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은 왜 자동차공장에서 했을까”…출마선언 ‘장소의 정치학’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3.3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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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은 광주형일자리 태동지에서…김윤덕은 전주 옛 대한방직 공터 택해
강기정은 컨벤션서 ‘세 과시’…김영록·송하진 지사도 상징성 있는 장소 고심
이용섭 광주시장이 29일 오전, 광주형 일자리 태동지’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상생의 일터 광장에서 캐스퍼 경차를 세워 놓고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이용섭 광주시장이 29일 오전, 광주형 일자리 태동지’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상생의 일터 광장에서 캐스퍼 경차를 세워 놓고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형일자리 자동차공장, 전주 대한방직 터, 컨벤션센터, 시도의회 기자회견장….

6·1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이 광주전남북 시도지사 출마 선언 장소로 선택한 곳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에서 당내 경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각 주자들도 단기간 내에 강렬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출마선언 장소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자신의 메시지와 걸맞은 장소 선정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기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후보는 재선에 도전하는 이용섭 광주시장과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두 사람이 고른 출마 선언 장소의 공통점은 옥외의 툭 트인 공간이라는 점이다.

이 시장은 29일 자신이 재임 기간에 문을 연 광주형 일자리 태동지’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상생의 일터 광장에서 카키색 캐스퍼 경차를 세워놓고 출마를 선언했다. 재임기간 업적을 과시하고, 재선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 연속성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지형 선택으로 읽힌다.

이 시장은 한때 민주·인권 도시인만큼 옛 전남도청 5·18 광장,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인공지능 대표 도시를 상징하는 곳도 출마 선언 장소로 검토했으나 ‘광주형 일자리’가 태동한 GGM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GGM은 노사상생, 원하청 동반성장, 한국경제 고질적 문제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 개선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이자 대안이고 인공지능, 친환경 차 부품클러스터를 포괄한 광주형일자리 시즌2까지 연속성을 염원할 수 있는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시장과 ‘리턴매치’ 혈투를 벌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22일 광주상공회의소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지역경제 발전에 방점을 두고 ‘경제시장’으로 상징을 강조하기 위해 이곳을 선택으로 보인다. 또한 강 전 수석은 나흘 뒤 시청이 가까운 광주 서구 상무지구 S타워컨벤션에서 ‘강추캠프’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이는 당내 경선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 많은 지지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세를 확연하게 과시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6·1지방선거 광주시장에 도전하는 강기정(58)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가 26일 서구 S타워컨벤션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광주를 부탁해 강기정’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강추캠프
6·1지방선거 광주시장에 도전하는 강기정(58)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가 26일 서구 S타워컨벤션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광주를 부탁해 강기정’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강추캠프

김윤덕 의원(전주갑)은 29일 오전, 전북도청 북문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전주 서부신시가지 옛 대한방직 터를 택했다. 그는 이곳에서 “벼랑 끝에 몰린 전북도를 대전환하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3선에 도전하는 송하진 지사에 대한 선명한 ‘야성(野性)’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장소로 이곳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전북도심 한가운데 버려진 땅처럼 있는 이곳이 멈춘 전북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다”며 “또 전북 정치인들이 청렴을 위해 기업인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꺼려하는데, 저는 과감히 기업인들과 손을 잡고 전북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배경을 밝혔다. 

전통적 방식을 따르는 경우도 있다.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23일, 재선의 안호영 의원은 하루 전날인 22일, 3선 국회의원 출신 유성엽 전 의원은 28일, 각각 전북도의회에서 전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6·1지방선거 전북도지사에 도전하는 김윤덕 국회의원(전주갑)은 29일 오전 전주시 서부신시가지에 위치한 옛 대한방직 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김윤덕 페이스북
6·1지방선거 전북도지사에 도전하는 김윤덕 국회의원(전주갑)은 29일 오전 전주시 서부신시가지에 위치한 옛 대한방직 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김윤덕 페이스북

이르면 다음 달 초 출마선언을 할 김영록 전남지사는 재선 도전 메시지와 함께 그에 걸맞은 장소를 놓고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선7기 도지사 재임 기간 중 유치에 성공한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 등이 아이디어 수준에서 검토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정해진 곳은 없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3선에 나서는 송하진 전북지사의 출마선언 장소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 지형상 본선에 다름없는 당내 경선에서 전현직 국회의원 출신 경쟁자들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는 송 지사로선 이들의 ‘관리형 도지사 한계론’에 맞설 대항 메시지 생산지로써 출마선언 장소 선택이 더욱 중요해진 모양새다.

이들 유력 정치인들 외에 군소주자들이 선호하는 출마선언 지역이 의회 기자회견장이다. 상대적으로 여론의 관심이 떨어지는 예비후보 입장에선 정치부 기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방정가의 한 관계자는 “향후 어떤 시도정을 펼칠지, 그리고 그동안 살아왔던 과정은 어떤 것이며 어떤 생각을 할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장소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출마선언 장소와 주자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지면 주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출마 선언의 메시지와 내용은 물론 장소 선정에도 상당한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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