽)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1월27일 경남 통영 굴 작업장에 방문한 모습 ⓒ 시사저널
국민의힘이 제공한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공식 프로필 사진(왼쪽)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1월27일 경남 통영 굴 작업장에 방문한 모습 ⓒ 시사저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기 지사 시절 배우자 김혜경씨가 경기도 공무원에게 사적인 지시를 내렸다는 이른바 ‘황제의전’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7시간 녹취록’ 논란을 빚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는 이르면 2월 초 등판을 저울질 하고 있는 상태라, 양강 후보의 배우자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김혜경씨의 ‘황제의전’ 논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원일희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 후보나 김혜경씨가 지시한 적 없고 공무원이 과잉 충성했다는 식의 해명은 꼬리 자르기 궤변 그 자체”라며 “이 후보와 선대위는 침묵으로 외면하지 말고 명백한 불법에 대한 사법당국의 수사에 성실히 응하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전날에도 최지현 선대본부 수석부대변인 명의로 “약 대리처방, 음식 배달, 아들 퇴원 수속 등 공무원들을 종 부리듯 한 것에 대해 이 후보 부부와 민주당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 후보 배우자의 ‘황제 의전’에 대해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설 명절인 1일 경북 안동시 안동 김씨 화수회를 방문,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민주당 선대위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부인 김혜경씨와 함께 설 명절인 2월1일 경북 안동시 안동 김씨 화수회를 방문,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민주당 선대위 제공

‘황제의전 논란’에도 李 유세 돕는 김혜경

국민의힘이 언급한 김혜경씨의 ‘황제의전’ 의혹은 지난달 28일 SBS의 보도로 처음 불거졌다. SBS는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배아무개씨의 지시로 김혜경씨의 심부름을 했다는 전직 공무원 A씨의 제보를 토대로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김씨가 약 대리처방을 시키거나 음식 배달을 시키는 등 공무원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다. 다만 의혹 당사자인 배씨는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 자체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와 민주당 선대위는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면서도, 배씨의 해명을 앞세워 논란을 진화하려는 분위기다. 민주당 선대위 TV토론 단장을 맡은 박주민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배씨가 ‘사실과 다르다’고 입장을 밝혔다. 선대위 차원에선 문제제기를 했던 퇴직 공무원 A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거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혜경씨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는 별개로 지역 순회 행보를 이어가며 ‘영부인’으로서의 존재감을 굳히려는 태세다. 김씨는 지난달부터 부산‧울산‧경산과 충북·전북·충남 지역을 홀로 찾았고, 장애인‧다문화 가족, 노인‧어린이 복지시설 현장에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자신이 연계된 황제의전이나 ‘혜경궁김씨’ 등 리스크가 남아 있지만,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공식 등판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비효과를 노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네이버에 ‘김건희’를 검색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씨의 프로필이 등장한다. ⓒ네이버 포털 캡쳐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김건희’를 검색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씨의 프로필이 등장한다. ⓒ네이버 포털 캡쳐

김건희, ‘침묵’ 끝내고 등판 하나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건희씨의 등판을 앞당겨야 한다는 기류가 읽힌다. 이르면 설 연휴 직후부터 김씨가 활동을 시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씨를 둘러싼 ‘7시간 녹음 파일’ 논란이 어느 정도 진화됐다고 판단, 더 이상 김씨의 등판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혜경씨를 비롯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부인 김미경씨도 선거 레이스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 역시 김건희씨의 등판을 재촉하는 계기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김건희씨의 녹음 파일 공개 이후 김씨의 팬클럽 회원 수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의 무속인이나 ‘미투’ 관련 발언은 여전히 논란에 휩싸인 상태이지만, 김씨가 사적 대화 도중 ‘쥴리’ 의혹 등 자신에게 얽힌 여러 논란을 해명하면서 의도치 않게 ‘걸크러쉬’ 면모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여기에 김씨가 최근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프로필을 등록하면서, 등판을 위한 몸 풀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다만 김건희씨는 등판하더라도 정치활동과 무관하게 독자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평가다. 김씨를 향한 여론이 다소 우호적으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또 다른 리스크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당장은 김씨가 전문성을 보이는 공연‧전시 분야에서 비공개 봉사활동을 하는 방식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건희씨까지 등판하게 되면 ‘영부인’ 자리를 둘러싼 대선 후보 부인들의 신경전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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