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출신들 패거리 되면 정권 실패한다 [쓴소리 곧은 소리]
  •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dongwon10@gmail.com)
  • 승인 2022.03.19 10:00
  • 호수 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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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인사가 5년간 권력에 허기진 사람들의 잔칫상 되면 곤란
진보정권은 우회전하고 보수정권은 좌회전해야 나라가 발전

새 옷을 입으면서 첫 단추를 잘못 꿰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물며 대통령선거에서 이기고 인수위원회를 조직하면서 역사에 남을 만한 위대한 정부를 만들리라 다짐하고, 사명감과 열정에 불타지 않을 당선인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역대 정부 중에서 5년 임기를 끝낼 때, 국민들로부터 노고를 치하받으며 국가에 대한 헌신을 긍지로 삼고 명예롭게 물러난 정부가 얼마나 있을까. 고은(高銀) 시인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이라고 노래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올라갈 때 ‘그 꽃’을 보았다면, 정권을 끝낼 때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그 꽃’은 과연 무엇인가? ‘그 꽃’을 찾는 선문답을 할 것도 없이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시작할 때 ‘그 꽃’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집무실에서 열린 인수위 티타임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시장이 돌아가게 해야

2017년 7월19일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위원회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국가비전으로 내걸고 20대 국정전략과 100대 국정과제를 보고했다. 문재인 정부는 과연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는 5년이 지나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그것도 문 정부가 발탁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사실보다 더 명확한 답이 없을 것이다. 정권 창출에 실패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도 돌이켜 실패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왜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가?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원회에 주는 교훈은 다음 세 가지로 집약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사슴만 쫓지 말고 산을 살펴라!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逐鹿者 不見山)는 옛말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진보적 이념을 기준으로 경제정책의 적합성을 판단한 나머지 경제 생태계, 즉 시장의 메커니즘과 반작용을 무시하고 일방적이고 선험적인 이념 기준에 따라 정책을 추진한 나머지 주택정책에 실패했다. 집을 가진 국민은 ‘적폐세력’이기에 세금으로 응징받아 마땅했으며, 그 결과 주택 매매시장에서 주택 매물이 극도로 사라지고, 그 결과 주택 가격은 앙등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올 2월말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61.6%, 전국 아파트 가격은 37.6% 상승했다(KB국민은행 자료). 더구나 서울 중위소득(3분위)으로 중위가격대(3분위)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걸리는 연수는 2016년 12월 11년에서 2021년 12월에는 20년으로 배가 연장됐다. 즉 중위소득자가 20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야 중위가격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벼락거지’를 탈피하기 위해 빚을 내서라도 ‘영끌 투자’를 하고, 국내 주식·해외 주식·코인에 이르기까지 투자범위를 확대시켰다. 상당수 청년들은 이미 부자의 꿈은 고사하고 빚만 남았으며, 더구나 금리 인상으로 부채 상환의 어려움에 빠져있다. 그 결과 청년층의 ‘희망의 사다리’는 무너졌다. 한편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 기업에 대한 규제법안은 4100건이 넘었으며, 그 결과 기업들은 좌절하고 기업 생태계는 황폐해졌다. 이른바 ‘좋은 일자리’라는 종사자 300명 이상 신생기업 수는 2013~16년 평균 연 31개에서 2017~20년 평균 연 16개로 절반으로 줄었다.

 

사회안전망은 진보정부 능가할 정도로 과감하게 만들어야

경제 생태계는 각 부문이 연결돼 전체를 이루고, 각 부문의 작용은 다른 부문과 상호작용해 시장의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산’의 모습이다. 산의 생태를 무시하고, 이념적 기준으로 좋고 나쁨을 정부 개입으로 들쑤셔놓은 결과 시장 흐름은 왜곡되고 위축되며, 그 결과 비정상적인 수급 움직임과 가격 흐름을 초래했다. 따라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 주도에 의한 정상적인 시장 흐름이 가능한 경제 생태계로 정상화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둘째로, 보수정권은 필요한 부문에서는 진보정권보다 더 과감하게 좌회전(진보적 정책)해야 성공한다. 반대로 진보정권은 우회전(시장 중시 정책)해야 성공한다. 대표적으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진보정권이지만 시장 중시 정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기본적으로 민간과 시장을 중시하되, 사회안전망 등 시장 기능을 보완하는 공적 영역에서는 진보정부를 능가할 정도의 과감한 정책을 추진해야 시장 기능 강화와 균형을 이뤄 경제사회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다. 특히 진보정당이 국회 다수당인 상황에서 보수정부가 진보적 정책을 과감하게 단행할 경우, 야당이 반대할 명분이 약해 국회의 지원을 얻기도 쉽고, 국민통합에도 기여한다. 보수정권이 좌회전하고, 진보정권이 우회전하면 나라가 발전한다.

셋째, 사(私)와 이(利)를 버리고 의(義)와 공(公)을 추구하는 정권임을 보여라. 윤석열 정부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특별감찰관 제도를 부활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개혁이다.

특히 인사 문제에서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의 실패 교훈을 잊지 않아야 한다. 세 정부 공히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로로 인수위원회 출신 완장을 찬 인사들이 패거리 지어 각종 인사와 예민한 정보를 독점한 결과 정권이 실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권 창출과 정책 추진은 전혀 다른 역량을 필요로 한다.

정부가 지난 5년간 권력에 굶주린 보수 인사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는 잔칫상이 되면, 윤 정권도 실패하고 나라도 망친다. 특히 색깔론을 허울로 내세운 인적 청산을 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는 오직 내 사람만 쓰고, 내 사람 이야기만 듣고 정책을 추진하는 인사 구조에서 비롯됐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에서 “당선과 동시에 ‘그동안 나를 도왔던 사람’은 다 잊어야 한다. 그리고 임기 내내, 자신은 특정한 계파의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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