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 측근정치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쓴소리 곧은 소리]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ccw7370@hanmail.net)
  • 승인 2022.03.14 10:00
  • 호수 1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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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p 차이는 승자의 오만과 독단 허용치 않겠다는 민심 반영된 것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윤핵관’ ‘서초동 캠프’ 같은 소리 안 나오게 해야

민심은 제20대 대통령으로 윤석열 후보를 선택했다. 정권교체를 내세운 윤석열 후보가 정권연장을 앞세운 이재명 후보와의 초박빙 접전 끝에 어렵게 당선됐다. 이런 유권자의 선택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민심은 윤석열 후보에게도 이재명 후보에게도 일방적 지지를 보내지 않고, 절묘한 견제와 균형의 미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 일방의 압승이나 참패가 아니라 초접전 속 견제와 균형을 선택함으로써 승자의 오만과 독단에서 벗어나 협치와 국민통합의 정치를 추구하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윤 후보의 10%포인트 차이 압도적 승리를 자신했으나 막상 오차범위 내 초박빙이라는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당혹스러워했다. 출구조사에서 윤 후보(48.4%)가 이 후보(47.8%)를 오차범위 내에서 0.6%포인트 앞선다고 발표되면서 지지자들은 개표방송을 3월10일 새벽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시사저널 박은숙
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22년 3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민심은 일방적 지지 거부, 절묘한 견제와 균형 보여줘

최종 개표 결과 윤석열 후보가 48.56%를 득표해 47.83%를 얻은 이재명 후보를 0.8%p(24만7077표) 격차로 이겼다. 그러나 53%의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도 윤 후보가 신승했다는 점과 출구조사에 드러난 연령별·지역별·이념별 여론지형과 투표행태의 특징을 고려해볼 때, 국민의힘에 많은 반성과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2030에게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한 ‘젠더 갈라치기 전략’ 그리고 안철수 후보와의 늦은 단일화에 따른 상대 진영의 결집 등 선거 캠페인 전략상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그렇다면 견제와 균형의 미를 선택한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해 윤 당선인이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과제와 새 정부 국정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국민화합’ ‘국민통합’ ‘국가통합’일 수밖에 없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앙금과 후유증을 조속히 털어내야 한다. 지역·세대·계층 간 분열과 갈등, 반목을 극복할 수 있는 국민통합,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상처 난 국민 마음부터 치유하고 탕평과 협치의 자세로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승자는 패자에 대한 겸손한 배려와 손 내밀기를, 패자는 승자에 대한 승복과 협조를, 여야 모두는 초당적 차원에서 엄중한 비상시국을 주도할 공동운명체적 ‘비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윤 당선인에겐 새 정부 구성이 시급하다. 그러나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치권의 소통과 통합이다. 정치권이 통합하지 않고는 안보위기,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며 미래로 나아갈 수도 없다. 그렇다면 윤 당선인이 탕평과 협치에 나서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민주당이 패배했지만 여전히 의회권력의 다수파라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윤 당선인이 당장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거대 야당이라는 점이다. 여소야대에서 교착과 파행은 피하기 어렵다. 현재 국회의원 295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은 172명으로 압도적 다수다.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까지 합치면 180석에 육박한다. 정부나 소수파 여당이 법률안을 발의해도 다수당인 야당이 반대하면 법률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선 때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생각하면 야당의 협조는 쉽지 않아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협치가 되지 않으면, 새 정부가 출범해도 내각 구성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총리 후보에 대한 야당의 거센 견제가 불 보듯 뻔하다.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치기만 하면 되지만 야당의 견제 속에 낙마가 속출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측근 회전문 인사’ 반복하지 않아야

야당과의 협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영논리에 기초한 측근정치에서 벗어나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국회와 정치권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당장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국무총리 인준을 넘어설 수 없다. 끼리끼리 패거리 정치가 잔존한다면 새 정부의 구상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가 해온 인사정책의 한계와 오류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탕평인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 측근을 장관에 앉히는 일을 반복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가 33명이나 됐다. 인사청문회에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노무현 정부 인사 아니면 대선 공신, 그리고 측근들로 채워져 친문(親文) 회전문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 대다수는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으로 기득권 주류 세력의 교체를 외쳐온 좌파 인사들이다. 한 신문은 문재인 정부의 요직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참여연대’라고 하는 우스개를 소개했다. 보은인사, 코드인사라는 혹평이 나왔던 이유다. 이런 결과는 문재인 정부 역시 진영의 나라, 측근의 나라라는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거라는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다 보면 주변에 누구보다 혁혁한 공을 세운 측근, 핵심 인물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측근이 리더의 이름을 팔아 호가호위하면 유능한 인재가 일할 공간이 사라진다. 리더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정리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도 후보 시절 ‘김건희 서초동 캠프’니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이니 하며 측근, 공신정치의 문제점과 우려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받은 게 사실이다.

기회에 측근정치의 함정과 단절해야 한다.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로 비판받는 문재인 정부와 차별점을 두면서 국민통합을 위한 탕평인사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합의문에서 “미래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정부를 통해 모든 국정운영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반드시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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