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에서 김혜경으로…후보 배우자 향하는 검증의 칼날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2.0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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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등판 초읽기에 터져 나온 김혜경 ‘황제의전’ 논란
공수 바뀐 ‘배우자 검증’ 국면…판세 뒤엎을까 ‘촉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왼)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 시사저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왼)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 시사저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를 둘러싼 ‘황제의전’ 의혹에 불이 붙고 있다. 김혜경씨와 이 후보가 관련 의혹에 직접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권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는 모습이다. 동시에 ‘7시간 녹음 파일’ 논란에 휩싸였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는 본격 등판을 준비 중이다. 대선 후보 배우자 검증 국면의 초점이 김건희씨에서 김혜경씨로 옮겨진 분위기다.

설 연휴부터 시작된 김혜경씨의 ‘황제의전’ 의혹은 3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가 경기지사로 재직 당시 김혜경씨가 경기도 소속 공무원에 약 대리처방이나 음식 심부름을 시키고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 후보는 이날 관련 의혹에 대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김혜경씨도 전날 “모든 게 제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민주당은 심부름을 시킨 당사자로 지목받는 전직 5급 공무원 배아무개씨의 단독 판단에 따른 것이었을 뿐, 김혜경씨의 직접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황제의전’과 김혜경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 의혹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 1월27일 1박2일 경남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통영 굴 작업장에 방문해 설명을 듣는 모습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 1월27일 1박2일 경남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통영 굴 작업장에 방문해 설명을 듣는 모습 ⓒ 연합뉴스

공수 뒤바뀐 ‘배우자 검증’ 국면

당초 김혜경씨는 단독 지역 순회에 나서는 등 광폭 유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경쟁 상대인 김건희씨가 녹취록 공개에 따른 무속인 논란 등에 휩싸여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비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취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김건희씨가 등판 채비에 나선 시점에 김혜경씨가 ‘황제의전’ 논란에 휩싸이며 역풍을 맞게 됐다. 여야 후보 배우자 검증 국면의 공수가 전환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은 민주당 측에서 김건희씨를 향해 내걸었던 ‘비선실세’ 프레임을 꺼내들며 역공에 나섰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전날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과 사를 구분 못 하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비선실세는 바로 이렇게 탄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김혜경씨 관련 논평을 11개나 냈다. 김혜경씨 관련 논란을 정조준 하는 태도가 확인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김혜경 황제갑질 진상규명센터’를 출범시키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이 후보와 김혜경씨를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김혜경씨 논란에 화력을 집중하는 이유는 ‘배우자 리스크’가 대선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 등으로 한 차례 곤혹을 치른 것처럼, 김혜경씨의 ‘황제의전’ 논란이 이 후보의 지지율을 깎아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후보 본인보다 배우자가 더 중요한 것처럼 키웠던 민주당의 자업자득”이라며 “김건희 리스크는 완화되고 김혜경 리스크가 커졌다. (판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네이버에 ‘김건희’를 검색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프로필이 등장한다. ⓒ네이버 포털 캡쳐
네이버에 ‘김건희’를 검색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프로필이 등장한다. ⓒ네이버 포털 캡쳐

김건희‧김혜경 리스크, 대선 판세 뒤바꿀 핵심 변수 되나

대선 민심을 가를 설 연휴가 지났는데도 판세가 여전히 오리무중인 점도 ‘배우자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대선이 불과 34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 박빙 승부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국면에서 새로운 배우자 리스크를 띄우는 것이 판세를 뒤바꿀 기회라는 분석이다.

다만 국민의힘 역시 ‘김건희 리스크’가 재발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녹취록 논란은 잦아들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지만, 김건희씨가 실제 등판한 이후 여론이 어떻게 변할지 안심할 수 없어서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김건희씨의 2월 초 등판 가능성을 유력하게 거론하면서도 신중론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김건희씨는 지난달 24일 포털 사이트에 프로필을 직접 등록한 이후 등판 시점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배우자 리스크’가 정치권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날 오후 예정된 대선 후보 간 TV토론에서도 관련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가족 관련 네거티브 공방은 자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존재감 부각이 시급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은 양강 후보의 도덕성 이슈를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김혜경씨의 ‘황제의전’ 의혹과 김건희씨의 ‘무속인 논란’ 등이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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