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석 기장군수, 업무추진비 없애고 활동비도 반납
  • 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sisa522@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7 15:00
  • 호수 169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무소속 3선 단체장’ 퇴임 앞둔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 “오로지 군민 행복만을 위해 매 순간 고뇌“

요즘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의 감회는 남다르다. 부산 지역 최초로 기장군에서 무소속 민선 3선 기초단체장이란 기록을 만들었던 그가 이제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두고 있어서다. 지난 1995년 오 군수가 초대 군수(이때는 민자당(국민의힘의 전신) 소속)로 당선될 때만 해도 기장은 광역행정이 완전히 통합되지 않은 지역이었다. 부산으로 편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편입 이전에는 말 그대로 '군'  단위의 시골이었다.

이후 12년 만에 다시 군수를 맡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12년 동안 오 군수의 민선 5·6·7기를 거치며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정관신도시는 개발이 마무리됐고, 일광신도시와 국내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 오시리아관광단지가 들어서면 기장군의 얼굴은 달라진다. 오 군수는 지금껏 고향 기장군을 위해 열정을 쏟아부었고, 퇴임 후에도 기장군 발전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3월22일 오 군수를 만났다.

ⓒ기장군 제공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기장군 제공

3선 재임 기간 동안 어떤 자세로 업무에 임했나.

“12년 동안 군정을 펼치면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었다. 기장군의 번영과 발전, 군민 안전, 행복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매 순간 고뇌했다. 초선 때는 물론이고, 민선 5기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5시10분쯤 집을 나서 현장점검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점검은 밤 10시30분에 끝났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를 통해 백성을 대할 때 목민관은 아픈 어린아이에게 말을 건네듯이 하라고 했다. 초선 때부터 이를 토대로 현장 중심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민선 7기에서 공약이행률 98.8%를 달성했다.

“기장군의 발전과 군민을 위한 일이라면 원칙을 세우고 어떤 꼼수도 부리지 않았다. 퇴로를 생각하지 않는 저의 원칙주의 때문에 이런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한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2021년 지방자치단체 생산성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업무추진비를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푼의 혈세를 쓰는 것이 무섭고 두렵고 조심스럽다. 그래서 지난 2017년부터 6년째 군수 업무추진비를 아예 편성하지 않고 있다. 또 2010년 7월1일 취임 이후 지금까지 관외출장 식비와 일비는 모두 개인 돈으로 사용했다. 교통비만 지급받아 쓰고, 남은 여비는 그대로 반납했다. 중앙선관위 자료를 보면 알겠지만, 전국 226명 기초단체장 당선인 중 2014년과 2018년 2회 연속으로 제가 전국에서 가장 선거비용을 적게 썼다. 업무추진비와 선거비용은 모두 주민들이 낸 세금이다. 이 돈을 아끼고 아껴서 주민들에게 돌려드리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대통령에게 서한을 통해 건의 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영국 역사학자 토인비는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라고 했다. 지방자치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주민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지방자치 시대는 치열하게 싸워서 쟁취해야 한다. 그래서 1인 시위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지역 이익과 주민들을 위해서였다. 또 대통령에게도 서한을 통해 제 의사를 전달하려고 했다. 앞으로도 주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제 방식대로 치열하게 싸울 것이다.“

군수로서 총 15년을 재임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1995년 초대 민선군수로 당선됐을 때 주민들에게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었던 길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저는 한의사 출신이다. 재능기부를 위해 군청에 사랑방 진료실을 열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지역 어르신들께 침을 놔드리고, 군수 월급을 털어 직접 한약도 지어드리며 마음의 병을 풀어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진료실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요청으로 진료를 중단하게 됐다. 진료실을 운영할 수 없게 되자 주민들의 원성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그래서 제가 보건소에도 한방진료실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추진했다. 이후 전국으로 확산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땐 침 하나로 주민들과 소통했다. 지금은 선거법이라는 틀 때문에 제가 가진 침 기술로 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고마운 분들이 많을 텐데.

“사실 저는 일 욕심이 많다. 저와 함께 일한다고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늘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저의 원칙이다. 가족들한테도 늘 미안했다. 아직 가족끼리 여행 한번 같이 가보거나 외식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생하는 우리 직원들과 가족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향후 민선 8기에는 어떤 군수가 기장군을 이끌어야 할까.

“당연한 말이지만 기장군과 군민만 바라보며 능력 있고 헌신적인 인물이어야 하고, 군민들이 투표를 통해 이런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고 본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치우쳐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꾼은 절대 군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군수는 기장군 추락의 지름길이란 걸 유권자들이 꼭 명심해 주기를 당부한다. 행정의 원칙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새로 선출되는 군수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군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주민들의 말씀이 곧 임금님의 말씀이고, 어명이다. 주민이 곧 하늘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민심이다. 민심을 두려워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향후 계획은.

“한의원 문을 다시 열고 문턱을 낮춰 가난하고 힘든 이웃을 위해 진료하겠다. 군민의 건강을 위해 예전처럼 365일 연중무휴로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밤 10시까지 진료할 계획이다. 그리고 2024년 총선에 기장 지역구에서 출마할까 한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빠른 길은 오직 정치라는 것을 기장군수 15년 동안 절실히 느꼈다. 기장군을 바꿨듯이 국회에 들어가 대한민국을 확 바꾸고 싶다. 또 정치후원금 한 푼 받지 않는 깨끗한 정치로 2030세대를 비롯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

총선까지는 2년여 시간이 남았다. 특별히 지금 시점에 출마 의지를 내비치는 이유가 있나.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국회의원 출마 의사를 밝히는 것은 특정 의도나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한 언론사와 인터뷰 중 향후 계획에 대해 얘기하다가 총선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게 단순히 확산됐을 뿐이다. 지금까지 군수직을 수행해 오면서 지역 경제계 등과 결탁하지 않고, 오직 군민을 위해 기장군을 이끌어왔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국회에 진출해 국민이 염증을 느끼는 썩은 대한민국 정치를 확 바꿔보고 싶을 뿐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