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선 『윤석열 정권을 이끌 핵심 인사 50명 총정리 ①』 기사로부터 이어집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는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지 1년하고 5일, 불과 370일 만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1987년 이후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최초의 ‘0선’ 대통령이 됐다. 놀라운 기록이지만 이는 윤 당선인에게 험한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치적 경험이나 자산이 없었단 의미이기도 하다. 윤 당선인이 결국 당선증을 손에 쥐기까지 더 많고 다양한 조력자가 필요했던 배경이다.
무엇보다 이들 조력자의 상당수는 앞으로 윤 당선인을 도와 국정을 이끌어갈 사람들이다. 대다수가 당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의 요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윤석열 당선인의 ‘이너서클(한 조직 내 실질적 권력을 점유하는 소수 핵심층)’인 셈이다. 시사저널은 다방면 취재를 통해 선거 과정에서 활약한 윤석열의 사람 중 50여 명을 추려 분석해 봤다.
윤 당선인의 인력풀은 크게 세 그룹으로 분류된다. 먼저 윤 당선인과 함께 전면에 나서 선거를 치르거나 조언 등을 통해 정무적으로 윤 당선인에게 도움을 준 당 안팎 인사들이다. 그다음으론 선거 과정에서부터 윤 당선인의 공약을 설정하고 실제 윤석열 정부에서 실행할 정책들을 설계한 전문가 그룹이다. 윤 당선인과 오랫동안 가까이 지냈고 물밑에서 윤 당선인을 도왔던 검찰 출신 인사 등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경제 김소영·김경환, 복지 안상훈, 교육 나승일·조영달 교수
대선 초 검찰 출신 ‘정치 신인’ 윤 당선인에겐 외교·안보·복지·노동·교육 등 정책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윤 당선인은 일찍이 각계 전문가들을 포진시켜 향후 국정 방향을 가늠할 공약의 그림을 그렸다. 윤 당선인의 정치 첫발부터 함께 떼며 ‘정책 전문성’이라는 숙제를 함께 푼 인물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다.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예산실장 등을 지낸 이 전 실장은 윤 당선인의 삼고초려로 캠프가 구성되지 않은 때부터 합류해 ‘취임 후 100일 내 자영업자 긴급구조 프로그램 가동’ 등 대선 초기 선명성 있는 공약들을 총괄했다.
모든 대선후보가 최우선 과제로 꼽아온 경제·부동산 분야에서 윤 당선인의 양 날개는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윤 당선인의 경제 공약 전반의 골격을 짜온 김소영 교수(선대위 경제정책본부장)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한 학자 중 한 명이다. 거시경제와 국제금융 전문가인 그는 차기 한국은행 총재 등 여러 요직의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1차관을 지낸 김경환 교수는 250만 호 주택 공급, 세제 완화 등 윤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을 총괄했다.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경제 공약 설계에 함께했다. 강 전 수석은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경험까지 더해 메시지 관리와 정무적 조언도 함께해 왔다. 여기에 부친의 땅 투기 의혹으로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한 후 대선 중반 윤 당선인 선대위에 합류한 윤희숙 전 의원도 주목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인 그는 여성 경제학자라는 희소성이 있어 이후 중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과 가장 공약 차별성을 보였던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윤 당선인의 55년 지기이자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브레인 역할을 했다. 선대위 외교안보정책본부장을 맡았던 김 교수는 향후 윤석열 정부에서도 키를 쥐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뒤집고 윤석열표 새로운 외교 로드맵을 짤 것으로 보인다.
