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는 ‘친환경’, ‘녹색금융’에 주목하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4 11:00
  • 호수 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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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감수성 높아진 금융 소비자에 우대금리
녹색금융상품 라인업 넓혀가는 금융권

‘친환경’이라는 전 세계적 과제를 금융권이 풀어가는 방법. ‘녹색금융’이다. 2009년 처음 등장했던 녹색금융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다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최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부터다.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는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환경을 개선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자금을 제공하는 것, 환경을 파괴하는 활동에 자금이 투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감시체계를 만드는 활동을 녹색금융이라 정의했다. 이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성장이나 감시에 관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금융 소비자가 직접 환경을 개선하는 움직임을 시작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친환경 활동을 인증한 개인과 기업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비롯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으며 녹색금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탄소 중립 등을 선언하면서 녹색 ‘경영’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환경 분야의 변화를 이해하고, 개인과 기업의 친환경 활동 참여를 유도하면서 녹색 ‘금융’을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들의 녹색금융상품을 통해 금융권이 어떤 환경 키워드에 집중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친환경 미션-기부까지 연결

좋은 취지, 사회적 의미를 가진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는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도 그 의미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기업의 녹색경영 지원을 위해 마련된 ‘녹색소비-ESG 얼라이언스’ 협약식에는 소비자단체와 유통·판매사뿐 아니라 금융권도 참여해 녹색소비 활성화를 약속했다. 특히 금융권은 환경과 관련된 미션을 제공하고, 그 미션을 달성할 경우 추가적인 금리를 부여하는 예·적금 상품을 내놓으면서 녹색금융에 동참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는 하나은행의 에너지 챌린지 적금이 대표적이다. 이 적금은 실제로 예금에 가입한 다음 달부터 10개월 동안의 전기 사용량을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절감률에 따라 우대금리를 부여하는 상품이다. 절전 미션을 수행할 경우 최대 연 0.5%, 전년 동기 대비 사용량 절감률에 따라 최대 연 2.5%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대 연 4.35%의 금리를 제공한다. 전기를 아낀 만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이 상품은 하나은행의 에너지 챌린지 서비스와 함께 등장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한국전력공사와 ‘ESG 금융 플랫폼 기반 탄소 중립 공동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에너지 챌린지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에너지 챌린지 서비스는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 불 끄기, 냉장고 적정 용량 유지하기 등 다양한 절전 미션을 수행할 경우 절약한 전력만큼 발생한 에너지머니를 하나원큐 앱을 통해 현금으로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다.

미션과 수행 결과를 이율에 반영하는 것은 절전 미션을 실천한 금융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한다는 차원도 있지만, 자발적인 절전을 유도해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게끔 하는 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특히 하나은행은 최근 친환경 디지털 금융과 탄소 중립, 지속 가능한 성장에 집중하고 있는데, 에너지 챌린지 적금은 실천 결과를 직접 확인함으로써 현실성 있는 친환경 활동을 유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적금 가입자 수만큼 에너지 취약 계층에 기부되는 방식을 취해 환경, 개인의 이윤, 사회적 기부를 연결했다.

다회용기 사용·대중교통 이용 시 금리 우대

일회용품 사용으로 촉발되는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도 녹색금융상품으로 이어진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그전부터 심각한 이슈였던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더욱 악화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와 관련한 정책을 다시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4월부터는 카페 내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이 다시 금지되고, 6월10일부터는 프랜차이즈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할 경우 보증금을 지불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실시된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참여를 확산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런 정책을 알리고, 금융 소비자들에게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서약을 받는 상품도 출시됐다. 컵 보증금 제도를 운영하는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의 주 협약은행인 신한은행의 아름다운 용기 정기예·적금이다. 일회용기가 아닌 다회용기 사용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아름다운 용기를 응원하겠다는 취지로 출시됐다.

