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보여줘야죠,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6 13:00
  • 호수 168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년심판》으로 돌아온 배우 김혜수
소년범 혐오하는 판사 역 맡아

‘여배우’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김혜수가 돌아왔다. 영화 《내가 죽던 날》(2020)과 드라마 《하이에나》(2020) 이후 2년 만이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이다. 김혜수로서는 첫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오리지널 출연작으로, 김혜수는 “청소년 범죄나 소년범에 대해 유의미한 고민을 함께 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 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다. 극 중 김혜수는 연화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로 새로 부임한 인물로,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고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법이 없는 캐릭터다. 김혜수 외에도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각기 다른 성향의 판사를 연기한다.

김혜수가 연기한 심은석 판사는 소년범을 혐오한다. 죄를 지었으면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무열이 소년범에게 벌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기회를 줄 수 있는 건 판사뿐이라고 믿는 인간적인 판사 차태주 역을, 이성민이 사회적 시스템 변화를 주장하는 부장판사 강원중 역을 맡았다. 이정은은 빠른 사건 처리를 중시하는 이성적이고 완고한 판사 나근희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혜수는 극 중 배역 심은석의 신념을 진심으로 전하기 위해 치열하게 몰입했다고 한다. 실제 소년법정을 참관하며 작품에 진정성 있게 다가갔다는 후문이다. 함께 출연한 배우 이성민은 김혜수에 대해 “작업하는 방식을 지켜보면서 대단하고 관록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 앞에서의 태도가 많은 자극이 됐다”고 전하며 김혜수의 열연을 예고했다.

《소년심판》은 신예 김민석 작가와 베테랑 홍종찬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검사, 변호사와 달리 미디어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판사들의 이야기에 궁금증을 품었던 김민석 작가는 의외로 다양한 분야의 판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중에서도 소년부 판사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프》 등으로 사회 이면을 다양하게 조명해 왔던 홍종찬 감독은 《소년심판》의 대본을 접하고 꼭 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서면 인터뷰와 제작발표회를 통해 김혜수를 만났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대본을 읽고 굉장히 반가웠다. 이런 이야기가 쓰일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보는 사람들이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이 작품이 제게 온 게 기뻤다. 작품의 메시지들이 진심으로 잘 전달돼 많은 분이 공감하고 함께 생각을 나누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느낌은 어땠나.

“청소년 범죄와 소년범이라는 예민하고 다소 무거운 소재를 이런 방식으로 힘 있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고 놀라웠다. 재미나 완성도는 물론 영상매체가 할 수 있는 순기능을 내포한 작품이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작업했다. 진심으로 시청자의 가슴에 메시지가 닿아서 소년범에 대해 유의미한 고민을 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

맡은 역할은 어떤 캐릭터인가.

“심은석 판사의 약칭이 ‘심판’이다.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다. 사건에 냉정하고 날카롭게 몰두하면서 저지른 죄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비 없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다.”

‘심은석’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심은석은 소년범을 향한 냉철한 시각과 냉정함을 잃지 않으며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자신이 맡은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심은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책임’이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사건을 야기한 소년범뿐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사회, 국가, 함께 살아가는 어른들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묻는다. 심은석의 신념을 진심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매 신, 매 화에 따라서 표현 수위나 밀도를 어떤 식으로 조정해야 될지가 관건이었다. 가해 소년, 가해자의 가족,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 동료 등 심은석이 대하는 사람마다 어떤 식으로 표현을 달리할지 고민했다. 신념이 다른 판사들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어떤 식의 변별성을 주면서 조화를 이룰지가 중요했다.”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배우가 출연한다. 캐스팅 소식을 듣고 어땠나.

“대본을 받고 판사 캐릭터를 보며 누가 이 연기를 할지 너무너무 궁금했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0순위 배우들이 다 배역을 받았다고 하더라. 캐스팅이 완성됐다는 소식을 듣고 심장이 밖으로 나올 것 같이 너무 좋더라. 매번 배우들과의 호흡이 설레고 기대하면서 촬영장에 갔었다.”

연기 호흡은 어땠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심장이 콩닥거렸다. 《소년심판》에서 만난 이성민, 이정은 배우는 내가 아는 분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분이었다. 김무열 배우도 상당히 놀라웠다. 김무열 배우가 차태주를 연기했기 때문에 강력한 개성을 가진 다른 판사들이 더 조화롭게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조용함 속에서도 굉장히 힘 있고 신중하게 연기했다. 배우로서 너무나 소중한 작업이었다.”

홍종찬 감독과의 호흡도 궁금하다.

“홍종찬 감독은 본질에 닿기 위해 작위적이고 가공된 것들, 그리고 기교들은 과감하게 배제했다. 끝까지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소년심판》이라는 작품이 완결된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데는 연출자의 몫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 작품에 가장 걸맞은 연출자였고 그 몫을 다해 주셨다. 더불어 홍종찬 감독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이 작품에 깊게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매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소년범도 중요한 배역이다.

“사건을 풀어가고 처분을 하는 판사들도 있지만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사건을 이끌어가는 소년범들이다. 어떤 배우들이 캐스팅될지 많이 궁금했고 기대됐다. 매 사건마다 달라지는 소년범들을 보면서 정말 많이 놀랐다. 전형성에서 벗어난 연기를 보여줬고 충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놀랍고 신선했다. 경험이 없는 배우가 많았음에도 내공이 있었다. 각 에피소드별로 생동감을 부여하는 건 소년범을 연기한 뉴페이스들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웹 드라마 《소년심판》 포스터ⓒ넷플릭스 제공

소년범의 주변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과의 호흡도 궁금하다.

“‘저런 배우를 어떻게 찾아냈지?’ 싶을 정도로 새롭고 놀라운 캐스팅이 많았다. 짧지만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셨다. 신선한 자극이 됐다. 연출자가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많은 배우를 만나고 고심했는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저변에 있는 인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한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면 그 주변 인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강렬하게 느껴질 만큼 연기를 잘해 주셨다. 보시는 분들도 이 작품이 단지 판사와 소년범, 피해자만의 이야기가 아니구나라는 걸 느끼실 것이다. 이야기를 확장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역할을 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이 작품이 김혜수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

“나름 청소년 범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관심마저 얼마나 편협했는지 크게 깨달았다. 그간 관심이라고 믿었던 건 청소년 범죄를 향한 분노, 안타까움, 판결에 대한 비판 수준의 아주 감상적인 접근이었다. 《소년심판》을 통해 조금이나마 현실을 들여다본 것 같다. 더불어 방대하고 엄청난 업무량에도 현직 법관들이 얼마나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임하는지 깊게 느낄 수 있었다. 소년범을 바라보는 우리의 균형 잡힌 시선은 어떻게 되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

전 세계 시청자에게 한마디 해달라.

“한국의 소년법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 속에 있는 모든 10대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를 담고 있다. 현실에 와닿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각 나라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작품을 보신 분들이라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이뤄지는 범죄, 법에 대해 현실적인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심을 담아 열심히 만들었다. 기대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