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형 도시재생, 졸속으로 줄줄 새는 ‘재정’…“문화거점 헛구호” 비판도
  • 서중권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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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제지·문화정원 등 도시재생사업 숱한 의문 ‘투성이’란 지적 제기
조성 중에 써버린 돈만 10억원으로 드러나기도
한림제지 주변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원룸과 아파트, 주택가 밀집 지역이다. 승용차 한 대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 이 곳에 문화공간 거점을 조성해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흰 원 밖은 인근 아파트다. ⓒ시시저널 서중권

세종시가 추진하고 있는 ‘한림제지 문화거점 공간’ 사업 등 도시 재생사업이 숱한 잡음에 휩싸이고 있다. 대상지 선정과 사업방식,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할 때 비상식적이라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업 조성 중에 이벤트성 행사, 문화재생 프로그램 운영비에 10억원을 넘게 쓴 것으로 확인돼 돈 잔치를 벌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춘희 시장은 2016년부터 시정 2기 핵심 과제로 '청춘조치원 프로젝트'를 선포하고 중장기 도시재생사업에 돌입했다.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및 문화마을 만들기 등 9개 예술문화 활성화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 가운데 하나가 조치원읍 남리 한림제지 폐공장 핵심 문화거점 조성이다. 투입 예산은 161억1800만원, 현재 마무리 공정에 들어가 내달 준공할 예정이다.

한림제지 폐공장 주변은 전형적인 구도심 주택가다. 비좁은 도로와 다닥다닥 붙어있는 원룸과 아파트, 주택가 밀집 지역이다. 비좁은 도로는 승용차 한 대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 곳이다. 이 공간에 전시 및 공연이 있을 시 200∼300명의 관람객이 몰려들 것을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공연장 내 부지 1210㎡(366평)에 마련된 주차공간은 고작 21대다. 공연이나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이 일대는 ‘교통지옥’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주차장 확보가 불가능한 공간에 ‘문화거점’ 조성은 비상식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많은 의문점이 꼬리를 문다. 한림제지 폐공장 전체부지는 6169㎡(1870평)에 1, 2층 규모로 조성된다. 전체 사업비 가운데 땅값만 69억원, 평당 376만원 꼴이다. 여기에다 ‘학사동’ 복원공사 5억6000만원, 설계용역, 해체공사 등에 30억원이 소요된다. 실제 공사비는 61억원 가량이다.

이춘희 세종시장이 2016년 12월 정례브리핑을 통해 조치원읍 일대 문화거점 공간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세종시청

준공 허가도 나기 전 이미 ‘프로그램’ 등 운영비 10억9000만원은 쓴 것으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흥청망청 ‘돈 잔치’를 벌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도시재생 협의체에 참여한 일부 청년층이 사업에 반발하는 등 문제점이 불거지기도 했다. 세종시의회 행정사무감사와 여론 등에서 잇달아 지적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이 건축물 1층 360평 공연·전시실에 56평 규모의 일반음식점이, 또 2층 78평 규모는 휴게음식점(커피숍)이 입점할 예정이다. 가뜩이나 좁은 공간에 지어진 문화공간에 음식점과 커피숍까지 운영될 경우 인근 식당 등 음식점들의 생활고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9년 8월 개원한 조치원 정수장 ‘문화정원’ 조성사업 역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는 예산 55억원을 들여 옛 정수장을 리모델링해 창의적 문화재생 공간을 조성했다. 하지만 지역 정서를 반영하지 못한 역사문화 가치와 부족한 콘텐츠 등이 지적됐었다.

이 문화사업 역시 착공도 전에 이벤트성 행사와 프로그램 운영비에 6억원 가량을 미리 사용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화계 관계자는 “운영비와 관련해 사용처 등 석연치 않은 의문점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며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세종시 측은 “방치되던 폐산업 시설의 활용을 통한 시민 문화 향유 공간의로의 환원 사업이다. 많은 전문가와 지역주민들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된 사항으로, 그동안 침체돼 있던 조치원 원도심지역의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무렵은 정가와 세종시의회 등에서 ‘최악의 빚더미 곳간’을 지적하고 이 시장의 방만 행정 등 예산 씀씀이를 우려했던 때다. 2020년 당시 시 채무는 농협 차입금 등 2801억원에서 매년 900억원씩 늘어 올해 4550억원으로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빚더미 행정수도 세종’이라는 불명예를 벗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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