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앞두고 희비 엇갈리는 재계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2 10:00
  • 호수 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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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특수 3대 종목은 ‘건설·원자력·플랫폼’
한․중 관계 악화로 화장품 및 엔터 업계는 초긴장

제20대 대통령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재계가 요동치고 있다. 향후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들은 대체로 기업 규제 완화를 꺼내든 윤석열 정부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려가 없진 않다. 윤 당선인이 언급한 ‘사드 추가 배치’는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후보 당선으로 여러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집은 향후 국정 운영을 전망하는 가늠자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유력 대통령 후보들의 경제 공약을 면밀히 살피며, 당선 시 향후 사업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한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3월10일 새벽 제20대 대통령으로 윤 당선인이 확정되자마자, 이날 아침부터 증권업계·경제연구소 등은 20대 대선 이후 경제정책 및 주식시장과 관련된 전망 보고서를 쏟아냈다.

해당 보고서들을 종합하면, 윤 당선인의 공약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뒤집고 규제를 완화하는 데 집중됐다. 해당 산업의 규제 완화가 곧 윤석열 정부의 최대 수혜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내내 위축돼 있던 건설업과 원자력발전, 플랫폼 기업들의 수혜 기대감이 높다. 실제로 이들 업종과 관련된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대선 이후 연일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공약 따라 달라지는 기업들의 손익계산서

먼저 이번 대선 정국의 핵심 이슈였던 부동산 및 건설 공약을 살펴보자. 윤 당선인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민간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부동산 공약의 핵심은 △민간 주도 주택 공급 확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다. 주목할 부분은 민간 주도 주택 공급이다. 임기 내 250만 호 신규주택 공급을 약속했는데 이 가운데 200만 호를 민간 주도로 공급한다고 공언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확 푼다는 것만으로도 대형 건설사에는 큰 호재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건설사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도 커졌다.

건설업계에서 최대 수혜 기업으로 GS건설과 현대건설이 거론되고 있다. 두 건설사는 각각 ‘자이’(Xi)와 ‘힐스테이트’라는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해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얻었다. 양사는 지난해 기준 분양 물량이 각각 2만7000세대, 4만 세대로 시장점유율 3위와 1위를 기록했다. 올해 분양 예정 세데도 각각 2만3000세대, 5만3000세대에 달한다.

현대건설
현대건설

증권업계 역시 GS건설의 목표 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3월15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GS건설의 목표가를 5만5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18.2% 높였다. BNK투자증권은 GS건설의 목표 주가를 6만원으로, 하이투자증권은 6만1000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 완화로 GS건설 등 메이저 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도 윤석열 정부의 수혜 업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공약은 △탄소 중립 실현 △기후환경위기 대응 △탈원전 정책 백지화 등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축소됐던 원전사업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공급 불안정 등으로 전 세계가 원자력 회귀 움직임을 보이면서 원전 관련 기업들이 날개를 펴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유일한 원자력발전소 공급업체인 두산중공업은 새 정부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친원전 탄소 중립 정책으로 원전사업이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관련 기술을 보유한 두산중공업이 경쟁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소형모듈원전(SMR)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적극 육성 중인데, 이는 윤 당선인이 내세운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SMR은 두산중공업의 미래 신사업 중 하나로, 향후 꾸준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분야다.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

윤석열 정부에서 부활 노리는 두산중공업

새 정부 출범 이후 원전 건설 재개 및 SMR 개발, 원전 수출 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며 두산중공업에도 활력이 감도는 모습이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이집트 원전사업에서 6000억원 규모의 수주가 확정된 상태다. 하반기에는 체코 원전사업에 대한 공식 입찰을 진행해 2024년에는 수주가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텍소노미) 최종안에 원자력발전이 포함돼 다른 국가에서도 원자력발전이 가능해지면서 원전 수주 규모는 더욱 늘어난 전망이다. 차세대 원자력발전인 SMR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수주가 예상된다. 그 밖에 원전 수혜 기업으로 한전KPS, 한전기술, 삼성물산 등이 꼽힌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3월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각각 8.58%, 1.50% 상승해 이 기간에 10.20% 상승했다. 이는 1월10일 장중 최고 10만500원을 기록한 이후 약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주가 기록이다. 네이버도 30만4500원에서 32만9000원으로 8.04% 오르면서, 2월10일 최고 33만7500원을 기록한 이후 한 달여 만에 최고 주가를 달성했다.

