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복귀’ 선택한 안철수, 이준석과 ‘불편한 동거’는 어떻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3.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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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총리 거부…합당 이후 차기 당권 도전할 듯
첫 시험대는 지방선거…이준석과 관계설정도 변수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새 정부의 국무총리를 맡지 않고 당으로 복귀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줌과 동시에,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에 앞서 자신의 지지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관건은 당으로 복귀한 안 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이 관계 설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당의 컨트롤타워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간 갈등이 돌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대선 기간 껄끄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던 양측이 당권을 두고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 셈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 시사저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 시사저널

총리 대신 ‘통합정당’ 선택한 안철수, 왜?

안 위원장은 30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각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총리직 거부 의사를 공식화했다. 안 위원장은 “내각에 참여하지 않는 게 당선인의 부담을 더는 것이고, 당선인 본인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드리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며 총리직 고사 이유를 설명했다.

인수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안 위원장의 이 같은 발표는 전날 윤 당선인과의 상호 합의 하에 결정됐다. 안 위원장이 먼저 윤 당선인을 찾아 총리직 고사의 뜻을 전했으며 윤 당선인은 이에 “이해한다”고 반응했다는 후문이다. 통합 정당에서 지지 기반을 넓혀야하는 안 위원장과 안정적인 여당을 통해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윤 당선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관심은 안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쏠린다. 안 위원장은 “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는 일들, 정권이 안정될 수 있는 일들에 공헌할 바가 많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진 않았으나, 5월10일 새 정부 출범 전까지는 인수위 활동에 매진한 뒤 이후부터 당세 확대를 위해 적극적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한 달 뒤에 바로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지방선거가 안 위원장 리더십을 평가하는 첫 가늠자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인수위원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인수위원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安-李 어색한 동거, 통합정당 뇌관 되나

안 위원장이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이준석 대표와 행보를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임기가 1년가량 남았고, 지방선거에서 강한 그립감을 예고한 상태여서다. 국민의힘은 대선 연장전격으로 평가받는 이번 지방선거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안 위원장과 이 대표가 어색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동행을 선택하게 된 배경이다.

양측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 대표의 임기가 내년까지니까 지금 당장 당권 도전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당 대표가 판단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합당 이후 당에서 역할을 한다고 하면 당연히 환영한다”고 반응했다.

다만 두 사람의 껄끄러운 관계는 변수로 꼽힌다. 과거 대선 과정에서 모욕을 서슴지 않았던 두 사람의 관계 때문에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회견에서도 안 위원장은 당 개혁 방안에 “여성이나 장애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당연히 포함돼 있다”며 “해당 분과 간사와 인수위원을 현장에 보낸 이유가 그분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해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를 두고 비난을 이어간 탓에 ‘장애인 혐오 논란’에 휩싸인 이 대표를 에둘러 비판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양측이 어색한 동거를 이어가는 사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의 초침은 빠르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오는 4월 초 합당 수순이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현재 각 당의 실무진들이 합당을 위한 2차 협상에 돌입한 상태로 알려졌다. 양당은 오는 지방선거 때부터 통합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에 대한 공천 심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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