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尹 회동 결렬은 인사권 문제…MB 사면은 합의 끝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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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삐끗한 文-尹…신‧구 권력 갈등 비화 조짐

신(新)권력과 구(舊)권력이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하는 그림은 불가능한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정부 인수인계 과정 초반부터 파열음을 연출했다. 16일 예정된 오찬 회동을 당일 전격 취소하면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구 권력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갈등 이면에는 인사권 행사를 둘러싼 양측의 기 싸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로 마지막까지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와 새로운 정부에 일임을 요구하는 윤 당선인 측이 의견 조율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정치권에 불어 닥친 이명박 전 대통령(MB) 사면 논의가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사면 여부는 상당한 합의를 이룬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MB계 인사들이 차기 정부 전면에 등장하게 된 터라, 신‧구 권력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내 계파 갈등이 고개를 들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왼)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시사저널
문재인 대통령(왼)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시사저널

“MB사면은 합의, 한은총재 인사권 두고 파열음”

16일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며 회동 취소 배경을 밝혔다. 정확한 취소 사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실제 취소 원인은 ‘인사권 행사 합의 결렬’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민주당 인사들이 공기업‧공공기관 인사와 관련한 이해관계 때문에 문 대통령을 압박해 회동을 결렬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서는 인사권 행사에 협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권 이양기에 맞물린 공공기관‧공기업 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무리하게 진행할 게 아니라, 신임 정부와 협의하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도 대선 직후 청와대에 “임기 말 인사를 우리(국민의힘)와 협의해 달라”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달 31일 임기가 마무리되는 한국은행 총재 인사가 관건이다.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자리인 만큼, 윤 당선인 측은 새로운 정부의 경제관을 확립하는 데 있어 한은 총재 인사가 중요한 카드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한은 총재의 임기는 4년이어서 윤석열 신임 정부의 5분의 4를 함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에 이주열 현 한은 총재 후임 인사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의 인사권 협의 요구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5월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라며 “임기 내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윤 당선인이 민정수석실 폐지 방침을 밝히고 김오수 현 검찰총장의 거취를 압박하자, 정부‧여당 일각에선 “윤 당선인 측이 점령군 행세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2020년 11월2일 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 하는 모습 ⓒ 연합뉴스
2020년 11월2일 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 하는 모습 ⓒ 연합뉴스

“尹 정부는 MB 시즌2”…계파갈등 우려도 

일각에선 윤 당선인 측에서 꺼내든 ‘MB 사면’이 양측의 갈등을 점화했다고 해석하지만,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MB사면은 이미 합의가 끝난 상태라는 게 중론이다. 윤 당선인 측은 시사저널에 “이 전 대통령 사면은 문제가 없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사면하는 데에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양측의 회동이 결렬된 이유는 MB사면이 아니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민주당은 윤 당선인 인수위에 MB계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점을 꼬집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소영 민주당 비대위원은 이날 “인수위에 MB정부 출신 인사가 빽빽이 포진돼 있다. 윤핵관 정치인들이 보여주었던 구태가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도 SNS에 “윤석열 정부는 가히 2기 MB정부라 불러도 손색없다. 윤 당선인의 MB사면 요구는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제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이 2020년 11월2일 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 받고 재수감되기 위해 이동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자택 앞에서 배웅하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 ⓒ 시사저널 최준필
장제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이 2020년 11월2일 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 받고 재수감되기 위해 이동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자택 앞에서 배웅하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 ⓒ 시사저널 최준필

MB계 인사들이 윤 당선인 인수위 전면에 등장한 것은 사실이다. 현재까지 임명된 12명의 인수위원 가운데 8명이 MB계 인사로 분류된다. 2007년 이명박 캠프 외곽 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출신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인수위에 합류하진 않았지만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권성동 의원도 같은 조직 출신이다. 권 의원은 MB 사면론을 띄운 당사자이기도 하다. 통상 인수위 주요 인사들이 청와대와 내각에 대거 입성해 온 만큼, MB출신이 신흥 권력의 최대 계파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MB계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이 관계 설정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당장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진세력과 MB계 사이 갈등이 표출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선 과정에서부터 MB계 실세로 꼽히는 장제원 비서실장 및 권성동 의원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문제로 파열음을 연출한 이준석 대표가 지방선거 공천에 있어 강한 그립감을 쥐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결국 권력 이양기 내내 신‧구 세력 간 갈등이 국민의힘 당 안팎에서 지속될 전망이다. 일단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측은 이번에 파열음을 연출한 인사권 행사와 관련해 실무진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실무 협상은 이철희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맡았다. 이들은 협의할 수 있는 인사권부터 조정해나간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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