카카오와 네이버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윤 당선인이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 규제를 완화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에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규제를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보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자율적 입장을 취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 규제에 대한 불공정 행위 규제와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를 약속하며, 플랫폼 기업에 대해 ‘필요시 최소 규제’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네이버ⓒ연합뉴스
카카오ⓒ연합뉴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 내용도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막고자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안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냈지만, 주무 부처를 놓고 혼선이 계속되며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번 대선 결과 플랫폼 규제 완화를 주장하던 윤 당선인이 정권을 잡게 되면서 카카오와 네이버는 한시름 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윤 당선인의 공약이 플랫폼 기업한테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며 “특히 여당 후보의 플랫폼 기업 규제는 네이버나 카카오 입장에서는 향후 사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를 앞두고 긴장한 기업들도 여럿 있다. 윤 당선인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중국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화장품과 면세업계,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칫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틀어질 경우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한국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국내 사드 배치로 중국은 ‘한한령’(한국 콘텐츠 유통 제한)을 발동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한 단체비자 발급, 단체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하며 경제보복을 가해 왔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한한령 발동으로 한국에 입힌 경제적 손실 규모는 8조원에 이른다. 만약 윤 당선인이 사드 추가 배치라는 공약을 실제로 이행할 경우 중국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런 우려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3월14일 기준 화장품회사 LG생활건강은 7.68% 떨어진 84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전 거래일에 이어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같은 날 아모레퍼시픽도 8.06% 떨어진 1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매출 비중이 큰 F&F도 11.76% 떨어진 70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 비중은 80% 이상이며 F&F는 5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노출도가 큰 코스메카코리아, 코스맥스, 한국콜마도 각각 10.3%, 9.47%, 6.07% 하락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연합뉴스

현대차그룹 중장기 전략 수정해야 할 수도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규 등록을 2035년부터 금지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에 현대자동차도 비상이 걸렸다. 신차 판매 기준 전기차 100% 전환 시점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인데, 10여 년밖에 남지 않아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20대 대선 정책공약집에 ‘기후환경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내연기관차 신규 등록을 2035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공약이 그대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가 되면 현대차는 당장 중장기 전동화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현대차는 2030년 국내에서 전기차 29만 대를 판매하고, 전체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35년엔 유럽 시장에서 먼저 100% 전동화를 달성한 뒤 2040년 미국, 한국 등 다른 주요 시장에서도 100%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윤 당선인의 공약과 현대차의 계획이 맞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윤 당선인의 ‘2035년 내연기관차 금지’ 공약이 나온 배경과 구체화 방향을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목표 수정과 별개로 향후 전기차 100% 전환 과정에서 자동차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보다 30% 적어 그만큼 일자리도 줄어들게 되며, 수많은 자동차 부품업체에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21년 12월9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손경식 경총회장에게서 “경영계의 건의서”를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재계, ‘윤석열 사람’ 찾아 삼만리
충암고·서울대 법대 인맥 ‘귀한 몸’으로  

재계는 윤석열 대통령 시대를 맞아 ‘윤석열 인맥’ 찾기에 여념이 없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기업 수사를 하는 특수통 검사로 한때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다. 하지만 그는 재계나 금융권의 인맥 또한 적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 등을 포함한 전·현직 금융맨 110명이 공개적으로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할 정도였다. 특히 그가 정치에 입문한 뒤 친기업 행보를 보인 터라 향후 재계와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맡고 있는 손경식 CJ 회장은 윤 당선인과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손 회장과 윤 당선인은 후보 출마 후 여러 공식 행사에서 만나 교류했고,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재계 단체 중 경총을 가장 먼저 찾았다. 손 회장은 윤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와도 미술 전시회 등에서 여러 차례 만나 안면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이 나온 충암고 출신으로는 옥경석 한화 기계부문 사장 겸 한화정밀기계 사장(충암고 6회)이 있다. 옥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2016년 한화그룹에 영입돼 2020년 9월부터 한화 기계부문을 이끌고 있다. 김태준 아워홈 사장은 윤 당선인과 충암고 동기동창이다.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1986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식품연구소장,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지냈다.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는 동생인 배우 차인표와 함께 충암고 출신이다. 차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SK텔레콤 IoT사업부문장과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단장 등을 지내고 2019년 9월 CJ에 영입됐다. 이 밖에 최영무 삼성글로벌리서치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 전준영 삼성전자 DS부문 구매팀 부사장, 서정곤 부산롯데호텔 대표이사 전무 등이 충암고 인맥으로 분류된다.

금융권에서는 김군호 에프앤가이드 대표와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 정환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김경배 전 금융투자협회 본부장 등이 충암고 인맥인 ‘충여회’ 멤버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대 법대 인맥으로는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 등이 꼽히고 있다. 재계나 금융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면 윤 당선인의 출신 학교인 충암고(8회)와 서울대 법대(37회)를 중심으로 한 인맥이 재계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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