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광화문 대통령’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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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대통령들은 폐기했는데 尹은 “검토 끝났다”…경호‧비용 문제 어떻게 풀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는 의지를 연일 드러내고 있다. 인수위원회의 1호 사업으로 대통령실 이전 사업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경호와 비용 등의 문제로 실현 가능성 없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지만, 윤 당선인 측은 “이미 검토가 끝났다”는 입장이다.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광화문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까.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청와대 집무실 이전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당선인 직속 ‘청와대 개혁 TF’ 실무진 인선에 착수했다. 이날 TF 팀장에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임명한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인수위 측은 일단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매머드급이 아닌 핵심 실무 인력 위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인수위는 구체적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옮기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또 집무실 인근에 프레스룸을 설치하고 관저를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다음 날인 10일 경복궁 뒤로 보이는 청와대 ⓒ 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 선거 다음 날인 10일 경복궁 뒤로 보이는 청와대 ⓒ 연합뉴스

‘광화문 시대’ 예산이 50억원?

‘광화문 대통령’을 향한 윤 당선인의 의지는 대선 레이스 때부터 계속돼 왔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었던 지난 2월15일 “국민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 시대를 마무리하고 국민과 동행하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전날(14일)에는 인수위 측에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 설치를 반드시 이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위원장도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5월부터 첫 출근은 무조건 광화문으로 한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광화문 대통령’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광화문 집무실 논의는 과거 김영삼 정부 때부터 있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과 2017년 대선 당시 집무실 이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이후에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을 ‘광화문시대 준비위원장’에 임명하고 구체적 논의에도 착수했으나 백지화하기에 이르렀다.

광화문 대통령 공약이 폐기된 주요 이유는 ‘경호’와 ‘비용’ 문제 때문이었다. 정부종합청사가 대로변에 위치하는 만큼 안전상의 이슈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비상시에 이용할 벙커나 헬기장, 외국 손님을 맞이할 장소 등을 물색하기 어렵다는 등의 사유도 있었다. 유홍준 위원장은 2019년 1월4일 집무실 이전 보류를 공식 발표하면서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 기능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은 광화문 집무실 이전 비용으로는 최소 50억원을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그보다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집무실 이외에도 필요한 공간을 새로 건설하고, 건물 유리를 방탄으로 바꾸는 등 보안 시스템을 증축하고, 경호 인력을 충원하는 데 50억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또 주말마다 열리는 집회들과 대통령 출퇴근 교통을 어떻게 통제할지도 구체화된 게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될 장소로 기정사실화한 정부종합청사가 있는 서울 광화문 일대의 모습 ⓒ 연합뉴스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 될 장소로 기정사실화한 정부종합청사가 있는 서울 광화문 일대의 모습 ⓒ 연합뉴스

‘탈권위’ 이미지 내세우는 尹…“광화문 시대, 실현 가능”

다만 윤 당선인 측은 “이미 검토가 끝난 공약”이라며 공약 실행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의 집무실은 당연히 공약에 따라 이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을 발표했을 때 보안·경호에 대한 점검은 마무리된 상태”라며 “장소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준전시 상황에 준하는 비상 태세를 발동해야 할 때 대통령이 있어야 할 곳도 사실상 내부 시나리오를 거쳤다”고도 했다. 

윤 당선인 측이 ‘광화문 시대’를 적극 추진하는 배경은 국정운영 초기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역대 정부를 통틀어 가장 낮게 조사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발표된 리얼미터-미디어헤럴드(10~11일, 1018명 대상) 조사 결과, 윤 당선인의 국정수행 긍정 전망은 52.7%로, 이명박(79.3%)‧박근혜(64.4%)‧문재인(74.8%) 전 대통령보다 턱없이 낮게 집계됐다. 이에 국민과의 소통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광화문 시대를 이뤄, 유권자의 비호감도를 낮춘다는 계산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 시대’를 통한 ‘탈(脫) 권위’ 이미지도 윤 당선인에게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권교체의 선봉에 서서 0.73%포인트 신승을 거뒀지만, 특수부 검사 출신 경력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으로 빚은 리더십 부족 문제가 ‘독선’이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키웠다는 평가도 제기돼서다. 이에 윤 당선인은 당선 이후 이례적으로 여의도 한강공원을 산책하거나 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함께 국밥을 먹으며 소통과 통합의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광화문 집무실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당선 이후 첫 외부 공식일정으로 서울 남대문 시장을 찾아 상인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마친 뒤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당선 이후 첫 외부 공식일정으로 서울 남대문 시장을 찾아 상인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마친 뒤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가장 관건으로 꼽히는 경호 문제의 경우, 윤 당선인 측은 경찰과 군 당국의 의지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역시 지난 11일 ‘대통령실 이전 준비 치안 대책위원회’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경찰청은 전날 언론에 “인수위원회나 유관기관과 적극 협조해 (집무실 이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도 대통령 집무실이 대로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광화문 시대’가 실현 불가능한 계획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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