상품에 가입하기 전에 아름다운 용기 챌린지 영상을 시청하고, 일회용컵 사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서약을 한 경우 이율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정기예금은 기본금리 연 1.65%에 우대금리 연 0.15%를 적용해 최고 연 1.8% 금리를 제공한다. 적금은 기본금리 연 1.1%에 미션을 수행할 경우 최대 1.5%의 금리를 적용해 최고 연 2.6%의 금리를 준다. 다회용기를 사용한 사진을 업로드해 공유하는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추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금융 소비자들이 상품에 가입할 때마다 2000원이 자원순환 및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에 기부된다. 기부를 받은 세계자연기금(WWF)은 지속 가능 섬유·패션 웹 플랫폼 구축을 통해 버려지는 원단을 재탄생시키고, 기후변화센터는 폐비닐 쓰레기를 재활용해 식물을 키우는 재생 화분으로 업사이클링한다.

수많은 대기 오염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미세먼지 역시 심각한 환경문제로 지적된다. 삼한사미(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대기 오염은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미세먼지를 개선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관련 서비스와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의 미션을 달성한 경우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은행들도 있다. 미세먼지 저감과 관련해 처음으로 출시된 금융상품은 국민은행의 KB 맑은하늘 적금이다. 고객이 맑은 하늘을 지키기 위한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하는 경우 우대금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2019년 출시됐다.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는 등 종이 서식을 사용하지 않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미션을 달성하면 최고 연 1.0%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특히 상품 가입 고객에게 대중교통·자전거 상해와 관련된 무료 보험 서비스를 제공해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한 계좌당 일정 금액은 기부금으로 적립되고, 도시 숲을 조성하는 데 쓰인다. 국민은행은 2020년 ‘고객과 함께 하는 KB Green Wave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전기 사용 줄이기, 일회용품 줄이기 등으로 친환경 활동의 보폭을 넓혔다.

‘미세먼지’라는 키워드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 기업은행 역시 기후환경과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 정책을 지원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IBK 늘 푸른 하늘 통장이다. 개인고객이 환경 개선을 ‘다짐’할 경우 연 0.4%포인트,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전기차나 수소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차량을 이용하는 등 환경 개선을 ‘실천’할 경우 연 0.4%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기업이 환경보호 실천 서약에 참여하고, 친환경 차량을 이용하거나 자동차 대기매연저감장치를 설치하는 등 환경 개선을 실천하면 0.1%포인트씩 우대금리를 얹어준다. 이 외에도 전기차를 이용하는 거래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EV카드를 출시하는 등 기업이 자발적으로 환경을 고려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판매금액 중 일정액, 환경 관련 기관에 출연

전 세계의 화두가 된 또 하나의 환경문제는 ‘바다 쓰레기’다. 해수부는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50%를 줄이기 위해 2019년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부터 수거·처리에 이르는 전 주기적 관리에 나서고 있다. 해수부를 비롯한 해양수산기관과 단체들은 바다 환경 관련 금융상품에 릴레이 가입을 이어가면서 바다 환경을 위한 기금 조성에 함께 참여한 바 있다.

대표적인 ‘바다’ 관련 상품은 수협과 국민은행에 있다. 수협이 2020년 출시한 SH해양 플라스틱 제로 예·적금은 대표적인 공익 상품으로 꼽힌다. 해양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해양환경정화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공익 상품이다. 자유적립식 적금은 최고 연 2.6%(3년 기준), 예금은 최고 연 1.24%(1년 기준)의 금리를 제공한다. 지난해 상품 판매금액 중 8000만원이 해양경찰청과 해양환경공단 등에 출연돼 해양 플라스틱 저감 활동에 쓰였다.

국민은행의 KB 맑은 바다 적금은 매년 수만 톤의 쓰레기로 오염돼 가는 바다 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출시됐다. 해양 쓰레기 줄이기 활동, 종이통장 미발행 등 친환경 실천을 하면 연 0.1~0.3%포인트씩 우대금리를 주고, 최고 연 2.25%의 금리를 제공한다. 적금을 통해 조성된 기부금은 해양 쓰레기 수거와 제주도 양식장 환경 개선 사업에 사용된다. 국민은행은 적금 한 계좌당 5000원씩 적립된 금액과 은행의 기부금을 더해 3억원을 세계자연기금에 전달한 바 있다.

금융권의 녹색금융상품들은 목적과 납입 한도, 이율은 각기 다르지만 금융 투자만으로 친환경 활동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맥락을 함께한다. 특히 복잡한 우대 요건 없이 환경 감수성이 높은 소비자들의 친환경 생활방식에 직접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는 만큼, 환경 개선 활동과 함께 신규 고객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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