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반인 예능’ 잘나가? 리스크도 크다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5 10:00
  • 호수 1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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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부대》부터 《솔로지옥》까지 반복되는 출연자 논란

최근 들어 《솔로지옥》이나 《강철부대》와 같이 일반인이지만 방송 출연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이른바 ‘연반인’(연예인+일반인)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잘나가는 만큼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무엇이 이런 리스크들을 만드는 걸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인 《솔로지옥》에서 최고의 주목을 받은 인물은 송지아였다. 여러 남성의 대시를 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섰고, 인형 같은 외모에 모델 뺨치는 의상과 액세서리 등도 화제가 됐다. 심지어 이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주목받는 인사로 단번에 떠오른 것. 방송이 나간 후 송지아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았다. JTBC 《아는 형님》, MBC 《라디오스타》,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 출연하며 당시 1월 3주 차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에서 선예 다음인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뷰티크리에이터로서 프리지아라는 닉네임으로 이전부터 운영했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가 19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효원커머스라는 기획사가 그의 매니지먼트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그는 어엿한 연예인의 길에 들어선 것처럼 보였다. 

《솔로지옥》의 송지아ⓒNetflix
《솔로지옥》의 송지아

연반인이 어떤 논란의 소지 안고 있는지 사전 확인 어려워 

하지만 벼락스타로 떠올랐던 송지아는 순식간에 추락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방송에서 명품이라고 얘기했던 제품 중 일부가 가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였다. 논란이 커지면서 결국 송지아는 사과 영상을 내놨다. “유튜브를 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행동에 신중했어야 하는데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키고 저를 응원해준 많은 분께 실망을 안겨드렸다”는 것. 그의 유튜브 채널은 사과 영상 하나만 남겨진 채 모두 삭제됐고, 애초 《전지적 참견 시점》에도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불발됐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다시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현재 자숙 중이다. 

송지아의 사례에서 엿보이는 건, 최근 일반인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단번에 스타덤에 오르는 이른바 연반인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가진 리스크다. 어째서 이러한 연반인 전성시대가 열렸고, 스타덤에 순식간에 오르지만 동시에 그만큼의 리스크를 갖게 되는 걸까. 

먼저 연반인 트렌드가 생긴 건, 미디어에 대한 대중의 달라진 인식과 관찰카메라 같은 예능의 새로운 경향이 만나면서다. 즉 일상적으로 영상을 대하고 직접 찍기도 하고 때로는 채널을 운영하는(유튜버같이)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시대 방송은 더 이상 연예인들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고 대중은 생각한다. 게다가 관찰카메라 같은 예능 트렌드는 전문적인 방송인이 아니더라도 리얼한 일상을 보여주는 데 더 힘을 발휘하는 일반인들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해외에서 리얼리티쇼가 처음 등장해 화제가 된 건 일반인 출연자들의 리얼한 일상 도촬이 주는 자극적인 힘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사실 우리네 방송가에서도 이러한 연반인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연예인 가족 관찰카메라나 Mnet 《슈퍼스타K》 이후 그토록 많이 쏟아져 나온 오디션 프로그램들, 또 SBS 《짝》으로 시작해 채널A 《하트시그널》로 이어져 최근에는 SBS 플러스 《나는 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지옥》으로 이어지는 일반인 출연 연애 매칭 프로그램들이나, 시즌2까지 제작돼 방영 중인 《강철부대》 같은 군대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모두 연반인들을 만들어내는 리얼리티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연반인들은 사전에 어떤 논란의 소지들이 있는지 확인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제아무리 사전 인터뷰를 하고 프로필을 살펴본다고 해도 자신들이 얘기하지 않는 한 그러한 논란의 소지들을 사전에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방송에 나온 후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면 그 논란의 연반인들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다. 《하트시그널》에서 시즌3의 한 출연자에 대해 학교폭력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중의 질타가 이어진 건 방송을 통해 그가 집중 조명되면서 생긴 부메랑 효과다.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가해자가 주목되는 그 순간이 가장 힘겨울 수 있고, 그래서 폭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열린 판도라의 상자, 대처는 미온적 

연반인 리스크는 그들이 출연했던 해당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솔로지옥》처럼 이미 방송이 모두 제작돼 한꺼번에 공개되고, 또 그 리스크도 송지아 개인 문제인 경우는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강철부대》처럼 방송 도중 논란이 터진 경우는 해당 출연자를 통편집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강철부대》 시즌1에서 707부대 출신 출연자는 성범죄 혐의로 구설에 올라, 이미 찍어놨던 분량에서 그를 모두 들어내는 일을 겪어야 했다. 통편집을 하기가 쉽지 않아 상대적으로 707부대 팀원들도 방송에 잘 노출되지 않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어느 정도 지난 후 새로운 인물이 합류해 그 팀을 채워 방송을 마무리하게 됐다. 

물론 연반인 리스크는 해당 논란의 주인공이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만 생겨나는 건 아니다. 정반대로 일반인이기 때문에 방송이 자극적으로 소비해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기획사가 없어 오히려 해당 출연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른바 ‘악마의 편집’ 논란이다. 과거 《슈퍼스타K》 시즌3에서 톱10까지 올랐던 예리밴드는 편집에 대한 불만을 갖고 숙소를 무단이탈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방송 편집으로 인해 마치 ‘인간 말종’ 같은 인물로 비치게 된 게 그 원인이었다. 리얼한 연애 매칭 프로그램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SBS 《짝》은 출연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물론 특정한 악마의 편집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해당 방송이 출연자들에게 미치는 심적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는 걸 말해 주는 사건이었다. 

ⓒSBS Plus

《짝》을 연출했던 남규홍 PD가 다시 메가폰을 잡은 《나는 솔로》도 4기 출연진 중 영철(가명)의 태도 논란으로 세간을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다. 다소 마초적인 모습으로 한 여성에게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그의 장면들을 방송에 여과 없이 등장시켜 논란을 야기한 것. 사실 이런 태도를 방송 촬영 중에 보였다면 제작진이 개입해 제지하고 방송에서는 편집하는 것이 출연자들을 위해서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논란을 부추겨 화제성으로 이어가려는 제작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즉 연반인 전성시대의 피해는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해당 출연자에게도 생겨날 수 있다는 걸 말해 주는 사건들이다. 

한때는 그래도 누군가의 사생활을 들여다본다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존재해 일반인 리얼리티쇼는 기피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연예인과 그 가족이 출연하고 ‘관찰카메라’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일상화되다 보니 일반인 리얼리티쇼에 대한 부담도 사라졌고 그래서 더 노골적인 방송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리얼리티쇼나 일반인 트렌드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이미 열렸다고 봐야 한다. 중요한 건 그만큼 리스크도 커진 상황이지만, 이에 대처하는 방식이 여전히 미완적이라는 점이다. 변화된 방송 환경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절실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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