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원웅의 협동조합, 약초온실 지으라는 돈으로 카페 지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1 07:30
  • 호수 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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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 횡령 창구’ 허준약초학교, 지자체 보조금 유용 의혹…학교 측 ”카페 아닌 교육용 시설”

횡령 의혹으로 광복회에서 물러난 김원웅 전 회장이 이번에는 지자체 보조금 유용 의혹에 휩싸였다. 자신이 설립한 협동조합이 강원도 인제군으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목적과 맞지 않게 썼다는 것이다. 현장 취재 결과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발견됐지만, 협동조합과 인제군 측은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인제군은 2020년 6월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사업 공고’를 통해 보조금 지급 대상을 모집했다. 그 결과 허준약초학교가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최대 보조금 4500만원을 받았다. 이곳은 김 전 회장이 2014년 설립한 비영리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약초의 효능과 활용법을 가르치고 ‘약초관리사’라는 민간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허준약초학교가 인제군에 밝힌 보조금 사용 목적은 ‘약초 재배 온실시스템 구축’이었다.

ⓒ시사저널 공성윤·연합뉴스
3월16일 인제군 상남면 허준약초학교. 보조금으로 지은 유리온실 중 큰 공간이 접대용, 작은 공간이 약초재배용으로 쓰이고 있다. 아래 가운데 사진은 김원웅 전 광복회 회장ⓒ시사저널 공성윤·연합뉴스

32평 온실 중 24평이 약초 없는 접대 공간

그런데 허준약초학교가 보조금으로 지은 온실의 상당 부분은 접대용 공간으로 쓰이고 있었다. 3월16일 시사저널이 인제군 상남면 허준약초학교에 들러 둘러본 해당 온실은 크고 작은 2개의 공간으로 분리돼 있었다. 겉은 모두 유리로 제작돼 있었다.

하천 가까이 위치한 큰 온실 안에는 테이블과 의자, 냉장고, 싱크대, 에어컨 등이 놓여있었다. 또 양쪽 문 옆에는 각종 관상용 자연석과 다기(茶器) 등이 전시돼 있었다. 약초 등 식물 종류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온실 바닥에는 ‘하얀 눈위에 사슴 발자국’이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이는 허준약초학교가 카페로 내세우는 이름이다. 약초학교 본관 앞의 팻말에는 같은 글씨 위에 ‘카페’라고 명기돼 있다.

실제 약초를 기르는 곳은 그 옆에 붙어있는 작은 온실이다. 습기로 가득 찬 온실 안에는 모판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위에는 작은 화분 수십 개가 고르지 않게 널려있었다. 기자가 스마트폰 길이 측정 앱으로 면적을 계산해 보니 작은 온실의 넓이는 27㎡ 정도였다. 큰 온실은 그보다 3배 가까이 큰 80㎡였다. 보조금 절반 이상을 들여 제작한 온실이 카페처럼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국가보훈처는 2월10일 김 전 회장이 광복회에 있을 때 비자금을 조성해 일부를 허준약초학교 장식품 구입에 썼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TV조선은 광복회 전직 간부를 인용해 “약초학교 장식품에 220만원짜리 대리석 탁자가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 탁자가 원래 놓여있던 곳이 바로 접대용 큰 온실이다. 하지만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대리석 탁자가 보이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의 횡령 의혹이 불거진 이후 치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진국종 허준약초학교 사무국장은 접대용 큰 온실에 대해 ‘교육용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약초 재배 실습을 진행하는 교육장이자 차를 달여 수강생에게 제공하는 공간”이라며 “상업용 카페는 아니다”고 했다. 해당 온실에서 돈을 받고 커피나 차를 판 적은 없다고 한다. 다만 2019년 약초학교에 참여했던 서울 수강생 A씨는 시사저널에 “카페라고 알려진 본관에서 다기를 팔았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이에 진 국장은 “골동품 같은 찻잔 따위를 1000원, 2000원을 받고 판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진 국장은 “인제군의 지원사업 공모에 신청할 때도 교육 관련 내용을 적어 냈다”며 “사업완료 보고서에도 교육 부분을 성과로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이 확인한 사업완료 보고서의 성과 항목에는 “약초 및 산채를 소개하고 교육함으로써 지역 특산물에 대한 구매로 이어지도록 연계사업 추진”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러나 보고서에 나온 사업의 주 목적은 ‘약초 재배 온실시스템 구축’이었고, 세부 목적에도 교육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교육용’이라지만…사업목적엔 ‘교육’ 언급 없어

보조금 지급·감독 주체인 인제군은 허준약초학교 측의 설명을 되풀이했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 실사를 나갔는데 큰 온실을 교육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인제군은 보조금 사용 불가 항목으로 △직접 생산에 사용되지 않는 사원 복지용 시설·장비 △수익사업과 관련 없는 시스템 구축비 등을 명시한 바 있다. 약초학교의 온실 설치비 지원 근거인 ‘인제군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는 “보조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경우 군수는 보조금 교부 결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허준약초학교는 전국 각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수강생을 모으고 있다. 수강료는 무료지만 2만5000원 상당을 교재비로 받는다. 약초관리사 검정시험비(6만원)와 약초학교 현장체험비(12만원)는 별도다. 또 약초학교는 지자체로부터 강사비를 받는다. 지금까지 종로구, 마포구, 시흥시, 여주시, 인제군, 홍천군 등 전국 10여 개 지자체에서 강의를 열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있는 곳들이다. 김 전 회장은 광복회장 취임 이후 줄곧 정치편향 논란을 벗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이 취임한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광복회가 상을 준 정치인 44명 중 민주당 소속이거나 출신은 43명이었다.

허준약초학교는 김 전 회장 가족이 소유·운영하고 있다. 설립자인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딸에게 이사장직을 물려줬다. 약초학교가 있는 땅은 김 전 회장과 부인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횡령 논란에 휩싸여 2월16일 광복회에서 자진 사퇴했다. 앞서 TV조선은 김 전 회장이 지난 1년 동안 광복회의 국회 카페 운영 수익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보훈처는 의혹 중 일부를 사실로 확인했다. 보훈처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빼돌린 수익금 규모는 총 7256만원이다. 이 중 1786만원은 약초학교 관련 공사비와 장식품 구입 등에 들어갔다. 그 밖에 수익금 일부는 무허가 마사지 업소에서도 6차례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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