국방 분야 핵심 인사로는 윤 당선인의 충암고 1년 선배이자 선대위에서 국방정책위원장을 맡은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꼽힌다. 그는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을 주도하며 예비역 장성들을 윤 당선인에게로 끌어오는 역할을 했다. 대선 과정에서 여야가 팽팽히 맞붙은 또 하나의 이슈는 원전이었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탈원전 백지화와 원전 최강국 건설을 약속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선대위 원자력·에너지 정책분과장)는 탈원전과 싸운 대표적인 인물이다. 윤 당선인이 정치를 시작할 때 주한규 교수의 서울대 사무실을 찾아가 원자력 정상화에 대해 대화를 나눈 일은 유명하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기본 시리즈에 맞서 윤 당선인의 복지를 설계한 대표적 인물은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선대위 지속가능한복지국가정책본부장)다. 무분별한 현금 복지를 경계하고 사회 서비스 복지를 해답으로 내걸어온 안 교수는 난제 중 난제인 연금 개혁에서 윤석열 정부의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또 하나의 난제인 저출생·보육 분야 정책은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을 지낸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가 맡았다. 교육정책은 교육부 차관 출신 나승일 서울대 농산업교육과 교수가 기틀을 마련했다. 윤 당선인의 또 다른 교육 분야 조력자로 조영달 서울대 사범대 교수가 있는데 그는 윤 캠프의 교육정상화본부장으로 활약했으며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에 출사표를 던졌다.
윤 당선인은 선거기간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언해 왔다.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를 토대로 정부 플랫폼을 구축하고 해당 시스템을 해외로 수출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 아이디어는 김창경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부 차관을 지낸 인물로, 윤 당선인과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쌓았다. 새 정부의 4차 산업·디지털 관련 정책 실현에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캠프 바깥에선 정책시민단체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공정과 상식)이 윤 당선인을 위해 활동해 왔다. 윤 당선인이 정치에 정식으로 입문하기 전 정용상 동국대 법학과 명예교수가 이 단체를 만들어 대선기간 내내 전국 각지에 지역본부를 세우며 세를 키워나갔다.
가장 끈끈한 검찰 인맥…한동훈은 어디로
윤 당선인의 사람들을 거론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끈끈한 검찰 인맥이다. 27년 검찰에만 직을 두었던 만큼, 윤 당선인의 인연은 검찰 출신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캠프 내에도 이들은 다수 포진돼 ‘서초동 캠프’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그간 자신의 측근 검사들이 인사 불이익을 받은 데 대해 ‘적폐’로 규정해온 만큼, 이들을 요직으로 복귀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이다. 향후 대장동 의혹을 비롯한 굵직한 수사와 윤석열식 사법 개혁이 예고된 가운데, 윤 당선인의 복심인 한 검사장의 거취는 검찰을 넘어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선 막판 윤 당선인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검사장에 대해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며 향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도 있다.
이완규(전 부천지청장)·손경식(전 창원지검 검사) 변호사 역시 윤 당선인의 검찰 인맥에 빠지지 않고 거론돼온 인물이다. 이 변호사는 윤 당선인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손 변호사는 윤 당선인이 대구지검 초임 검사이던 시절 함께 근무한 인연을 갖고 있다. 이들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징계처분 불복 행정소송의 법률대리인이었으며, 장모 등 가족 관련 사건을 변호해 오기도 했다. 이들은 캠프에서 공식 활동을 하진 않았지만 윤 당선인과 가족의 법적 문제에 대응하며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비교적 공식적으로 윤 당선인을 도운 검찰 라인으로는 부장검사 출신 주진우 변호사와 40년 지기 석동현 변호사(전 서울동부지검장)를 들 수 있다. 주 변호사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으로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했으며, 2019년 좌천성 인사에 반발해 검찰을 떠났다. 그는 경선 때부터 캠프 내 법률지원팀을 이끌었으며 주로 배우자 김건희씨 관련 의혹에 적극 나서왔다. 석 변호사의 경우 선대위 상임대외협력특보로도 활동하며 언론에 종종 등장하기도 했다. 캠프 내에서 윤 당선인에게 편하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사 중 한 명으로도 꼽힌다. 여성 최초 검사장 타이틀을 가진 조희진 변호사(전 서울동부지검장)는 선대위 여성본부장으로 합류해 윤 당선인 검찰 인맥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